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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iday Blues

가정회복-16

11월에 추수감사절을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접어드는 12월과 연말의 분위기는 우리를 한층 들뜨게 한다. 라디오에서는 크리스천 방송이든 아니든 연달아 캐럴이 흘러나온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모든 것들을 감사하는 추수감사절이나 예수님의 탄생을 기억하고자 하는 크리스마스가 극단적인 상업화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과 자각의 목소리가 일기도 하지만, 연말의 들뜬 분위기는 대부분 설렘과 기대를 동반한다. 가족모임, 선물, 송년회 등 각종 모임과 행사들로 정신없도록 분주하게 보내는 달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연말은 상담기관들도 비교적 조용해지는 때이기도 한다. 하지만 묘하게도 이런 공휴일의 앞과 뒤로는 더 심해진 우울증, 불안증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거나 위기상담을 요하는 내담자들로 긴장해야 하는 때이기도 하다. 일명 Holiday Blues, 즉 명절과 휴일의 기간 동안 사람들이 우울증과 불안증 등의 정신적 문제에 시달리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기쁨으로 들뜬 축제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런 명절이나 공휴일이 정신적 증상들의 계기가 되는 것이다.


UC Davis의 정신과 및 행동과 학부에 있는 Robert Bales 교수는 명절 우울증의 증상과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먼저 명절 우울증의 증상들을 보면 기분이 가라앉고 슬프며,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고 관심조차 없는 무기력감에 시달린다. 입맛이 급격히 저하되거나 아니면 평소보다 지나치게 과식을 계속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불면증이나 수면과다, 불안감, 에너지 저하, 자신감 저하, 집중력 저하, 성욕의 저하 등 일반적인 우울증의 증상을 수반한다. 생각이 분명하지 않고 멍하며, 이유 없이 실제로 몸이 자꾸 아프기도 하고, 심한 경우 죽음이나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들이 심해져서 정상적인 생활에 자꾸 방해가 되면 의사나 상담가를 찾아 도움을 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증은 눈에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는 증상이지만 때로는 죽음도 부를 수 있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에 정신적 증상들이 더욱 심해져서 상담소 및 정신과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이 명절과 축제의 기간에 오히려 상대적인 박탈감과 외로움에 젖어있는 것을 본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친지들을 만나고, 자신이 어떻게 지내는지 설명해야 하며 잘 지내는 듯 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성공담을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결혼이 늦어지는 싱글들은 배우자감이 아직도 없냐는 똑같은 질문을 수백 번도 더 듣는다. 그 사이 이혼을 했다거나, 직장에서 해고됐다거나, 자녀가 속을 썩여 가출을 밥 먹듯 하기 라도 한다면 아예 가족모임, 친구 모임에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기 마련이다. 더구나 최근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거나 연인과 헤어지기라도 했다면 그 그리움과 슬픔이 배가 되기도 한다.


Robert Bales 교수는 Holiday Blues의 몇 가지 원인을 명절을 기해 우리의 생활리듬이 깨어진데서 기인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수면시간의 변화로 유독 피곤하고 기분이 저하될 수도 있다. 두세 시까지 늦도록 공부하고 늦게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대학생 자녀가 명절에 집에 돌아와 갑자기 12시 전에 잠들고 일찍 눈을 뜨면, 비슷한 시간을 자도 피곤하기 마련이다. 미국 서부에서 동부로 올 때 겪는 것과 맞먹는 시차 적응 중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면시간의 변화 외에도 갑작스러운 과식, 과음, 과로, 수면부족, 운동부족 등이 피로로 이어지고 우울감과 불안감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술을 먹으로 기분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알코올은 우울증을 더 심하게 한다.


미리 명절을 준비하지 못해서 쇼핑과 손님맞이, 연말모임, 각종 행사로 막판에 이리 뛰고 저리 뛰다보면 그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조용하게 스스로를 돌보고 쉬는 시간이나 하나님과 보내는 묵상의 시간도 적어지기 마련이고 이 또한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주는 원인이 된다.

그 무엇보다도 Holiday Blues, 명절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감이다. 내가 그 동안 무엇을 이뤘어야 했고 얼마나 성공적이어야 했는지에 대해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다 보면 자연스레 실패감도 커져간다. 더 성공적이지 못하고, 더 이루지 못하고, 더 아름답지 못하고 더 똑똑하지 못했던 내가 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더욱 작아져 보이는 것이다.


완벽한배우자, 아이들, 부모에 대한 기대감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가족들의 약점과 문제들을 두드러져 보이게 한다. 내게 자랑거리가 되어야 할 가족이 더 초라하고 모자라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부족한 나나 우리 가족이 문제의 핵심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리의 비현실적인 기대가 우리 스스로를 작아지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우리의 기대를 가장 실망시키는 사람은 이 크리스마스 시즌이 참 주인공인신 예수님일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행복을 완벽하게 책임져야 하는 왕이 보잘 것 없는 집안에서 나셨고, 더구나 가축들의 밥통을 침대 삼아 누우셨다. 가까이 해야 영양가 없고 비선실세와는 거리가 먼 목자들의 경배를 받으셨다.


그 분을 따르고 추앙하던 수많은 무리들이 마지막에는 실망으로 돌아서서 십자가에 못 박으라 외쳤고, 가족이며 동지 같던 제자들도 배신하고 도망쳤다. 무엇하나 그럴듯한 업적을 남긴 삶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당할 수 있는 가장 치욕적이고 비참한 모습으로 처형당하셨다. 그런데 이렇게 인간적으로는 초라해 보였던 예수님이 결국에 가망 없는 우리를 살리신 것이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은 우리의 실패와 부족함을 되새기기 쉬운 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모습으로 가장 위대한 일을 이루신 그 주인공을 기억하는 순간 우리의 패배감은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의 부서짐이 예수님이 우리에게로 오신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실망과 자괴감이 우리 자신에게서 예수님에게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되어 진정한 의미의 기쁨과 축제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심연희 사모

RTP지구촌교회(미주)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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