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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서의 문학적 특성을 고려한 설교실제 - 2

문상기 교수
침신대 신학과 (설교학)

둘째, 독립적인 내용을 주목하는 것이다. 한 복음서의 저자가 다른 책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독특한 이야기나 사건을 기록하고 있는 경우이다. 이때, 설교자는 그 저자의 의도와 목적을 그의 저술 관점과 목적에 연관하여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례로, 선교 명령을 담고 있는 마태복음(10:5~6, 15:24)은 그 범위를 ‘이스라엘 집의 잃어버린 양’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점은 마태의 주 독자들이 유대 그리스도인들이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반면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선한사마리아인 비유’(눅 10:30~37)와 치유 받은 후 유일하게 사례한 ‘사마리아 나병환자’(눅 17:11~19) 이야기는 누가의 저술 의도와 그의 신학이 마태의 경우와 다른 것임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설교자는 복음서를 해석할 때 저자의 관점만이 아니라 예수의 관점을 동시에 고려하는 수직적 사고의 안목이 필요하다. 이는 어떤 특정 구절의 의미를 먼저(원래적 상황으로서) 예수의 관점에서 해석을 하고 그 후 저자의 관점에서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상훈은 일례로, ‘포도원 일꾼’의 이야기를 제시한다. 수평적으로 볼 때 마태복음은 관련된 다른 기사들과 함께 마가복음을 따라가면서(마 19:1~30; 20:17~34, 막 10:1~52), 마가복음이 10:31에서 “그러나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고 나중된 자로서 먼저 될 자가 많으니라”라고 언급한 것을 마태복음은 19:30에서 언급한 후, 다시 20:16에서 언급할 때는 마가복음 10:31의 명제를 역순으로 기술하여,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되리라”라고 기록했음을 설명했다.


여기서 설교자가 파악해야 할 수직적 사고의 관점은, 이 비유의 교훈이 품꾼의 수고에 따른 보수가 아니라 주인의 주권적 관용으로서 ‘은혜의 법’이 그 기준임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것은 바리새인들의 비난이 있음에도 예수께서 죄인들을 용납하는 관용의 정당성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인 가르침이었다. 다시 말해서, 의인이나 죄인이나 하나님이 동등시하신다는 은혜의 명제이며 예수 자신을 위한 변증이었다. 물론 설교자는 본문의 수직적인 이해와 함께 수평적 관점으로 저자의 저술 의도와 목적을 따라 이 본문을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2. 예수의 가르침
예수의 명령은 성도의 삶이 어떠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명령형식의 말씀이다. 예수님은 항상 가르치셨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모든 내러티브는 궁극적으로 새로운 삶과 새로운 믿음을 가르치기 위한 예수님의 목적이 담겨있다. 예수의 가르침은 구약의 율법은 아니었지만 대체로 율법해석의 맥락에서 나온 실천적 강령이다. 더 이상 율법을 행함으로 믿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를 믿음으로 천국을 소유한 백성으로서 삶을 실천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당시 청중과 마찬가지로 오늘 성도의 삶은 하나님의 은혜를 근거하며 율법에 매인 순종이 아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가르침은 항상 새로웠고 새로운 삶으로서 믿음의 삶을 권고하셨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다양한 비유를 통해서 이뤄졌다. 복음서의 비유는 성서의 다른 장르에 비해 난해한 표현이라든가 심오한 신학적 내용보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들어있기 때문에 설교자들에게 비교적 손쉬운 접근을 허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비유가 매력적인 것은 실제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그 이야기를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개념 안에는 신학이 분명히 들어있기 때문이다.


즉, 참된 신학이 가상의 이야기 안에 있는 것이다. 비유 속의 사건은 실제가 아니다. 잃었다 다시 찾은 아들이나 옳지 않은 청지기, 불의한 재판관을 찾아간 여인도 실제 인물이 아니다. 예수님은 청중의 삶의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재를 들어 이야기를 했다. 비유는 인간의 실존적 문제를 당시의 상황과 연관지어 묘사함으로써 흥미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3. 기적사화(이적 및 사건)
복음서에 나타난 또 하나의 독특한 문학 양식은 ‘기적이야기’이다. 복음서에 나타난 기적은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질병을 치유하는 일이다. 예수는 공생애를 통해서 많은 질병 치료를 행했다. 마태복음 8~9장에는 특히 질병 치유에 대한 사건들이 집중되어 있다. 둘째는 귀신 축출 사건이다.(막 1:21~28; 5:1-20; 7:31~37). 셋째는 초자연적인 사건들로 예수께서 오천 명에게 음식을 먹인 것이나 물 위를 걸으셨던 일들이다.
예수의 기적 사건들은, 그의 메시아 사역과 연관된 중요한 단면을 보여준다.


