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을 정신없이, 어수선하게 맞아 아쉬웠던 참에 설 연휴를 지내면서 1월을 떠나보내게 된 것은 어쩌면 다행한 일일수도 있다. 설을 맞아 한해를 새롭게 맞이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주어졌기 때문이다. 올 해는 대체공휴일까지 있어서 그래도 조금은 여유로운 명절을 보내는 행운까지 겹쳤으니 나를 돌아보고 내일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기에 넉넉한 시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텔레비전 방송들은 명절이 되면 지나간 시절의 영화를 많이 보곤 하는데 오래전 어느 명절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연휴에 봤던 영화가 문득 생각이 났다. 바로 ‘황태자의 첫사랑’이라는 제목의 뮤지컬 영화였다. 1954년에 제작된 이 영화는 1923년, 독일 하이델베르그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인데 독일의 극작가, 빌헬름 마이어포르스터(Wilhelm Meyer-Forster, 1862~1934)의 중편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영화의 내용은 하이델베르그로 잠시 유학을 온 황태자와 하숙집에서 일하는 여성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리고 있는 진부한 것이었지만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 영화였다.
특히 남자 주인공인 황태자가 부르는 노래들의 목소리는 당대 최고의 테너였던 마리오 란자(Mario Lanza, 1921~1959)가 더빙해 더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38세에 요절해 더 아쉬움을 남긴 테너, 마리오 란자의 감미로우면서도 힘있는 노래가 영화의 백미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 영화는 이제 영화의 고전이 된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하이델베르크의 아름다운 풍경도, 젊은 남녀의 사랑이야기도 아니다. 선왕인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왕위를 물려받게 된 황태자가 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슬픔과 자신에게 지워진 무거운 책임감으로 부르는 노래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바로 “I’ll walk with God”이라는 노래인데 연약한 인간의 힘으로는 한 나라를 통치하고 이끌어가는 것도 버겁고 또 이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사랑하는 여인과의 아픈 이별도 감당할 수 없는 참담한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가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이 노래의 1절의 가사는 이렇다.
I’ll walk with god. From this day on. His helping hand I’ll lean upon.
This is my prayer my humble plea. May the lord be ever with me.
There is no death though eyes grow dim. There is no fear when I’m near to him.
I’ll lean on him forever. And he’ll forsake me never.
He will not fail me as long as my faith is strong.
그분의 도움의 손길에 기대어 이제 나는 하나님과 함께 걸어가리라. 이것이 나의 기도이며 간절한 간구이기에 주님은 언제나 나와 함께 계실거야. 내 눈이 희미해져도 죽음이 아니듯 그 분 가까이에는 두려움이 없네. 영원히 하나님께 의지할 때 그분은 결코 나를 버리시지 않으며 내 믿음이 굳건할 때 하나님은 나를 저버리시지 않으신다.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고백이 담긴 이 노래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기도가 되었으면 좋겠다.
단순하지만 단호한 믿음이 그리스도인들의 매일의 삶에서 고백되고 실행된다면 아무리 혼란한 환경에서도 하나님은 이 나라를, 이 민족을, 내가 속해있는 공동체를 버리시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들의 믿음에 찌꺼기가 섞이고 변질되기 때문에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의로운 1인이 없는 현실이다.
2017년에는 그리스도인 모두가 하나님이 찾는 의로운 1인이 되기 위해 타협함이 없는 굳건한 믿음의 고백으로 산다면 내년에는 조금 다른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모두 하나님과 함께 걷는 한해를 되기를 소망해본다.
/ 최현숙 교수 침신대 피아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