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도 같은 사람이다.
네팔 대지진 후 한인 선교사들을 멤버케어(Member Care) 코디로 섬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아내 김귀영 선교사는 상담과 관련하여 전체 선교사회 안에서 멤버케어 코디로 섬겨왔다. 그리고 본인도 아내를 뒷바라지하면서 위기상황에서 ‘선교사가 살아야 선교현장이 살 수 있다!’는 마음으로 선교사들을 돌보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자연재해로 위기를 만날 때마다 선교사들도 일반인과 똑 같은 성정을 가진 사람들임을 깨닫게 되었다. 즉 선교사는 슈퍼맨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대지진으로 땅과 집이 흔들려 무너지면서 마음과 정신도 덩달아 흔들려서, 육체적 정신적 영적으로도 크고 작은 악영향이 미치게 됨을 알게 되었다. 선교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트라우마 증상이 나타남
2015년 4월 25일과 5월 12일 두 번에 걸친 대지진으로 네팔은 온통 혼란에 처하였다. 매일 매일 크고 작은 수많은 여진으로 불안이 계속되었다. 선교사들도 생존을 위해 자신과 가족들을 돌볼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을 케어해야 했고, 재정 후원자들의 후원에 응하기 위한 사역들로 매우 분주하게 지냈다.
그러한 가운데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연약한 사람들이 많이 나타났다. 즉 불안하여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가 하면, 음식도 못 먹고,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괜히 화를 내며, 안정이 안 되어 집중이 안 되고, 자녀들에게도 수많은 현상들이 공통적으로 나타나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것이 트라우마(Trauma)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증상들을 동료들과 나누면서(Peer Debriefing)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고,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상담(Counseling)을 개인적, 가정적으로 진행하면서 섬겼다.
재빠르고 지속적인 케어 사역들
이번 지진 위기상황에서 한국위기관리재단은 네 차례에 걸쳐 전문 상담사들을 섭외하여 네팔 선교사들을 돌보는 일을 지원해 주었다. 그동안 전문 상담사들과 함께 네팔 선교사들은 다음과 같은 세미나와 상담사역을 통하여, 한국 선교사 공동체와 네팔 현지인들을 돌보는 일을 하였다.
- 지진 트라우마 현상이 어떻게 나타나는가? (김귀영)
- 그룹 트라우마 디브리핑과 상담 (황정신)
- 선교사를 위한 트라우마 그룹 디브리핑 세미나 (김귀영, 양경희, 윤종수)
- 현지인을 위한 트라우마 그룹 디브리핑 세미나 (양경희 장옥순 정경숙)
- 개인 및 부부 상담, 미술치료와 놀이치료 (이현숙, 백은영)
- 심리검사와 자기 이해하기, 부부관계, 성숙한 의사소통 (이경애, 윤기남, 정영만)
- 기질 및 성격검사, 자기와의 화해 및 개인 상담 (유희주)
그리고 네팔 선교사 자체적으로 힘을 합하여 네팔 현지교회와 지역학교를 돕기 위한 세미나를 수차례 걸쳐서 진행하였다. 지진 현장에서 우리 부부가 이 사역에 부름 받아서 선교사들을 섬기며, 팔로우업하는 특권을 누리게 되었음에 감사드린다.
코디로서의 제안
위기는 언제 어디서든지 알게 모르게 발생하여 크게 피해를 입힌다. 그리고 크고 작은 상처들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남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듯이 개인과 단체에서, 현장 선교사회에서 지혜롭게 위기를 대처할 사전 준비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교사들은 공적인 사람들이며, 매우 귀중한 사람들이다. 선교사 자신과 가정이 건강해야 선교사역과 선교현장도 건강해질 수 있다. 선교사 입장에서 선교사와 선교공동체가 더욱 건강하게 될 대안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제안하고 싶다.
가. 선교현장마다 건강한 선교공동체를 위한 위기관리위원회 구성이 요청된다.
나. 이러한 사역에 관심 있는 코디(상담사 혹은 시니어 선교사)를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하여 후원교회(자)와 선교단체 및 현장 선교공동체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다. 코디들이 효과적으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라. 이 일은 개 기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연합과 네트워킹이 필요하다.
즉 선교단체 간 협력, 전문 상담기관 간 협력, 지원 그룹 간 협력, 의사와 병원의 참여, 그리고 현장 선교사들의 연합, 현지국가와 파송국 정부기관과도 공식적인 관계가 필요하다.
네팔 현장에서 지진사태를 지켜본 한사람으로서, 국가적으로는 민간 외교가로, 개인적으로는 하나님의 나라 건설에 부름 받은 자로서,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건강하게 사역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일을 보다 실제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위기관리 조직과 네트워킹 및 상호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위기관리포럼 자료집’ 일부 발췌)
/ 김귀영-전학진 선교사(네팔 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