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한국의 복잡한 상황을 간간히 듣고 있습니다. 기도가 필요한 곳이 너무나 많음을 봅니다.
유대인 친구들과 아랍마을
알리야(외국에서 이스라엘로 이민 온 유대인을 알리야했다고 표현하더군요)한 유대인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알리야해서 학교에서 일하는 미국출신 유대인, 아버지가 알리야한 러시아출신 2세, 독일출신 등 여러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커피를 한잔 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문자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아직은 조금씩 교제를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그런데 이들과 교제하는 중에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가 아랍마을에 사는 한 유대인 친구들은 목숨을 걸어야 제가 사는 집에 놀러올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저 스스로에게 깜짝 놀랐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랍 마을에는 주소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영어시험 신청도 은행에서 계좌도 후불제 휴대폰도 전부 주소가 있어야 합니다. 주소가 없다는 것은 이곳에서 정착할 수 없다는 의미였습니다. 아랍 마을 사람들은 사서함을 열어서 우편물을 받고 있더군요. 그런데 사서함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아주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아랍 마을에서 유대인 마을로 이사
그런 이유로 아랍 마을에서 그 옆에 있는 유대인 마을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라고 해봐야 10분 거리인데 사는 모양새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여기는 거리도 깨끗하고 집도 깨끗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유대인과 아랍인을 모두 섬기기 위해서는 결국 유대인 마을에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렇지만 아랍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주소가 없는 불편한 생활들, 그들이 당하는 불평등 등을 뒤로하고 도망가는 것 같아서 불편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 정착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유대인과 아랍인 모두를 섬기는 것으로 부름받은 분명한 부르심이 있다고 생각되어 이사하게 됐습니다.
이제는 일주일에 한번씩 10분 거리에 있는 아랍마을 슈퍼에 물건을 사러 갑니다. 그렇게 그들과의 교제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요르단인 목사님과 아랍인 대상 영어 클래스
요르단인 목사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요르단인이고 주로 팔레스타인 아랍인 사역이나 수단 난민 사역을 하는 분이십니다. 팔레스타인 아랍인 대상 영어 클래스를 운영하시는데 그 클래스에서 아랍인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특정 주제로 대화하는 반인지라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의 삶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게 됩니다. 대다수가 취업준비를 하는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입니다. 결혼에 대해, 꿈에 대해, 어린 시절에 대해, 지금의 정치적 종교적 상황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전부 무슬림들이라 이들과의 교제가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좀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히브리대 강사 P
히브리대에 강사로 온 P라는 미국친구와 히브리어 수업을 같이 듣습니다. P는 유대인이나 아랍인은 아닙니다. P는 미국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으나 지금은 신앙을 버렸습니다. P에게서 하나의 가능성을 봅니다. P는 히브리대 강사로 유대인 아랍인 학생들을 만납니다. P가 하나님을 깊이 만난다면 유대인 아랍인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P와 교제를 이어가고 좋은 소식을 전하기 위해 기도하며 애쓰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의 모습- 유월절과 독립기념일과 라마단
4월말에는 유월절이 있었습니다. 아랍마을을 제외한 모든 곳이 문을 닫았고, 버스도 트램도 다니지 않았습니다. 유명한 랍비가 나와서 사람들을 축복하는 큰 행사가 통곡의 벽앞에서 있기도 하였습니다.
유월절이라 누룩이 든 것을 먹지 않으므로 빵 대신 비스켓같이 생긴 무교병을 팔았고, 슈퍼에서도 누룩이 든 음식코너는 문을 닫거나 가려놓고 장사를 하지 않습니다.
5월초에는 이스라엘의 독립기념일이 있었습니다. 메모리얼데이와 독립기념일이 연달아 있었는데 전쟁이나 테러의 희생자들을 기념하고 다음날인 독립기념일에는 대대적인 축제가 있었습니다.
유대인들이 축제를 참 좋아하는 민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집집마다 이스라엘 국기를 걸어놓고 노래를 부르며 파티를 하고 폭죽을 터트립니다.
아랍인들의 명절인 라마단이 시작되었습니다. 더운 여름에 물 한방울 못 마시고 낮동안 굶어서 그런지 아랍인이 좀 까칠합니다. 곳곳에서 차로 빵빵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사소한 일에도 큰 소리가 나옵니다.
유대인의 두려움과 아랍인의 분노
얼마 전 16살 아랍인 여자애가 유대인 군인을 칼로 공격하고 그 자리에서 총에 맞아죽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실 2~3주에 한건씩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평화로워 보이는 이곳에 늘 죽음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영어클래스의 아랍친구들이 총을 20발이나 쏘아서 죽였다고 분노합니다.
그런데 군대를 다녀온 유대인 여자애를 만났습니다. 그 애는 아랍인이 자기를 공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어두워지면 학교 앞에서 걸어 다니는 것조차 두려워합니다. 군대에 있을 동안 언제라도 아랍인이 자신을 죽일 수 있다는 두려움이 마음에 심겨진 채로 전역하게 하게 된다고 합니다.
양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곳곳에 방탄유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 공존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평화를 바란다고 합니다. 모두가 샬롬을 외치고 모두가 샬롬으로 인사합니다. 그런데 정작 평화를 발견하기가 참 어려운 곳입니다.
새로 이사한 집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창문으로 예루살렘의 황금돔이 내려다보입니다. 그 황금돔을 보며 기도하는데 늘 이 땅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주십니다. 이 땅을 바라보시며 안타까워하시는 주님의 마음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점점 주님의 부르심이 더 선명해 집니다.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6:9)
기도제목
1. 날마다 말씀과 기도와 찬송의 자리에서 주님을 깊이 만나도록
2. 유대인과 아랍인을 향한 주님의 마음을 품도록
3. 히브리어와 아랍어와 영어의 진보를 주시기를
4. 다음 학기를 등록하고 비자를 받는 과정들에
주께서 개입해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