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그리스도인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양극성 장애를 안고 있다. 금방이라도 “주님을 위해서 목숨까지도 내놓을 수 있다”는 과대망상에 빠지다가도 “나는 주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피해망상에 빠진다. 베드로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자화상이다. 혹 우리 중 나를 포함한 누구는 주일에 교회에서 눈물 흘리며 부르는 찬양으로 예수님에 대한 사랑과 충성을 증명해 보이다가도 평일에는 이런저런 핑계와 이유로 차디찬 눈빛과 굳게 닫힌 마음 문으로 예수님을 대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그가 신앙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자신의 그런 이중적 모습에 괴로워할 것이다. 그러나 전혀 괴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그가 아무리 주일성수를 철저히 하는 그리스도인일지라도 그는 양심도 없고 신앙도 없는 유사 그리스도인일 뿐이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실패와 좌절 때문에 갈릴리 바다 옛 생활로 돌아간 베드로에게 찾아오신 것처럼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가 이장렬 교수에 의해 양극성 신앙장애를 앓고 있는 우리에게 찾아왔다. 주님 앞에서 다시 서고 싶으나 실패와 좌절로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그리스도인들, 주님을 사랑하지만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괴로워하는 양심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책은 예수님처럼 희망을 주고 있다.
책은 신약학 교수인 저자가 요한복음 21장을 묵상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때문에 저자의 깊은 묵상에서 우러나온 그의 영성과 학문의 깊이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자신이 주님을 사랑하는 것보다 주님이 자신을 얼마나 어떻게 더 사랑하고 계시는지 깨닫게 된다. 또한 주님의 사랑 때문에 내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존재 이유와 목적을 깨닫고 용기를 갖게 된다.
이 책이 주는 장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생생한 영상적 이미지로 서술되어 있기에, 독자는 자신이 갈릴리 바다에서 직접 베드로와 예수님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또한, 저자의 탁월한 요한복음 21장 설명과 깊이 있는 묵상은 요한복음을 어떻게 관찰하고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석학적 열쇠를 제공한다. 그는 요한복음 21장을 요한복음이라는 전체의 한 부분에서 조명하며 서술하고 있다. 본문을 떠난 무모한 경건이란 그의 글에서 찾아볼 수 없다.
책 구성적인 면을 보더라도 신선하다. 저자는 요한복음 21장에서 21개의 개별 묵상을 찾아냈다. 21장이 베드로에 관한 에필로그지만 베드로가 주인공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베드로를 찾아오신 부활하신 예수님임을 강조하는 그의 주장에서 요한복음의 기록목적인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요 20:31)을 잘 반영하고 있다.
책을 통해 우리는 나 자신을 찾아오시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 그 예수님은 그냥 나와 함께 “식사 한번 하자”고 말씀하시는 분이 아니다. 나를 일으켜 세워 다시 사명을 감당하도록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부활의 능력으로 오시는 분이시다. 책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베드로와 비슷하고 다른지 대입하면서 저자의 21개의 묵상을 따라가 보라. 그리고 저자가 마지막으로 찬송가 94장 “주 예수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를 부른 것처럼 그 찬송을 따라 부르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요단출판사 권혁관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