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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포장 갈비와 나, 그리고 아내

권혁봉 목사
한우리교회 원로

태성장학회 이사회가 끝났을 때는 정오 12시 30분이었다. 이사들은 모두 홀가분한 기분으로 명동의 유명한 갈비집으로 점심을 찾아 나섰다. 솔직히 밝힌다면, 이 갈비집은 본 장학회를 설립한 장로님이 경영하는 식당이었다. 나는 2시에 강의가 약속됐기 때문에 사무장에게 점심을 같이 할 수 없어서 자리를 비워야 하겠다고 일렀다. 사무장은 아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이사님, 포장해 드릴께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잠깐 기다리고 있는 사이 그는 아주 아름답게 포장된 물체를 안겨줬다.


나는 다른 이사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그 포장 물체를 손에 들고 전철을 타고 또 내려서 마을버스를 갈아타면서 강의할 곳에 도착해 강의실 뒤 테이블에 고이 올려놓고 강단에 섰다. 그게 무엇이냐 묻는 말에 아무런 대답도 안 하고 그냥 웃고만 넘겼고 강의를 마친 뒤에는 커피타임도 마다하고 또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전철을 갈아타고 또 집에 오는 마을버스를 타고 귀가했지만 여전히 포장 물체는 내 손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신사 노인이 등에는 배낭을 메고 손에는 포장 물체를 들고 이런 몰골이 좀 그렇긴 하지만 이 포장은 명동의 유명한 갈비가 들어 있다는 그 내용물 때문에 자신감이 생겼고, 또 이것을 내가 점심으로 때우지 않고 집에서 내조하는 할멈 아내에게 바치겠다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니 거의 흥분상태였다. 아내는 뜻밖에 명동의 갈비를 서브받는다! 나의 발걸음은 빨랐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온통 기분이 들떴다. “이 할멈, 오늘 명동갈비 맛 좀 보라우!” 내가 알기로 이 명동갈비는 자주 먹기는 좀 부담스러운 가격인 것이다. 전에 아내와 함께 들른 적은 있지만 동네 기사식당처럼 들르기에는 부담스러운 곳이다.


포장 물체를 던지다시피 아내에게 안기니 아내가 무엇이냐고 묻기에 열어보라 하고 큰소리쳤었다. 열어보니 갈비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식당에서 제공하는 일인 몫이 그대로 있었다. 소금, 김치, 된장국, 상추, 고추, 마늘, 고추장, 쌀밥, 나무젓가락과 수저, 냅킨 그리고 갈비 2대. 이 포장을 열어 본 아내는 내 손을 잡으며 “영감 목사님 밖에는 없어요.”하고 저녁에 즐기겠다고 했다. 이런 퍼포먼스 단막극도 내가 시니어였기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사도 바울에게는 복음 포장 전달의 기쁨이 나에게 오늘 당장의 명동갈비 포장 전달과 같았던 것 같다.
“헬라인이나 야만인이나 지혜 있는 자나 어리석은 자에게 다 내가 빚진 자라”(롬1:14)
“내가 그리스도 안에서 참말을 하고 거짓말을 아니하노라 나에게 큰 근심이 있는 것과 마음에 그치지 않는 고통이 있는 것을 내 양심이 성령 안에서 나와 더불어 증언하노니 나의 형제 곧 골육의 친척을 위하여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원하는 바로라”(롬9:1~3)


“내가 복음을 전할지라도 자랑할 것이 없음은 내가 부득불 할 일임이라 만일 복음을 전하지 아니하면 내게 화가 있을 것이로다”(고전9:16)
복음을 전하는 바울의 기쁨은 그깟 먹고 소화해 버리면 그만일 명동갈비를 전하는 기쁨과 비교가 될까마는 그래도 우리는 복음을 전한다 하면서도 할멈에게 명동갈비 포장을 전해주는 기쁨 정도도 못 느낀다면 복음 포장에나 포장 전달자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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