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먹방”과 “노래방”

/김기복 목사 인천교회

언제부터인가 우리 TV먹방노래방프로그램이 크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채널 수가 100여개를 넘어 숫자조차 알 수 없고 요리와 노래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먹방은 글자 그대로 먹는 방송을 요약한 단어이다. 먼저 먹방을 살펴보았다.

KBS1 방송에 한국인의 밥상대식가들이 있고 OBS두부의 맛” “개밥 주는 남자채널A먹거리X파일”, JTBC한끼 줍쇼”, O tvn집밥의 여왕”, EBS최고의 요리비결이 있으며 아예 먹는 프로그램만 방송하는 올리브네트워크에서는 오늘 뭐먹지?”, “원나잇 푸드트립”, “한식대첩등이 방송되고 있다. 내가 모르는 먹방 프로가 더 있을거라고 추정해본다. ‘왜 이렇게 음식을 소개로 한 방송이 많은 걸까?’하고 의심이 든다. 방송의 특성상 시청률에 목매서 그런가? 방송되는 프로중 시청률이 5% 넘는 방송도 귀하고 그나마 1~2% 내외로 집계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많은 먹방이 계속되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민족은 먹는 문제로 많은 고통을 당한 민족이다. 4350여년 우리 역사 가운데 940여회의 외침(外侵)을 당해 4~5년에 한 번씩 난리를 겪어오다 보니 안정적인 먹거리를 확보할 수 없었던 세월을 너무 오래 살아왔다. 맛있는 요리나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사회분위기나 집안사정이 아니었다. 그저 시레기국이든 뭐든 배만 우선 채워주면 감사하고 만족할 뿐이었다. 아침 문안 인사에는 반드시 진지 잡수셨습니까?”라고 물었다. 농경사회였기에 난리 중에도 멀리 피난가지 못하고 정복자에게 가렴주구 당하면서도 모든 먹거리를 약탈당하며 굶기를 밥먹듯 견디어 왔다. 먹을거리 때문에 한 두가지 옛날 추억이 다 있을거라 본다.


아버지는 독상을 받으시고, 맛있는 반찬 여러 가지 올려드리지만 아이들 밥상에는 김치가 주된 반찬이고 밥이나 실컷 먹었으면 하는 것이 그때 상황이었다. 식사기도 중에 밥그릇이 바뀌는 바람에 두 손으로 붙잡고 기도하곤 했다. 혹시라도 겸상을 받는 날에도 어머니는 아버지 드실 반찬과 우리가 먹어도 좋을 반찬을 구분해서 위수구역을 정해주셨다. 아버지 식사가 끝나면서 너희들 먹어라 하는 말씀이 떨어지기 무섭게 맛있는 반찬은 펄 벅대지에 나오는 메뚜기떼가 휩쓸고 지나간 황무지처럼 변하곤 했다.

도시락이라도 싸가는 날은 김치가 반찬인데 책가방 안에 넣고 가니 국물이 흘러 책을 꺼내면 책이 벌겋게 물들어 있었고, 냄새가 교실에 진동했다.


먹는 문제가 심각했다. 산에 올라 버섯을 따다 끓여먹고 독이 올라 고생을 했고, 복어내장을 끓여먹고 죽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 모두가 먹거리로 인한 그림자였다. 80년대 이후 경제성장과 소득증대에 따라 먹거리는 식물성에서 동물성으로 변해갔다. 곳곳에 뷔페가 생겼고 고기뷔페도 유행했다. 뒤따라온 현상이 전국민의 비만화! 다이어트 열풍이 거세게 불어 닥쳤다. 지나가는 말로 먹는 거로 장난치지 말라는 말도 나온다. 또 다른 현상은 노래방현상이다. 20여년전 한 두 곳 생기던 노래방은 전국민의 가수화를 목표로 늘어갔다. 곳곳에 노래교실이 생겨 동네마다 노래 가락이 진동한다.


