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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 만들기-3

성장기 가족경험의 영향

결혼과 가정은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그 백성들을 지키시며 경건한 자녀들을 세우려는 의도로 만드신 하나님의 절묘한 작품이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이 오염되고 관계가 흔들리면서 사람들은 가정에서도 서로 상처를 주고 갈등하며 심지어 가정이 깨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하나님이 의도하신 행복한 가정을 만들려면 먼저 가정이란 부부만이 아닌 하나님과의 언약에서 비롯된 것임을 분명히 알고, 둘째, 그 사랑의 언약 안에서 가족이 서로 하나 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함을 이미 본지를 통해 역설한 바 있다.


사랑의 언약과 소통의 계단을 바탕으로 행복한 가정을 만들려면 이제 성장기 가족경험과 그 영향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상담에선 이것을 원가족(family of origin) 작업이라고 한다. 성장과정에서 가족들과 함께 나눈 각종 긍·부정의 관계경험들이 개인의 평생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행복한 가정건축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세상에 완벽한 결혼이나 가정은 없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난 가정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상처나 아픔을 주고받는 경험들을 하게 된다. 이것은 가족상담과 목회상담을 전공한 나와 내 가정도 예외가 아니다. 교회에서 성도들이 아내에게 유 목사님이 잘해주시지요?”하고 질문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러면 내 아내는 함께 살아보면 그런 말 나오지 않을걸요대답한다고 한다. 한 번은 정말 그럴지 그렇게 해봐도 돼?”라고 실없는 농담했다가 두고두고 욕먹었지만, 아내의 말이 옳음을 인정한다. 틀린 말 아니다!


끈질기게 지속되는 원가족의 영향

나는 상담과 교육 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가정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사람들은, 극단적인 경우 외에는, 대부분 자기 가족에 대해 거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관심을 갖고 있다. 자기 가족의 안위를 염려하고 자녀를 잘 양육하려는 마음은 인간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자기중심성과 한계로 말미암아 사람은 성장과정에서 다양한 긍·부정의 영향이나 상처를 주고받으며 산다.


나는 여성심리학과 자녀양육에 대한 연구를 하고 강의도 한다. 조금 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내 아내나 자녀들이 남편 혹은 아빠에 대한 불만이나 아쉬움이 없을 리 없다. 온전히 그들을 이해하고 필요를 알아서 채워줄 수 없는 나의 원천적 한계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결혼 전에는 배우자를 변화시키기’ ‘성공적인 자녀양육등과 같은 제목으로 교회나 각종 기관들에서 자신 있게 강의했지만 이제는 그런 주제의 교육을 하는 것이 참 어렵다. 나 자신이 가르친 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인간의 한계 때문에 발생하는 원가족의 관계역동과 그 긍·부정의 영향은 성장할 때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 배우자를 선택하고 결혼 및 가정생활을 할 때도 끈질기게 계속된다. 나 또한 원가족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그 영향이 지금까지 부부관계나 가족관계에서 계속되는 것들이 있다. 결혼 전에 원가족 경험이나 이슈들에 대해 탐색하고, 그것에서 오는 긍정적인 영향은 지속하고, 부정적인 요소들은 차단 내지는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필수 혼수품목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신학교 부부 아파트에서 발생한 아침 밥 사건

원가족의 영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의 하나가 결혼 직후에 있었던 나의 아침 밥 사건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사소하게 보이는 이런 상황에도 원가족의 뿌리 깊은 영향이 배어있을 수 있다. 나는 결혼 직후 미국에 가서 공부하며 본격적인 신혼 및 유학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런 어느 날, 아침 식사를 하려고 보니 밥이 없었다.

그래서 잠자는 아내에게 조용히 나 밥 먹고 학교 가야해라고 말했다. 결혼 전까지 늘 어머니가 아침상을 차려주셨기 때문에 당시엔 내가 밥을 해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못했다. 지금은 제법 잘 하지만!

아내는 성장기에 미국 이민생활을 하며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 아침을 건너뛰는 습관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밥이 없다일어나라고 재촉하자 직장생활 하느라 피곤했던 아내는 빵먹고 가라고 하고, 나는 그거 못 먹겠다며 살짝 화를 냈다.


그러자 아내도 짜증난 목소리로 그럼 그냥 학교가라고 하였고, 우리는 그 날 불편한 감정을 안고 지내야 했다. 사실 나는 카투사(KATUSA)로 미군 부대 생활을 한 경험이 있어 빵과 우유로 하는 식사에 익숙한 편이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원가족 경험의 영향으로 그 날 부부 갈등을 야기했던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왜 그리 유치했는지 부끄럽다. 그 이후로도 우리는 결혼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사소한 일들로 갈등을 겪곤 하다가 결혼 1년여 만에 하마터면 내게 실망한 아내에 의해 이혼당할 뻔’(?) 했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결혼은 하나님께서 맺어주신 것이라는 언약결혼에의 확신과 함께 원가족경험 및 그 영향을 이해하고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었다. 우리가 결혼 전에 원가족 경험을 이해하고 결혼 후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관계 이슈들을 다루었다면 갈등의 상당 부분은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갈등이 있어도 훨씬 유연하게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꿈에 그리는 아름다운 스위트 홈을 세우려면 결혼 전 예비교육을 통해 그리고 부부생활을 이어가면서 끈질기게 지속되는 원가족의 영향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건강하게 대처하는 지혜와 실천이 필요하다.

<계속>

유재성 목사 / 침신대 상담심리학과, 늘사랑교회 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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