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재 총회장과 본지와의 성탄·송년 대담은 12월 9일 오후 3시, 이날 같은 시간에 탄핵소추안이 보고되면 곧바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과 발표가 있게 된다. 경찰차와 시민들은 아침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정말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고 주변 분위기가 어수선해 여의도 총회에서 인터뷰하기 어렵겠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총회장이 고양에 있는 성광교회에서 하면 좋겠다는 전화가 왔다. 급히 택시를 잡아타고 여의도를 그렇게 빠져나왔다. 결국 이날 대한민국에서 대통령탄핵이라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다. 국가 최대의 위기가 시작된 날이다. 위기는 곧 대한민국호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 이럴 때 일수록 유 총회장은 한국교회가 성탄의 기쁨을 온 땅에 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교단의 하나 됨과 함께 하는 총회”라는 슬로건아래 기독교한국침례회 제106차 총회 임원들을 이끄는 유관재 목사는 젊다. 그래서 위엄보다는 ‘함께’ 행동하는 단어를 좋아한다. 교단을 살리기 위한 전쟁을 치르는데 임원들과 함께 대의원들의 눈높이에서 전략을 짜고 고지에 다다르기 위해서 함께 행동한다.
유관재 목사는 총회장으로서의 권위와 명예보다는 침례교회를 먼저 생각하는 목회자이다. 총회장에 당선된 뒤, 직접 태풍피해를 입었던 사동교회와 화재로 어려움을 겪은 예목교회와 원당교회를 찾아가 위로하고 격려했다.
총회장 취임예배도 임원들의 추천을 받아 교단에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수고하고 헌신했던 목회자들을 초청해 순서를 맡기고 안수기도를 받았다. 이런 행동들은 유관재 목사가 교단과 소통을 향한 “함께”다. 10년 동안의 반목과 갈등으로 점철된 침례교회의 부흥의 엔진에 최근 “함께”와 “소통”이라는 연료를 채워 넣기 시작했다. 기득권에 대한 포기와 내려놓음, 그리고 강함보다는 온유한 대화로 문제해결, 함께 하는 협력기도 등 한국교회의 희망을 침례교회의 부흥으로 시작하겠다고 꿈꾸는 목회자이다.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도 손에 한 선교회의 후원편지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세심하게 살펴보며 질문 하나하나에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신에 찬 목소리로 이어 나갔다.
지시하는 리더가 아닌 모두를 섬기는 리더
유관재 총회장은 교회가 아닌 교단 전체의 일을 하는데 개인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에 큰 중압감과 부담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 놓았다. 교회의 사역, 대외적인 헌신과 섬김이 때론 목회 사역에 부담을 줄 때도 있었지만 교단을 대표하는 총회장으로서의 책임은 상상할 수 없는 압박이란다. 하지만 교단을 대표하는 리더이기에 리더로 세워준 대의원들과 침례교회에 희망을 주기 위한 그의 열정이 어떤 부담 때문에 식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목회자로서 하나님 나라가 먼저이고 교회가 먼저이지 총회가 먼저일 수 없다. 우리 총회는 협력과 협동이 우선시되는 총회이다. 그러기에 군림하거나 초법적인 모습을 지양하고 교회가 제대로 설 수 있도록 협력하고 돕는 일을 해야 한다. 그에 대한 책임이 바로 저와 총회 총무, 총회 임원들에게 있기에 솔직히 그 무게감이 나를 짓누르고 있지만 한편으론 모두가 함께 이 짐을 짊어지고 있기에 좋은 결과물이 만들어지리라 믿고 있다.”
이같이 강조하는 그는 함께 기도하고 함께 논의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현했다.
