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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는 글을 써야한다

나는 요즘 글을 쓰고 싶다. 특별한 경험이나 의미 있는 삶의 흔적을 글로 남기고 싶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쉽지 않다. 현대는 지식 기반 사회로 말과 글이 넘치는 사회라고 한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글들이 이미 쓰여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지 필요한 글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굳이 내가 또 글을 써야 하는가? 라고 자문하면서 글 쓰지 않는 것을 합리화했다. 또한 글을 잘 쓰고 싶은 바람이 글 쓰는 것을 망설이게 했다. 내 마음 속에 있는 모든 것을 문자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글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쓰는 것도 의외로 어려웠다. 그뿐만 아니라 글을 쓸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다른 일을 할 시간은 있는데 앉아서 글 쓸 시간은 없다.


글 쓰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렇지만 목사는 글을 쓰면서 살아야 한다. 구약성경에서는 하나님이 모세에게 직접 글을 써 주셨다. 그게 바로 십계명의 돌판이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직접 신약성경을 기록하진 않았지만 제자들을 통해 신약성경을 쓰게 하셨다. 신약성경의 절반을 기록한 사도 바울은 말주변은 별로 없었지만, 그의 글은 무게가 있고 힘이 있었다고 한다. 세상의 많은 유력한 사람들은 자신의 이론이나 주장을 글로 남겨 놓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글을 읽고 교훈을 얻으며, 현재의 삶을 한걸음 더 발전시켜 나간다


나는 아내 이승혜 사모의 외조부 김좌순 교역자의 목회사역 흔적을 찾기 위해 총신대학교 도서관에서 1919년부터 1932년까지의 기독신보를 3일 동안 읽었다. 기독신보에서 그와 관련된 기사 5건을 찾았다. 그 중에는 평양신학교 입학, 부흥회, 남대리(Leroy Tate Newland) 선교사 조선선교 20주년 기념예배 등의 사진과 글들이 있었다. 나는 김좌순 교역자의 글들을 보면서 1932년에 별세하신 그 분을 만난 것 같은 감격이 있었다. 그때 자신만의 글을 쓰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그동안 나에게 글을 써 달라고 요청해오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글 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글을 써야만했다. 부담감이 많았지만 글 쓰는 과정을 통해 여러 가지 유익이 있었다.


먼저 글을 쓰면서 내 생각들을 정리하는 기회가 마련됐다. 어느 것은 잘 정돈돼 있는가하면 어느 것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내 안에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감정의 조각들을 문자로 표현함으로써 내면을 더 말끔한 모습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또한 생각을 정리하니 마음에 여유로운 공간이 생겼다. 글쓰기 과정의 사색은 내면의 고민과 갈등을 해소시켰다. 그리고 내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파악하게 되고, 주제에 대한 이론적 토대와 구조를 갖게 해 논지가 보다 더 분명히 확립되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힘이 들더라도 글을 쓰면서 살려 한다. 목사는 글을 쓰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 분명해진 셈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리고 목사는 어떤 글을 써야할까? 우선 마음의 중심으로부터 나오는 글을 써야 할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설명하기 보다는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생수를 문자화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니까 평소 마음에 어떤 감동이 있을 때 그것을 즉시 문자로 기록하는 습관이 필요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내용이 잊히고 감동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어떤 확신과 굳은 결심들이 생긴다면 그 역시 바로 글로 써서 보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글을 써야한다. 자신과 의견이 다를지라도 진심이 담긴 글을 보면 서로 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과 몸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글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교제하고 그들을 신앙의 길로 인도하려는 삶이 습관화돼 간다면 참으로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목회자들이 설교원고를 작성할 때 성령께서 허락하시는 마음의 감동을 자신의 글로 쓰는 일도 소중하게 생각된다. 그러니까 목사는 자신의 마음의 글을 쓰면서 살아야 한다

 

디지털 시대인 요즘은 예전과 달리 사람들이 긴 글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글을 쓰면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카톡 글까지 대필할 정도로 긴 글에 대한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에 우리는 소중한 유산인 글쓰기를 소홀히 해 왔다고 여겨진다. 기록된 말씀과 소중한 유산을 회복하기 위해서 목사인 나는 다시 글을 써 보려고 한다.

목사는 글을 써야한다. 자신의 글을 써야한다. 자신의 마음의 글을 써야 한다. 자신의 마음의 글을 지속적으로 써야한다.


김만섭 목사 / 영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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