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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

이제껏 다뤘던 경계선적 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의 특징 중에 한 가지는 극단적인 완벽주의(perfectionism)이다. 완벽주의는 성격장애뿐 아니라 우울증과 불안증의 기저에 뿌리 깊게 자리하는 메커니즘이다. 우리들 대부분이 완벽하고 싶어하고 완전을 추구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부족함 때문에 갈등하고 슬퍼한다. 불안해한다. 긍정적인 면을 본다면 완벽을 추구하는 경향 덕에 우리는 발전할 수 있고 일의 성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완벽주의의 성향이 너무 심해서 자신의 생활과 대인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되면 다시 한 번 그 생각의 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B씨가 상담소를 찾은 것은 간신히 찾은 아르바이트에서 다시 해고되면서였다. 그는 이번에 시작한 직장에 나가면서 간단한 일부터 배워가기 시작했다. 상사가 주는 서류들을 복사하는 것을 포함해서 잔심부름을 하는 것도 주어진 일의 하나였다. 그런데 서류를 복사할 때, 그 서류들이 조금이라도 구겨져 있으면 신경이 곤두섰다. 구겨진 종이를 한 장씩 일일이 문질러 펴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간단한 일을 시켜서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자 결국은 직장에서 쫓겨나게 됐다. 다른 직장을 구하는 동안 B씨는 전문적인 지식을 더 쌓아야겠다는 결심으로 학교에 들어간다.


그런데 산더미 같은 숙제를 앞에 두고 느껴지는 부담감은 생각보다 거대했다. 주어진 과제를 모두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눌려 아예 손도 대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이제 자신이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자괴감으로 괴로워했다. 사람들이 자기가 얼마나 이상한지 수군거리는 말이 다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더 바깥출입이 줄었고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상황을 가능한 한 피했다.
그러나 어쨌든 먹고살려면 일자리를 구해야 했고, 이를 위해 인터뷰를 해야 했다. 이때 인터뷰 전에는 배가 심하게 아프든지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아예 나가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인터뷰에서 질문에 완전하게 대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B씨의 지능을 압도하기 마련이었다.
아르바이트에서의 문제나 학교에서의 상황, 그리고 인터뷰에서의 어려움이 다 각각의 문제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에서 B씨가 보였던 비효율적인 업무능력이나 불안감의 문제는 하나의 뿌리에서 기인한다. 일을 효과적으로 해내는 데에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을 너무 완벽하게 해내려는 의도에서 시작된다. 종이는 완벽하게 펴져 있어야 하고, 숙제는 모두 끝내야 했다. 인터뷰의 질문도 한 치의 오차 없이 매끄럽게 대답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을 칭찬해야 한다. 그 기대에 못 미치는 모든 결과들은 다 실패이다. 그대로 해내지 못하는 나는 결국 실패자이다.


이런 문제들은 꼭 성격장애, 우울증, 혹은 불안증을 경험하는 일부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모두가 종종 완벽주의라는 틀에 갇혀 실패감을 맛보는 데서 자유롭지 못하다. 완벽주의가 자신을 발전시키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되기보다는 자신과 남을 판단하는 족쇄가 된다. 완벽주의에 젖어있을 때는 스스로만 자책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생각의 틀에 비춰볼 때 다른 사람이 모자라는 부분도 점점 커져 보이기 마련이다.
B씨 역시 가는 직장마다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자신이 완벽하게 일을 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동안 일을 대충대충 하는 사람들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구석에 모여 수다를 떠는 다른 직원들이 꼴 보기 싫어졌다. 많은 동료들이 일은 안 하고 사교나 정치적인 면에만 신경을 써서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일은 똑바로 못하면서 몰려다니며 다른 사람들 흉만 보는 것 같아 그들이 점점 미워지기만 했다. B씨에게는 자신뿐만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 모두가 낙오자였다. 스스로 완벽해지려는 몸부림은 우리를 더 큰 실패감과 자괴감으로 몰아넣는다. 하나님께서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롬3:10)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셨다.
바울도 “우리는 나으냐”라는 질문에 “결코 아니라”라고 모두가 죄아래 있음을 고백한다(롬 3:9). 하나님께서는 이미 알고 계셨다. 우리 중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하나님께서 우리를 만드신 목적에 못 미치는 존재라는 것을. 그래서 예수님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상담소에 오는 B씨에게는 다른 종류의 과제를 내주었다. 완벽하지 않는 연습을 하도록 했다. 그가 해야 하는 일의 70%만 해오도록 하는 것이었다. 100%를 다 해오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 다음에 만났을 때 그가 말했다. 70%만 해야겠다고 생각하니 시작이 쉬워졌고, 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하게 됐단다. 그리고 70%만 해도 하늘이 무너지지 않더라고 고백한다. 완벽이 목표가 아니고, 할 수 있는 일을 그때그때 열심히 해나갈 때,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


완전히 기대치가 아닐 때 다른 사람이 어지간히만 일을 해내도 대견해진다. 스스로에게나 다른 이들이 한 일을 보며 잘했다고 기뻐하고 격려하고 우리 모두는 더 많은 일들을 해나갈 힘을 얻는다.
어쩌면 하나님께서는 이미 99%의 일을 하고 계신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1%의 순종일 수도 있다. 100%를 내가 하려고 하지 않으면 그 한걸음을 내딛는 것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완벽하게 다 하려는 생각의 틀을 바꾸면 비로소 다른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완벽을 내려놓으면 완벽하신 하나님을 만난다.


심연희 사모
RTP지구촌교회(미주)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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