방송에서도 때맞춰 노래를 듣고, 보고, 부르고 박수치는 프로가 늘어나게 되었다. KBS1에서 흘러간 노래를 들려주는 가요무대가 국내는 물론 해외동포, 해외근로자들을 위로해주는 장수프로그램이다. KBS2에서 불후의 명곡JTBC에서 팬텀싱어”, MBC복면가왕”, 채널A싱데렐라”, tVN노래의 탄생슈퍼스타K”가 방송되고 있다. 게다가 노래와 연주만 주로 방송하는 음악방송이 Mnet싱스트리트”, “데일리 뮤직”, “슈퍼스타 K”, 아이넷의 슈퍼파워 뮤직”, “인기가요 베스트 10”, “성인가요 콘서트”, “가요사랑 콘서트”, “가요사랑 콘서트”, “가요 대축제”, 가요TV콘서트 고백”, “전국가요 스타쇼”, “마이라이프 마이콘서트”, “박미현의 노래교실”, “성인가요 뮤직비디오”, “음악을 그리는 사람들”, “그 시절 그 노래등이 방송되고 있다.


그 외에도 알지 못하는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을 것으로 보면 노래 공화국이라 할만하지 않은가?

우리 민족은 음주가무를 즐겨왔다. 지역마다 나름대로의 노래가락이 있고, 그에 따르는 악기들이 발전되어 왔다. 우리네 민초들은 막걸리 한잔에 노랫가락 실어 잠시 곤고한 마음을 풀어온 것이 우리의 역사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방과 노래방 현상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로마제국의 흥망사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세계 곳곳 점령지에서 잡아온 전리품으로 남자는 인력을 필요로 하는 노예로, 여자는 쾌락의 즐길거리로 가정부로 쓰였다. 금은보화가 넘쳐났고 노예인력이 대신해주니 먹고 할일이 없었다.


심지어 그들의 주식인 빵도 동네에서 한 곳을 지정하여 구워놓은 빵을 가져다 먹기만 하면 되었고 남는 시간에 소일거리가 필요했다. 그들은 서커스를 개발했다. 재주부리는 동물, 높은 곳을 날아다니는 무희들, 뒤뚱거리는 몸짓으로 뒤뚱대는 삐에로의 모습에 웃음으로 날이 샜다. 나중에는 콜로세움이라는 원형경기장을 지어 기독교인들을 몰아넣고 굶주린 맹수들을 넣어 갈기갈기 찢고 뜯어먹는 모습을 보고 박장대소했던 그들이 아니었던가? 문제는 그 사이 세월은 가고 시간이 흐르면서 로마제국은 서서히 가라앉고 말았다. 군사력이 약해서가 아니고 금은보화가 없어서가 아닌 그들 스스로 무엇을 할수 있는 자생력을 상실한 민족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이 가라앉는 모습을 역사는 지켜보았다.

나도 우리나라 형편이 요리재료 쌓아놓고 지져먹고, 볶아 먹고, 기름쳐 먹으며 부푼 배 두들기며 육자배기나 뽑을 수 있는 그런 시절이면 좋겠다.


미국은 트럼프 라는 이단아가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겠다고 쌍권총 뽑아 들고 황야의 무법자처럼 달려들어 이미 협상이 마감된 FTA를 향해 무차별 공격을 가할 기세가 등등하다. 일본은 그들의 기질대로 틈새시장을 노려 자국의 군국화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노리개를 감싸주는 대신 부족한 광물을 실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형편은 어떤가? 언제 우리의 곶간이 비어 OECD에서 미끄러져 낙오할지 알수 없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어려울 때 도와준 아줌마와의 의리를 지키려고 재벌을 등쳐서 수천억 잔치 베풀다가, 심부름꾼 모두 감옥 가고 주말이면 시민들이 광화문에 모여 이게 나라냐고 외쳐야만 애국자 되게 만들고 있고, 자동차산업, 조선사업은 구멍 뚫린 배 가라앉듯 주저앉고 있으며 대권병에 걸린 환자들은 이때다 싶어 광화문에 몰려드는 모습이 가로등에 달려드는 나방이떼 모습이 아닌가?


이제 그만 먹방하자! 전국민 비만화 끝내자. 동물들은 비만이 없다는데.

이제 그만 노래방하자! 전국민 베짱이 끝내자. 비바람 눈보라가 다가오는데 베짱이는 아무 대책없이 맞이할 것인가? 나는 고대한다. 진짜 배 두들기며 마음껏 노래하는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한다.

 

김기복 목사 / 인천교회



총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