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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적이 오는 것은

한명국 목사의 회상록

한명국 목사
예사랑교회

“도적이 오는 것은 도적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요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요10:10) 예수께서 말씀하신 도적은 악마 곧 마귀, 큰 용, 옛 뱀, 천하를 꾀는 사단(계12:7~9)은 짐승과 거짓 선지자(계16:13)로 더불어 사람으로 범죄케 하기 위해 천하를 꾀는 자로 창세로부터 인류의 원수대적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마귀를 영원히 이기셨다.


 “하나님이 나사렛 예수에게 성령과 능력을 기름 붓듯 하셨으며 저가 두루 다니시며 착한 일을 행하시고 마귀에게 눌린 모든 자를 고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함께 하셨음이라”(행10:38)고 베드로 사도는 고넬료 가족에게 말했다. 예수님께서는 자기에게 나아온 군대귀신을 돼지 2,000마리에게 들어가게 하고 쫓아내셨다(막5:1~20).


“아이고! 화산댁 , 아들 낳아 반갑네요!” 두각댁이라는 이웃 할머니는 새끼줄에 고추가 달린 금기(禁忌, Taboo)를 보고도 무례하게 들어와 어머니께 축하인사를 했다. 당시 금기가 달린 집에는 애기에게 부정 타지 않게 그 집에 접근하지 말라는 표적이었다. 당시 부모님은 종교가 달랐는데 조상들이 함경도 함흥에서 수백 년간 사시다가 강원도 강릉에 내려오신 부친의 증조부께서도 유도(유교)를 신봉했고, 그 후손도 계속 유학을 배우고 살아오셨다고 했다.


어머니는 무속종교(Shamanism)와 불교를 믿어왔다.  내가 어릴 적에 어머니는 밖에 나갔다 들어오실 때 ‘객귀’(客鬼)를 물리친다고 마당에 십자가 표시를 긋고 칼을 한복판에 꽂아두기도 하셨으며, 부엌 부뚜막 위에 찬물과 표주박에 쌀을 넣어놓고 조상신을 섬기셨다.
동생들을 낳으셨을 때는 ’삼신‘(三神)에게 정수를 떠 식사판 위에 놓고 비시기도 하셨다. 물건을 옮길 때도 조심하고 이사를 할 때도 ‘손(損) 없는 날과 방향’을 택하셨다.


그 외에도 어떤 일을 할 때에 귀신이 무서워서 점을 치기도 하시고, 집에 늘 드나드는 여승(女僧) 양남댁에게 묵기도 하셨다. 그날 두각댁이 왔다간 후 애기인 나는 젖도 먹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잠도 잘 안자고 계속 울기만 했다. 소위 불신자와 무당의 말로 “부정을 탄 것”이었다. 어머니는 힘을 다해 간호하고 달래었으나 수개월을 끌었다. 나중에는 어머니마저 애기가 애처로워지기 시작했다. 어릴 때 나는 어머니께 물었다. “나는 쌍둥이가 아니고 형인데 왜 동생하고 키가 똑같이 자라요?” 어머니는 대답하시기를 “너는 애기 때 석 달간 젖배를 곯아서 그래”라고 말씀하셨다. 어려서 젖배를 곯은 것은 일평생 신체건강에 큰 지장을 준다는 사실을 자라면서 더욱 잘 알게 됐다.


하루는 마당에 감자를 캐다놓고 방에 들어온 아버지와 안방에 있던 어머니 사이에 말다툼이 오고갔다. 두 분은 뱀띠 동갑내기셨다. 아버지는 종일 일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가난한 살림살이 때문에 아내가 바가지를 긁고 있는데다가 애새끼마저 깽깽거리고 울어재끼니 그만 19세의 젊은 서방은 홧김에 아기를 들어 마당의 감자 위에 집어 던지고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깩”하고 소리가 그치더니 아기는 기척이 없었다. 어머니가 얼른 방에서 달려 나가 아기를 안아보니 죽어버렸다. “차라리 나를 던지지, 죄 없는 애기를 왜 던지는고!” 하며 온돌방 아랫목 따뜻한 곳에 아기를 포대기로 싸서 눕히고 빨리 미음을 끓여 하늘님께 기도하며 정성스레 먹였더니 살아났다고 했다. 귀신은 어린 애기인 나를 굶어 죽이려하고 던져져 죽었으나 주님은 나를 살리사 예수 믿어 구원받고 오늘이 있게 하셨다. 예수님께서는 마귀를 도적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원수라고 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뱀과 전갈을 밟으며 원수의 모든 능력을 제어할 권세를 주었으니 너희를 해할 자가 결단코 없으리라”(눅10:19) “믿는 자들에게는 이런 표적이 따르리니 곧 저희가 내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새 방언을 말하며”(막16:17)라고 약속하셨다. “또 우리 형제들이 어린 양의 피와 자기들이 증언하는 말씀으로써 그를 이겼으니 그들은 죽기까지 자기들의 생명을 아끼지 아니하였도다”(계12:11)


