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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제재 대응책, ‘만리마선구자대회’

정교진 박사의 북한 바로보기 - 20

김정은이 지난달 10월부터 적극적인 민생행보를 하고 있다.
어제 15일에는 평남 강서군의 금성트랙터공장을 시찰했다. 새로 나온 신형 트랙터 천리마-804호에 대해 “사회주의 수호전의 철마다”라고 하면서 “천리마-804호 뜨락또르 생산으로 만리마시대를 빛내어가고 있다”며 치하했다고 한다(만리마운동을 부르짖는데, 천리마라고 이름 붙여진 트랙터는 난센스다). 김정은이 트랙터 공장에 내린 교시는 생성공정 자동화(CNC화) 및 공장 시설 현대화였다. 2014년에 가라앉았던 김정은의 지도자 이미지인 ‘CNC화의 영재’가 부활할 전조인 듯싶다.


최근에 북한 전역에서 동일하게 외치는 구호는 ‘만리마시대’이다. 그 결정판은 다음달 연말에 평양에서 열리는 ‘만리마선구자대회’이다. 북한은 이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총비상이 걸렸다. 김정은은 지난 10월 7일, 당중앙위원회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이것에 대한 강력한 지침을 내렸다. 이 대회를 고무추동하기 위한 선전선동활동인 음악종합무용공연이 ‘강원도정신’의 대표적 지역인 원산에서 지난 9월 13일 첫선을 보였다. 이 공연팀은 대회가 개최될 까지 전국을 돌면서 순회공연을 할 것이다.
‘강원도정신’은 곧 자력자강을 뜻하는 것으로 김정은이 작년 12월 원산군민발전소 시찰시 강조한 것이다. 또한, 김정은은 올해 1월 25일에 이 강원도 정신의 전지역 확산화라는 목표아래, 12월에 ‘만리마선구자대회’ 개최를 지시했다. 당중앙위원회 보도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그것을 확인해준다.


“강원도정신으로 사회주의 강국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자력자강의 영웅신화를 창조해 나가고 있는 우리 인민의 비상한 애국열의와 앙양된 투쟁기세를 더욱 고조시키기 위하여 올해 말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만리마선구자대회를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  이 대회는 김정은 정권이 내세운 핵·경제병진노선에서 경제 강국으로 도약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곧 자력자강으로 김정은의 핵도발로인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 굴하지 않고 견결히 버텨내겠다는 의지표명이다. 지난달 당 2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올해 미제와 그 추종세력들의 가중되는 제재 속에서도 나라의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으며 그 위력으로 인민경제가 장성했다”, “적들이 그 어떤 제재를 가해온다 해도 나라의 경제구조가 자립적으로 완비되어있고 그 튼튼한 토대가 있는 한 우리의 앞길을 능히 개척할 수 있다는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오늘의 조성된 정세와 현실을 통해 우리 당이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로선을 틀어쥐고 주체의 사회주의한길을 따라 힘차게 전진해 온 것이 천만번 옳았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데 확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제재에 대한 혁명적 대응전략을 제시하며 그 실현을 위한 인민경제 부문별과업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물론, 여기에는 김정은의 연막전술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민을 위한 멸사복무이다. 즉, 사회주의경제강국건설을 통해 인민들을 환하게 웃게 해주겠다는 선언이다. 김정은은 황금산, 황금벌, 황금해가 사회주의경제강국의 상징이라고 하면서 그 진의미는 인민의 기쁨, 인민의 행복, 인민의 웃음이라고 했다. 즉, 만리마선구자대회를 개최하기 위한 전지역, 전인민의 총돌격전은 김정은의 인민을 위한 ‘인민대중제일주의’이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만리마라는 말도 안돼는 속도전으로 인민들을 뼈골 빠지게 하면서 말이다.


이달, 13일자 노동신문에만 속도전과 관련된 기사(사설1, 정론1)가 무려 23개나 됐다. 기사들은 다양한 각 부문에서의 총돌격전의 모습을 알려주고 있는데, 공통점은 김정은의 교시가 꼭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경제강국건설에서 전환의 돌파구를 열자면 전력, 석탄, 금속공업과 철도운수부문이 총진격의 앞장에서 힘차게 내달려야 합니다”(자력자강의 위력떨치며 힘차게 전진), “도로건설과 관리를 잘해야 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인민들의 생활상편의를 보장할 수 있으며 국토의 면모도 일신할 수 있습니다”(연 1천여리 도로를 건설 및 기술재건) 이는 무엇을 가리키는가? 만리마시대 달성의 치적을 오롯이 김정은에게 돌리려는 수작이다. 북한주민들은 혹한기에 극심한 노동에 시달릴 것이 뻔하다.


영국의 위험분석 자문회사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는 8월에 ‘현대노예제도지수(2017 Modern Slavery Index)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북한을 ’최악의 노예노동국’으로 지목했다. 그 근거는 바로 ‘만리마 운동’일 것이다. 김정은은 김일성이 1956년, 소련의 스타하노프운동을 본따 처음 제창한 ‘천리마운동’을 작년 5월 제7차 당대회에서 ‘만리마운동’으로 개명하였다. 10년을 1년으로 주름잡아 달리는 만리마 시대를 열었다고 자평하면서 김정은은 북한주민들로 하여금 희생적인 만리마의 영웅들이 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노동신문 13일자 기사 중, “연 1천여리 도로건설 및 재건”의 내용 중에는 “홍원군의 일군들과 근로자들은 종전 같으면 6개월은 걸려야 한다던 어느 한 령의 굴간포장도로구간의 대보수공사를 단 45일 만에 결속했다”고 선전했다. 홍원군의 일군들을 만리마 영웅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는 충성경쟁을 부추기는 고도의 전술이다. 
올 연말에 평양에서 개최되는 ‘만리마선구자대회’를 행복 넘친 인민의 웃음소리가 사회주의강국의 승리의 축포성으로 높이 울려 퍼질 그날이라고 북한은 대대적으로 선전하지만 이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북한 전역에서는 인민들의 피눈물이 겹겹이 쌓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