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900달러의 세계 최빈국의 캄보디아, 그 캄보디아에서도 가장 낮은 자들의 땅이 있다.
쓰레기더미 위에 얼기설기 지은 판잣집 위에 하루 한 끼도 먹지 못해 배고픔의 눈물을 흘리고, 깨끗한 물 한 잔 조차 구하기 힘든 세상의 끝, 너무나 당연한 것이 사치인 이곳은 수도 프놈펜 최대의 빈민가 ‘언동마을’이다. 아이들조차 쓰레기를 뒤져 고물을 줍고, 시장에 나가 야채를 팔고 그도 아니면 술집을 전전해야만 하루를 연명할 수 있다. 이 아이들의 세상에는 책도, 장난감도, 공부도, 학교도 없다. 꿈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이름도 낯선 한국이란 곳에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더 이상 아무도 돌보지 않는 버려진 이 땅 위에, 이 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학교’를 세웠다.
학교 이름은 ‘희망학교’이다. 이곳에서 한국인 임만호 교장 선생님과 캄보디아 빈민촌 아이들은 서로에게 다시없을 진정한 인생의 학교를 만나게 된다. 어린시절 진학의 어려움을 겪었던 임선교사는 글을 모른 채 아동노동에 시달리는 캄보디아 언동마을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고자 희망학교를 설립했다. 이후 초등학교 1회 졸업생을 배출하지만 아이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진학을 포기했다.
각고의 노력으로 2008년 신축 중학교가 지어질 무렵 임만호 선교사는 파킨슨병을 앓게 되고 2012년에는 맏아들을 교통사고로 잃는다. 꿈과 희망을 나누고자 했던 곳이 시련과 절망의 땅이 됐지만 임선교사는 불편한 몸으로 여전히 아이들 옆을 지키고 있다.
임선교사가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노동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아이들이 학교를 통해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구체적인 꿈들을 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6년 9월 6일 제1회 고등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17명의 졸업생중 12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기록된 이 다큐멘터리는 캄보디아 빈민가의 아버지 임만호 선교사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키워가는 아이들의 삶을 학교를 중심으로 기록한 영화이다. 임선교사는 “소명으로 세상 끝, 가장 낮은 곳으로 왔다”며 삶이 곧 전쟁터인 언동마을에서 자신이 찾은 희망의 길은 아이들이었고, 학교였다고 고백한다. 그 과정에서 자식을 잃고 자신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병에 걸렸지만 그는 이 사역을 통해 가장 큰 은혜를 입은 이는 어쩌면 바로 자신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나현태 감독은 자신이 출석하는 광염교회 담임목사인 조현삼 목사의 권유로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 조목사가 자신에게 여러 곳을 소개해줬지만 그중 가장 마음이 가는 곳이 바로 캄보디아 희망학교였다.
매주 교회 가는 것에 감사함과 예수님을 구주로 고백하는 기독교인으로서의 자존감을 잃어가는 이 땅의 크리스천들이 임선교사와 캄보디아 아이들의 삶을 보면서 나 자신도 내가 있는 곳의 호프맨이 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마음 속 깊숙이 새기길 바란다는 것이다.
오는 11월 16일 개봉하는 ‘아이엠호프맨’은 필름포럼과 노원 롯데씨네마에서 상영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더 많은 상영관을 확보해 관객들을 앞에 나설 예정이다.
범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