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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서 기독론:로고스 기독론(2)

신약성서에 나타난 신학 산책

필자는 요한복음을 토대로 요한의 기독론적 교훈에서 로고스 기독론에 관한 신학적 해설을 시작했다. 

지난 호에서는 요한이 헬라인에게도 익숙하고 헬라계 유대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단어인 ‘로고스’(말씀)를 사용해 예수 그리스도의 근본적 존재성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과 요한복음서 시작의 첫 소절(요 1:1a)부터 그 로고스의 존재론적 영원성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제시했다. 


요한은 만유의 기원과 관련해 헬라인들의 오래된 질문에 대해 그 자신의 대답을 명료하고도 분명하게 제시했다. 요한에 따르면, 그 로고스는 태초 이전부터 이미 존재하고 있었으며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그 로고스의 창조 활동으로 말미암아 존재하게 되었다. 이것은 사도 바울이 하나님의 아들의 근본적인 존재성에 관해 “모든 피조물보다 먼저 나신 이”(골 1:15)라고 표현한 것과 동일한 의미를 나타낸다. 바울은 하나님의 아들은 “만물보다 먼저 계셨다”(골 1:17)라는 것과 “만물이 다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해 창조되었다”(골 1:16)라고 말했는데, 그것은 그 로고스의 영원한 존재성과 창조주 되심에 관한 요한의 교훈(요 1:1~3)과 같은 의미를 나타내는 교훈이다.


요한은 그 로고스의 영원한 존재성에 이어서 둘째 소절에서 그 로고스의 또 다른 신비한 존재성 곧 삼위일체의 중심적 국면인 아버지와 아들의 완전한 연합에 관해 선언한다: “그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요 1:1b). 이 소절에서도 헬라어 동사 ‘에이미’(영어의 be동사에 해당함)의 미완료 시제가 사용됐다. 

요한은 그것을 통해 태초 이전부터 존재하고 계셨던 그 로고스가 가진 하나님과의 특별하고 고유한 관계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 소절에서 사용된 헬라어 전치사 ‘함께’는 일반적으로 단순한 동반자 관계의 의미(with)로 사용됐다. 


잠언 8:30에는 지혜가 창조의 동반자가 되어 하나님 ‘곁에’(beside) 있었다고 언급된다. 그러나 요한에게 있어서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라는 말은 단순한 동반자 관계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완전한 연합의 관계를 나타낸다. 요한은 그의 복음서 전체를 통해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온전하고 완전한 연합의 관계를 강조했다. 

하나님의 아들의 공생애 사역에 있어서 아버지와 아들은 완전히 하나가 되어 행동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해야 할 일을 가르쳐주고 또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공급해주셨다. 그래서 아들이 하는 일은 곧 아버지가 하는 일이 된다. 아들이 하는 일이 근본적으로 아버지가 하시는 일이라는 점에서 예수님은 “나와 아버지는 ‘우리는 하나다’”라고 선언하셨다(요 10:30).


요한복음서에서 예수님은 특히 고별 강화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완전한 연합을 강조한다. 성육신하신 하나님의 아들은 이제 십자가에 올리어지는 죽음과 부활을 통해 그를 보내신 아버지께로 돌아가시는데, 아들이 아버지께로 돌아가면 아버지와 아들의 하나 됨이 완성된다. 


아들의 공생애 기간에도 아버지와 아들은 ‘하나’로 연합하여 행동하셨지만, 아들의 성육신이 가진 시간과 공간의 한계로 인해 그 “하나 됨”은 제한성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아들의 돌아감을 통해 아버지가 아들 안에 있고 또 아들이 아버지 안에 있는 신비한 연합의 관계가 완성된다(요 14:10~11; 17:21~23). 그래서 그 때가 되면 아들을 보는 자는 아버지를 보는 것이며 또 아들을 믿는 자는 아버지를 믿는 자가 된다(요 14:9). 예수님은 그의 공생애 기간에 그 자신이 혼자가 아니며 자기를 세상에 보내신 아버지가 늘 자기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계속해서 부각시켰다(요 8:16, 29, 42). 그의 공생애 사역의 목적은 바로 이 진리를 전파하기 위한 것이다(요 :18). 예수 그리스도와 유일하신 참된 하나님 사이의 이러한 고유하고 특별한 관계를 깨달아 아는 것이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이다(요 17:3).


예수 그리스도라는 존재로 성육신하신 그 로고스는 이와 같이 창세 이전부터 하나님과의 완전하고 신비로운 연합의 관계를 이루면서 존재하고 계셨다(요 17:5). 

