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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 속에 숨겨진 이야기>유언이 찬송이 되다

김남수 교수 / 침신대 교회음악과

1858, 미국 필라델피아에 부흥운동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많은 시민들이 이 부흥운동에 동참했다. 예배당뿐만 아니라 호텔에서 또 극장에서까지 밤낮으로 집회가 열렸다. 곧이어 다른 지역의 사역자들과 평신도들도 모여들었고, 이러한 움직임은 급기야 북미대륙을 반세기동안 뒤흔든 부흥운동의 불씨가 됐다. 이 운동의 중심엔 29세의 젊은 설교자 더들리 팅(Dudley Tyng) 목사가 있었다. 그보다 더 뜨겁게 말씀을 전하는 사역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그의 복음전파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그가 필라델피아의 제인 홀”(Jayne’s Hall)에서 YMCA 기도회를 인도할 때, 5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석했다. 그리고 그의 설교가 끝나고 적어도 1000명은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헌신을 다짐했다.


며칠 후, 팅 목사는 말씀을 읽다가 바람을 쐬려고 밖으로 나갔다. 그는 가까운 농장을 걷다가 곳간에서 옥수수 껍질을 벗기는 기계를 돌리고 있는 노새를 보게 됐다. 그 광경에 흥미를 느낀 그는 가까이 다가가 노새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그 순간, 코트 소매가 톱니바퀴 사이로 끌려들어갔다. 그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한쪽 팔이 잘려나간 그는 이미 너무 많은 양의 피를 쏟았다.

죽음을 맞이하는 그의 머리맡에 가족과 의사 그리고 친구들이 모였다. 팅 목사는 그 와중에도 만세 반석 열리니 내가 들어갑니다를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극도로 쇠약해진 몸이 그의 의지를 따라주지 못했다. 그가 말을 하려하자 아버지 스티븐 팅(Stephen Tyng) 목사는 아들의 마지막 말을 듣기위해 귀를 기울였다. 며칠 전만해도 천여 명을 하나님 앞에 무릎 꿇게 한 아들 팅 목사는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이 말을 전해주세요(Tell them)

일어나라, 예수님을 위해 일어나라.(to stand up, stand up for Jesus.)

 

그리고 그는 숨을 거두었다. 젊은 팅 목사의 죽음은 많은 사람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줬다. 하지만 이 소식이 북미대륙에 퍼져나가고 부흥의 불길은 더욱 크게 타올랐다. 팅의 죽음을 지켜본 템플장로교회조지 더필드(George Duffield) 목사는 바로 다음 주일에 에베소서 614서서 진리로 너희 허리띠를 띠고 의의 호심경을 붙이고란 말씀을 가지고 설교를 했다. 그는 설교 마지막에 팅 목사의 유언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지은 시를 낭송했다. 모든 성도들을 감격에 젖게 한 그 시가 바로 우리가 즐겨 부르는 찬송 십자가 군병들아이다.

 

십자가 군병들아 주 위해 일어나

기 들고 앞서나가 담대히 싸우라

주께서 승전하고 영광을 얻도록

그 군대 거느리사 이기게 하시네

 

이 찬송은 십자가 군병들아 주 위해 일어나라고 명령하며 시작한다. 하나님을 따르는 성도를 마귀와 싸우는 군사로 비유한 것이다. 그래서 모든 절에 군사용어가 많이 사용됐다.

이 찬송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쟁의 시작부터 승리까지 묘사한다. 1절은 십자가 군병들에게 깃발을 들고 앞서 나가 담대히 싸우라고 격려하며 2절은 나팔소리를 듣고 즉시 싸울 것을 명령한다. 3절은 군사의 힘이 부족하니 주님의 권능을 믿으며, 복음의 전신갑주를 입고 충성을 다하라고 명령한다. 마침내 4절에서는 승전가를 부르며 주님과 함께 영원히 왕 노릇하게 될 것을 확신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21세기에 나타난 찬송시의 특징 중 하나는 배타적인 언어를 쓰지 않고 포괄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경에 쓰인 남성명사인 왕을 주인으로, 형제를 형제자매로, 아들을 자녀로 표현한다. 마찬가지로 전쟁과 관련된 용어와 군사용어를 배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찬송은 영적인 전쟁을 의미하는 탁월한 찬송으로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찬송의 곡조는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조지 웹(George Webb)이 작곡했다. 원래는 새벽이 오니 종달새가 노래하네라는 세속음악이었던 이 곡조는 여러 찬송에 붙여져 불리다가 1861년 윌리엄 브래드버리에 의해 십자가 군병들아의 가사에 맞추어 편찬됐다.

 

 

1. 십자가 군병들아 주 위해 일어나, 기 들고 앞서나가 담대히 싸우라

주께서 승전하고 영광을 얻도록, 그 군대 거느리사 이기게 하시네

2. 십자가 군병들아 주 위해 일어나, 그 나팔 소리 듣고 곧 나가 싸우라

수 없는 원수 앞에 주 따라 갈 때에, 주 예수 힘을 주사 강하게 하시네

3. 십자가 군병들아 주 위해 일어나, 네 힘이 부족하니 주 권능 믿으라

복음의 갑주 입고 늘 기도하면서, 너 맡은 자리에서 충성을 다하라

4. 십자가 군병들아 주 위해 일어나, 이 날에 접전하고 곧 개가 부르라

승전한 군사들은 영생을 얻으며, 영광의 주와 함께 왕 노릇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