총회 임원회도 나라와 민족을 위해, 현 시국을 위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침례교회를 위해, 그리고 총회 사역을 위해 뜨겁게 기도한다. 임원회 회의에서 다뤄지는 한 사안도 유 총회장 자신이 결론을 내고 보완 하는 것이 아니라 임원들의 의견을 종합하고 모아서 전체 의견을 수렴한다. 물론 총회 결의와 규약에 근거한 사안에 반한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결단력 있게 배제한다. 유 총회장은 “나 자신만이 우월하고 뛰어날 수 없기에 함께 토론하고 쌍방과 소통하면서 분명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법이 있음을 발견한다. 그것이 최선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독단적이고 독보적인 결정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우리의 교단의 그동안의 문제들의 원인은 소통의 부재였다. 소통의 전제조건은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서는 것이다. 이제까지 목회자로서 저의 그런 생각은 변하지 않고 있다. 사실 소통만 잘할 수 있다면 100만 대군도 두렵지 않다. 소통 속에서 규약과 총회의 결의가 존중된다면 반드시 해결책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목회자 처우 개선의 시작은 ‘은급금’
일평생 목양일념을 펼치다가 교회를 후임에게 물려주고 사임하는 은퇴 목회자들. 교회의 형편에 따라 은퇴 처우를 보장해주고 있지만 20년 또는 30년 많게는 40년 이상 한 길만 바라본 목회자에게는 교회에 또 하나의 부담을 주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 특히 은퇴 문제로 교회들의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보다 현실적인 은퇴 처우 문제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닌 교단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 교단도 현재 교회에서 납부하고 있는 협동비의 30%를 은퇴 적립금으로 모으고 있지만 은퇴 목회자의 생활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유관재 총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목회자 은급금 마련을 위해 기금 마련과 협조를 구하기 위해 절치부심 중이다. 유 총회장이 은급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은급 기금 목표는 100억 원이다. 조만간 총회 임원회를 통해 은급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준비모임 등을 거쳐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최근 은퇴 목회자 생활비 지원도 눈에 띄는 행보이다. 그동안 총회 차원에서 은퇴 목회자에 대한 지원 방안은 많이 있었지만 재정적인 어려움 등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유 총회장은 “한 시대에 함께 동역하고 있는 특히 침례교라는 이름으로 모인 우리가 이젠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미래를 바라보고 앞으로의 침례교회가 어떻게 세워질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그러기에 은급제도를 제대로 마련해서 열심을 다해 목회하고 교회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위해 교단 차원에서 섬길 수 있는 제도로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종교개혁 500주년 … 다시 성경으로
2016년 세밑까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혼란이 계속 될 것 같다. 총회는 국가의 위기에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먼저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고 이 위기를 위정자들이 지혜롭게 해결해 줄 것을 촉구하는 시국기도문을 지난 11월 10일 발표했다. 유관재 총회장은 교단 전체가 함께 예언자적 기도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하면서 전국적인 기도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유 총회장은 “시국을 이야기하자면 정말 우울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도 있지만 보다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우리 주변을 돌아봐야한다”며 “잘못에 대한 책임도 명확하게 규명돼야 하지만 이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회개, 그리고 실천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일이다. 자신의 기득권을 철저히 내려놓고 주변 이웃을 돌아보고 나눔과 섬김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으면 한다. 무엇보다 이 땅의 구원자이신 사랑의 예수님의 오심을 마음을 다해 기대하는 시간이 되자”고 밝혔다.
2017년은 마르틴 루터가 ‘오직 성경’을 외쳤던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당시 교회의 부패와 타락, 정권의 결탁에 맞서 ‘오직 성경’ ‘오직 복음’으로 교회가 세워지기를 위해 종교개혁자들은 싸웠다.
500년이 지난 한국교회와 침례교회의 현실은 당시 종교개혁 시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세속적인 문화와 방법으로 교회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있으며 젊은 세대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교회재정을 넘어선 과도한 교회 건축은 교회를 헤어 나올 수 없는 맘몬의 굴레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단·사이비 세력들은 끊임없이 정통교회를 미혹시키고 있다. 이슬람교의 한국포교는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동성애 문제는 여전히 인권 문제라는 부분을 내세우며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관재 총회장은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을 기득권에 둔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먼저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내려놓는 진심을 보여줘야 함을 강조한다.
“종교개혁시기에도 기득권을 내놓지 않는 세력 때문에 결국 교회 갱신의 횃불이 루터를 통해 타올랐다. 지금의 우리도 나의 기득권, 교회의 기득권, 교단의 기득권에 목메고 있다. 2017년에는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상대방과 소통하는 한 해, 상대방을 인정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부르심이 응답한 이 시대의 사역자임을 잊지 말자. 이 시대가 원하는 것은 우리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바라보고 계시는 성령님의 강권적인 역사이다. 그것이 우리 침례교회에서 이뤄졌으면 한다.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 믿고 있다.”
“함께”와 “소통”의 동력을 인터뷰 내내 강조하며 ‘침례교회가 한국교회와 세상의 희망’이라고 외치는 유관재 총회장의 앞길에 돕는 손들이 많아지고 하나님의 크신 은혜가 함께 하기를 응원한다.
/ 대담 정리 및 사진 =최치영 부국장, 이송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