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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에 서라

호밥의 묵상 1 - 13

정길조 목사
천안참사랑교회

1992년 5월에 상가 2층(30평)에서 개척했습니다. 교회는 언덕 비탈길 밑에 있었고 저희 사택은 언덕 위에 있었습니다. 매일 새벽 예배를 갈 때면 언덕 위에서 교회뿐만 아니라 그 밑에서 단잠을 자고 있을 수많은 세대들을 바라보면서 마음으로 이렇게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다 우리 아버지 땅인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면 때가 되면 교회를 주실 거야.’ 하며 교회에 가곤 했습니다. 마치 집이 없는 사람들이 자기 집을 갖는 것이 꿈이듯이 남의 건물에 세 들어 살던 저로서도 교회 건물을 가진다는 것이 꿈만 같았습니다.


1998년 IMF 때 우리나라는 경제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공장들은 문을 닫고, 실업자들은 속출하고, 부동산들은 거의 매매되지 않았으며 많은 매물들이 헐값으로 나왔습니다. 이때, 교회 건물이 하나가 나왔습니다. 대지, 건물 전체가 690평으로 좌석은 500석의 규모였습니다. 그 교회는 확장 이전 관계로 기존에 있던 건물을 팔아 새 성전 건축에 사용할 계획이었습니다. 줄다리기 흥정 끝에 5억에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그


런데 계약금 5000만 원 중 3500만 원밖에 없었고, 결국 하루 만에 성도들이 물심양면으로 돈을 모아 다음날 계약금 5000만 원을 지불하고 계약서를 썼습니다. 중도금은 두 달 후에 지불하기로 하고 두 달 안에 2억5000만 원을 마련해야하는 숙제가 남게 된 것입니다. 그때 재정부장이 건축헌금은 저희들이 알아서 마련할 테니 목사님은 사역에만 신경 쓰시라고 했습니다. 당시 넉넉한 삶을 사는 성도들은 거의 없었지만 우리는 하나가 되어 있었습니다.


IMF때 5억에 대한 한 달 이자가 600만 원이었으며 그에 대한 하루 이자가 20만원이었습니다. 은행 대출을 받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저도 제 나름대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돈을 빌리러 다녔지만 끝내는 포기하고 사역에만 몰입하기로 했습니다. 중도금을 지불하기 이틀 전 목요일 밤에 집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낯선 남자였는데 왠지 묵직하고 무게감이 있는 것이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한 목소리였습니다.


그 내용은 이번 토요일까지 중도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돈은 잘 준비되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말하기를 만약 그날까지 지불이 안 된다면 지금 성전 건축하고 있는 인부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난리가 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빠른 새가 ‘월세’라는 말은 우스갯소리로 들어보았지만 이것이 실제로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재정부장에게 전화하여 돈이 얼마나 모였는지 확인해봤더니 1195만 원밖에 모으지 못했다고 하였습니다.


너무나 암담한 나머지 마음에 두려움이 엄습해 오며 ‘사람이 이래서 자살하는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틀 안에 몇천만 원도 아닌 몇억 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제 생각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정도껏 불가능해야지 지금처럼 비상구도 보이지 않는 상황 가운데서는 나의 하나님도 너무나 멀리 느껴졌습니다.


마치 요한복음 11장 39절에 “주여 죽은 지가 나흘이 되었으매 벌써 냄새가 나나이다”라고 고백했던 나사로의 누이 마르다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교회를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교회에 가서 지하 본당, 유아실에 들어가 무릎을 꿇고 앉았습니다. 그리고 무엇 하나 붙잡고 일어날 것 없는 가운데서 30분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엎드려만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곳에 온 이유를 다시 생각하고 하나님을 향해 기도의 입을 열었습니다.


1mm 앞도 보이지 않던 그 방에서 한참 동안 방언으로 기도하고 있을 즈음 ‘주안에 서라.’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이 음성을 듣는 순간, 지금 돈이 필요한데 무슨 말인가 싶어 하나님께 질문을 드렸습니다. ‘하나님! 주안에 서라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라고 말입니다. 그때 주님께서 계시를 보여주시는데, 제가 동서남북으로 펼쳐진 모래사장 위에 저의 오른손바닥을 편 상태로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왜 오른손 손바닥을 펴고 서 있나 싶어 그 손바닥 안을 보는 순간 너무나 놀란 나머지 통곡하며 울고 말았습니다.


그 손바닥 안에 모래 다섯 개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주님 안에서 5억을 보니 모래 다섯 개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모래 다섯 개 가지고 겁먹고 떨고 있었던 나의 모습을 생각하니 목사 자격도 없는 허당이었습니다.

그날 밤에 정말 하나님 앞에 회개했습니다. 그 후 제 마음에 있던 두려움과 근심걱정이 다 사라지고 하늘의 평강으로 충만했습니다. 그날 밤에 잠도 잘 자고 하루를 잘 지내고 있는데 저녁에 어제와 같이 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 전화는 70년대 말부터 죽기 전에 하나님께 성전을 꼭 하나 봉헌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사신 분의 전화였는데 그즈음에 갖고 있던 건물이 팔렸다며 우리 교회에 헌금을 하시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이 다음 날에 일시불로 헌금을 해주셔서 모든 것이 깔끔하게 해결되었습니다. 할렐루야! 열두 명의 정탐꾼을 여리고에 보냈습니다. 열 명의 보고는 ‘우리는 저들 앞에 메뚜기다’였지만 나머지 두 명의 보고는 ‘저들은 우리의 밥이다’였습니다. 주님 밖에서 우리가 불신자로 있을 때와 달리 예수를 믿어 주님 안에 들어온 우리는 늘 깨어서 우리 안에 계신 주님의 눈으로 보는 훈련이 필요할 줄 압니다. 골리앗을 보는 다윗의 눈은 믿음의 눈이었습니다. 육으로나 영으로나 우리의 마음을 조여 오는 이 시점에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에 담대히 서서 영적 싸움을 잘하며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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