아버지는 일찍이 서당에서 유교학문을 공부해 유교 신봉자가 되셨다. 나이 30세에 들어서면서 “지은 죄를 어떻게 속죄 받을 수 있을까?”하는 번민 끝에 유학에서 찾을 수 없는 속죄의 도리가 불교에는 있을까 해서 백숙모의 오빠가 주지로 있는 절의 권이득 스님에게 2년 가까이 찾아가서 불도를 배웠다. 그러나 속죄의 도리를 하지 못했다. 때마침 남들이 교회에는 ‘속죄의 도리가 있다’해 할아버지께 허락을 받아 교회에 조금 다녔다. 그러나 졸음이 오고 뭐가 뭔지 도무지 깨닫지 못해 그만 중단하셨다.


수개월 후 이미 별세한 사촌 동서뻘 되는 사람이 생시와 똑같이 방에 들어서는 것을 본 아버지는 “전과 같이 수저와 국만 한 그릇 더 갖고 오면 밥을 나누어 국에 말아 먹겠다”고 부엌에 있는 어머니에게 소리치셨다.
어머니는 방문을 열고 “3개월 전에 죽은 사람인데 어디 있느냐?”고 하자, 아버지는 “금방 여기 방문을 열고 들어 왔는데, 어디갔노?” 하면서 “죽어서 갈 곳은 안가고 어딜 찾아오느냐!”고 소리치며 분노하셨다. 그 후 계속해서 환영이 나타날 때마다 아버지는 더욱 큰소리로 꾸짖다가 더욱 자주 나타나자 발작하기도 하고 넘어져 쓰러지기도 하셨다.


그래서 어머니는 사귀병을 고치기 위해 외삼촌의 병원에서 신약으로 치료하고, 한약도 지어먹고, 귀신 떼는 신침을 맞기도 하고, 돈을 많이 주고 큰 문종이에 쓴 부적을 집안 곳곳에 붙였는가 하면, 경배를 많이 들여 절에서 특별 불공을 했고, 무당과 박수를 불러 귀신을 쫓는 특별 굿을 하고 쌀 한 가마니를 줬는데도 아무런 차도가 없었다.


하루는 발작이 시작되니 할 수 있는 일은 다한 어머니가 이제는 당황하여 길거기로 나가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하고 있을 때 이웃집 이옥녀 집사님이 교회로 가는 길에 어머니를 만나 “화산(부친의 택호) 어른의 차도는 어때요?”라고 묻고는 “이것저것 다해도 안 된다니 그만 교회로 가서 하나님께 기도해 보자”면서 어머니의 손을 끌고 교회당으로 갔다. 예배 중간에 들어갔으나 어머니는 아버지 걱정 때문에 사람들이 기도하는 틈을 타 나와서 집으로 가셨다.


그날 저동교회의 목사님과 교인들이 와서 예배를 보았고 한 달 가까이 주일과 수요일에 계속 예배하였다. 목사님께서는 부적을 뗀 자리에 붉은 색 물감으로 십자가를 그린 문종이를 대신 붙이셨다.
교인들 말로 “이 보혈의 십자가는 귀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라고 했다. 귀신은 미치게 하고 광란케 했으나 주님은 아버지를 한 달 만에 감쪽같이 고쳤고 교회에 나가시자 온 가족이 함께 교회에 나갔으며 아버지를 통해 그 후 외가와 친가의 식솔들도 많이 예수님을 믿게 됐다. 보혈의 십자가 종이는 그 후에도 오랫동안 우리 집에 붙어있었는데 마치 불신자들의 부적같이 느껴져서 내가 신학교에 들어가면서 그것을 떼어 버렸다. 그러나 그것은 원수 마귀가 가장 무서워하는 상징이라는 사실을 신앙생활 후에 더 잘 깨달았다. 적십자의 깃발은 분명히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보혈과 영원한 승리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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