요한은 아들과 아버지 사이의 이 삼위일체적인 연합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나님에 대한 로고스의 이 고유한 연합의 관계성을 강조하기 위해 다음 절에서 다시 한 번 그 연합을 언급한다: “그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요 1:2). 그 신비의 로고스는 성육신하여 “나사렛 예수”라는 역사상의 한 인간으로 나타나셨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근본적인 존재성은 그가 창조 이전부터 하나님과 함께 계시던 존재이며 하나님과 완전히 연합된 삼위일체의 존재성을 가진 존재라는데 있다. 


요한은 이 구절의 마지막 소절에서 그 로고스의 영원성과 하나님과의 완전한 연합의 관계성을 포함해 그 로고스의 “신적인 존재성”(신성)을 선언한다: “그 말씀은 하나님이셨다”(요 1:1c). 이 소절에는 ‘하나님’과 ‘말씀’이라는 두 명사가 헬라어 동사 ‘에이미’(미완료 시제) 사이에 위치해 있다. ‘하나님’은 관사 없이 ‘에이미’ 앞에 위치한 반면, ‘말씀’은 관사와 함께 뒤에 위치해 있다. 그런 구문에서는 일반적으로 관사를 가진 명사(“그 말씀”)가 주어이며 관사가 없는 명사(‘하나님’)는 술어로 사용된다. 그래서 이 소절은 “하나님은 그 말씀이셨다”가 아니라 “그 말씀은 하나님이셨다”라고 번역하는 것이 문법적으로 타당하다. 다만 요한은 ‘하나님’을 관사 없이 그 소절의 맨 앞에 위치시킴을 통해, 그 로고스의 근본적 존재성을

“하나님과 동등한 존재”로 나타내며 또한 삼위일체라는 신학적 표현을 사용한다면 “하나님과 동일본질을 가진 신성의 존재”라는 것을 부각시켰다. 

그래서 이 셋째 소절에서 ‘하나님’이 관사 없이 사용된 것에 주목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한의 신학에서 ‘하나님’이 관사와 함께 사용될 때는 요한이 궁극적으로 제시하려는 “유일하신 참된 하나님”“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이 신비하게 연합된 삼위일체의 하나님”을 나타낸다(요 17:3; 20:28). 그래서 여기서 ‘하나님’이 관사 없이 사용된 것은 로고스와 하나님의 동일성 곧 “그 로고스가 그 하나님이다”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로고스”는 하나님과 동일한 존재성을 가진 “신성의 존재”(하나님)라는 것을 나타내려는 요한의 신학적 의도를 반영한다. 

이 소절(1:1c)은 유대교의 어떤 지혜 전승이나 토라 전승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요한의 놀랍고도 중대한 선언이다. 이것은 로고스가 하나님과 함께 계시는 완전한 연합의 존재라는 것을 넘어서서 로고스는 하나님과 동등한 존재 혹은 하나님과 동일본질을 가진 신성의 존재라는 로고스의 신적인 존재성에 대한 선언이다. 

요한은 이 소절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는 그의 성육신 이전의 근원적인 존재성에 있어서 하나님 자신의 존재성과 동일한 신성의 존재라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요한은 그의 복음서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이후의 존재성 곧 그가 부활과 승귀를 통해 아버지께로 돌아간 이후의 존재성도 마찬가지로 하나님과 동일한 존재성을 가진 존재로 표현한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현현을 경험한 도마의 고백을 통해 표현되었다: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요 20:28). 그 구절에서는 ‘주님’과 ‘하나님’이란 단어에 각각 관사가 함께 나온다. 요한에게 있어서, 관사가 붙은 하나님“그 하나님”은 아버지와 아들의 연합이 완성되고 이제는 성령으로 행동하시는 “유일하신 참된 하나님”이신 “삼위일체 하나님”을 나타낸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로서 십자가에 죽기까지 그의 공생애 사명을 마친 후에는 그를 보내신 아버지께로 돌아가셨으며 이제는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이 신비하게 연합된 삼위일체 하나님으로서 행동하고 계신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성육신해 한 인간으로 사셨지만, 그분의 근원적이고 근본적 존재성은 하나님 자신의 존재성과 동일하신 분이다. 요한은 로고스 찬미가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는 성육신하신 로고스로서 신성의 존재이며 동시에 사람(육신)이 되신 인성의 존재임을 부각시킨다. 

예수 그리스도는 “아버지의 독생자”(요 1:14)이시며 동시에 “독생하신 하나님”(요 1:18)이시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 아버지께로부터 나와서 세상에 왔다가 그분의 사명을 다 완수하시고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다.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에 관한 참된 이해는 그분이 어디로부터 왔다가 어디로 돌아가신 분인가를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올리어지시고 하나님께로 돌아가신 후에야 비로소 그분의 존재의 신비가 밝혀질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근본적 존재성은 하나님과의 신비한 연합의 관계를 가진 주체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하나님과 동일한 본질을 가진 신성의 존재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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