먼저, 예수님의 기적 사건 안에는 그의 신성이 드러나 있다. 초자연적인 기적 사건들은 예수님의 신성과 함께 하늘나라에 대한 소망을 알려준다. 또한 예수님은 질병이나 귀신 들린 문제로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했고 그들을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예수님은 이방인들을 배척하지 않으시고 천국 백성의 범주 안에 받아들였다. 이적 사건들은 많은 이방인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유대인들의 입장에서 이방인들은 구원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예수님은 이방인들을 구분하지 않으셨다. 그러므로 기적사화는 단순히 예수님의 신적 능력을 드러내거나 도덕이나 선행적 실천규범을 드러내고자 함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신적 권위를 드러내고 모든 사람에게 하나님 나라가 도래했음을 제시하는 것이다.


II.  복음서 설교를 위한 석의적 관점
복음서는 본질적으로 설교적인 성격을 가진다. 왜냐하면 복음서는 예수님의 설교와 초대교회의 말씀 선포의 내용이었으며 복음서 저자들의 저술 목적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서 케리그마적이기 때문이다. 복음서의 설교는 다음과 같은 적절한 석의적 관점에서 준비돼야 한다.
 
1. 문학적 해석
복음서의 문학적 해석을 위해 설교자는 본문에 나타난 주요 단어들의 의미와 구문론적 구조를 파악하게 된다. 이때, 설교자는 문법, 구문, 비유, 이중적 의미, 반복, 병행구, 산입(inclusion), 교차(chiasma) 등을 고려해 저자가 의도한 의미를 찾기 위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 나레이티브의 경우, 설교자는 플롯, 장면, 인물들의 말과 행동들에 관점을 기울이면서 나레이터(해설자)는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펼치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문학적 해석은 또한 설교자가 자신의 설교 본문의 문학적 콘텍스트에 대하여 충분히 이해할 것을 요청한다. 즉시적 상황(immediate context)은 설교자로 하여금 해당 콘텍스트의 주제를 파악하게 해주며 그의 설교 본문은 그 일부이거나 아니면 병행적 또는 대비적인 내용인지를 알게 해 준다. 복음서 전체의 문학적 콘텍스트는 주어진 본문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어떻게 의미 있는 역할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그 본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저자의 의도를 밝히면서 그의 저술 목적을 성취하게 해준다.


2. 비유의 해석
비유 해석을 위해 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접촉점을 찾는 일이다. 비유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 하나하나를 이해하면서 청중은 화자를 따라간다. 이야기의 흐름과 진행을 따라가지 못하면 예상을 뒤집는 반전을 경험할 수 없다. 이 반전을 놓치면 신선한 충격을 놓치게 되고 결국 예수님의 비유의 수사적 역동성을 놓친다. 접촉점이 무엇인가를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예 가운데 하나는 누가복음 7:36~50의 경우이다.


예수께서 시몬이라는 바리새인의 집에 식사 초대를 받았다. 시몬은 예수를 손님으로 극진히 대접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예수님에 대한 존경심의 동기로 예수님을 초대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야기는 창녀로 보이는 한 여인이 들어와 예수의 발을 그녀의 눈물과 머리털로 씻고 향유를 붓는 장면으로 이어지면서 진전된다. 이 모습을 본 시몬은 예수님께서 죄인을 용납했다는 이유로 예수님을 참선지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때, 예수께서 오백 데나리온과 오십 데나리온을 각각 빚진 사람의 이야기를 하면서 만일 빚 준 사람이 모든 빚을 탕감해 준다면 둘 중 누가 더 빚 준 이를 사랑하겠느냐고 시몬에게 질문했다. 이 이야기는 해석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접촉점을 잘 파악해야 하는데 여기에서는 채권자와 두 채무자이다. 이 이야기를 들었던 사람들은 즉각 이야기 속의 감정이입을 경험했을 것이다. 여기에서 하나님은 채권자로, 창녀와 시몬은 두 채무자로 묘사된다. 이 이야기는 시몬에게는 심판이, 죄를 진 여인에게는 하나님의 긍휼이 임했다고 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이 비유의 효과이다.


비유 해석을 위한 두 번째 고려 사항은 비유가 던지고 있는 정확한 의미 파악이다. 지난 2천년의 교회 역사가 말해주듯이 복음서에 나타난 비유에 대한 해석은 언제나 논쟁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비유는 이야기로서 흥미를 제공하지만 알레고리적 해석이라든가 자의적의 해석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유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며 그에 따르는 현대적 적용점을 진지하게 찾기 원하는 설교자는 복음서의 비유 설교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