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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ICBM, 게임 체인저 기능 막으려면

정교진 박사의 북한보기-9

북한은 지난 74ICBM(화성-14,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다음날인 5일에는 발사장면과 단분리 과정을 녹화한 영상을 공개하며 재진입기술도 최종 확증했다고 하며 ICBM임을 주장했다.

미국도 발사 22시간 만에 틸러슨 국무장관이 ICBM이라고 공식성명을 내면서 북한의 핵무장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 규탄했다. 앞서,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은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기술을 김정은이 갖게 되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ICBM 발사 후에는 당장 전투태세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정치권에서도 인도적 예외조치를 제외하고는 북한과 모든 금융·무역거래를 끊어야 한다”(코리 가드너 미 상원의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우리 군 당국은 지난 514일에 시험 발사한 KN-17(화성-12)을 개량한 ICBM 급이라고 발표했다. 그 근거로, 미사일 탄두가 대기권에서 재진입과정에서 마하 24의 속도를 내야하고 그때 발생하는 7천도가 넘는 고열을 견뎌야 하는데, 북한의 미사일은 마하 20에도 훨씬 못 미치는 속도였고, 그 높은 고열을 견딜 수 있는 탄두 앞부분의 탄소섬유소재 기술력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G20정상회담차 독일을 공식방문,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와 만찬회담에서 북한의 ICBM 개발은 2년쯤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이 예상했다며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거의 ICBM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 정부 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도발수위가 높아진 만큼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해져야 하지만 제재와 압박으로 평화자체를 깨뜨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제재에 초점을 맞춘 미국과의 온도 차이를 보였다

 

만일, 문재인 정부가 북한 미사일을 미국처럼 ICBM이라고 규정했으면 어떤 입장을 취했을까? 문대통령은 과연 어떤 행보를 보였을까? ICBM으로 인정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야한다며 선제타격을 비롯한 실질적인 군사적 옵션은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취했다. 이제 사실, 미국도 선제타격이라는 군사적 옵션은 불가할 것이다. 북한 미사일을 ICBM이라고 규정, 레드라인(Red Line)을 넘었다고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미국으로서도 딱히 쓸 만한 카드가 없다.


ICBM은 사거리 5,500km이상으로 미국본토까지 날아간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삼아 미 정부가 공격적 군사적 옵션을 취하는 것은 현실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북한이 이번에 이동식발사대(TEL)보다 진전된 고정형 발사대에서 발사했기 때문이다. 이는 손쉬운 이동을 통해 발사장소를 수시로 옮기므로 공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을 역력히 보여준 것이다.

미국이 더 곤욕스러운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한 목소리로 북한 감싸기를 하는데 있다. 비록 중·러 정상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성명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를 표명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배한 것이라고 북한을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고 나섰다.


중국 시진핑은 쌍궤병행(한반도비핵화-북미간평화협상 동시진행), 쌍중단(북핵미사일도발-한미연합군사훈련 동시중단)을 재차 강조했고 러시아 푸틴은 단계론을 내세우며 대화·협상의 중·러 북핵타결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평화-안보 시스템 구축에 힘을 쓸 것이라고 했다. 그 말대로 오늘 새벽에 열린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미국 측의 대북군사수단도 포함한다는 것에 대해 중국 측은 대북 군사수단은 옵션이 아니다. 러시아 측도 군사수단은 용인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중국은 어느 때 보다 현재 미국에게 매우 심기가 불편해 있다. 사드배치문제 뿐만 아니라 얼마 전 미국에게 인신매매·은행제재·대만군사지원이라는 3연타를 연속으로 맞았기 때문이다신 냉전구도가 재편되는 양상이다. 북한은 이를 호기로 삼아 ICBM을 발사했다. 그것도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추어, 사세판단이 얄미울 정도로 빠른 김정은이다.


우리 문재인 정부의 스탠스는 어정쩡하다. 미국을 방문해서 미국과의 강력한 동맹을 외쳤지만, 행보에 있어서는 중국을 더 염두하는 것 같다.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라면서 말이다.

오늘 오후에 있을 한-중 정상회담을 염두 한 발언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대화입장을 견지한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의 북핵 타결 로드맵을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 제재에 비중을 둔 한미일 정상회담은 껄끄러울 수도 있다. 자칫하면, 미국은 독자행보로 북한과 직접 대화국면으로 돌파하려 할 것이다. 뉴욕타임지를 비롯한 미 언론들도 북핵 해법은 북한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는 판이다.


북한은 미국에게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고.”(조평통 성명). 또한 일부러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미사일 발사하면서 김정은은 대놓고 미국에 엄포를 놓았다.

앞으로 선물 보따리를 계속 보내겠다고 말이다. 여기서 북한이 말하는 적대청산은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넘어선 주한미군철수를 뜻한다. 만일, 북미양자대화가 진행된다면 이런 의제가 올라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왜냐하면,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을 힘 균형을 깨는 게임 체인저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ICBM 인정에서 오는 수순이다.


어느 때 보다 우리정부는 입장을 신중히 할 때이다. 미국과 등을 지고는 방법이 없다. 이번G20 정상회의가 고비가 될 것 같다. 중국은 북핵을 빌미로 미국에 회심의 한방을 날리려고 작심하고 있다. 계획대로 러시아도 끌여 들였다. 만일 덩달아 한국도 춤을 춘다면 미국의 입지는 매우 적어질 것이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

한반도에 최악의 위기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 만일, 한미동맹을 정말로 기치로 삼는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미국본토로 철수했던 전술핵무기의 재배치 선언이다. 문재인 정부는 신 베를린선언을 천명하지 못한 것에 아쉬워 할 때가 아니다. 신 냉전구도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올바른 사세판단이 무엇보다 시급한 지금이다.

 

침례교통일리더십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북한통일연구센터

연구교수

ezekiel91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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