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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그리스-바울 교회에 담긴 공교회론

에클레시아┃박영호 지음┃459쪽┃22000원┃새물결플러스



책은 에클레시아의 역사,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개념들을 소개하며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해 헬레니즘과 로마 제국, 70인역에 이르기까지 에클레시아라는 단어와 관련한 문화적·정치적·사회적·경제적 의미를 추적해 나아간다. 그리고 바울이 사용한 에클레시아의 의미와 쓰임을 찾아 해석하며 이러한 시대적 배경이 바울의 선교와 목회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여러 문헌 증거와 해석에 기반해 꼼꼼하고 세밀하게 보여준다.  책은 1세기 교회의 사회적·경제적 배경에 대한 저자의 풍성한 해설을 통해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성경 이해에 새로운 도전과 깨달음을 제공한다.


제1장은 헬레니즘 시대와 로마 시대에도 그리스 문화권의 민주주의 제도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논증하며, 에클레시아라는 단어에 고전 민주주의 시대의 함의가 유지되고 있었는가를 추적한다.
제2장은 에클레시아 용어가 70인역과 제2성전기의 다른 유대 문헌에 사용된 용례를, 그 문헌들의 정치·문화적 배경과 함께 다룬다. 이런 고찰을 통해 저자는 에클레시아 용어가 70인역으로부터 받은 영향을 그리스적 영향과 대비시키면서, 유대적 배경이 신약에 사용된 에클레시아의 주도적 의미를 결정했다고 보는 입장을 반박한다.


제3장은 신약성서에서의 에클레시아가 바울의 색채가 강한 용어라는 점, 그럼에도 맨 처음 이 단어를 그리스도교 운동에 도입한 이는 바울이 아닐 것이라는 학자들의 합의 위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지금 에클레시아를 교회로 번역하면서 그리스도 신앙 공동체가 등장하는 모든 대목에 에클레시아란 용어를 대입해 이해하지만, 바울 당시에 이 용어는 신앙 공동체를 가리키는 수많은 용어 중 하나일 뿐이었으며, 바울도 특정한 맥락에서 특정한 목적으로만 이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을 밝힌다.


제4장은 이 문제를 고린도 교회의 사회적 관계라는 맥락에서 구체적으로 논한다.
특별히 고린도전서 11장에 나오는 주의 만찬을 둘러싼 공동체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그 갈등을 고린도 회중 집회의 물리적 공간을 추정하는 작업을 통해 분석한다.
제5장은 고린도 교회의 모델이 다른 지역의 교회에도 적용 가능한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이 장에서 저자는 로마 제국 전체의 경제 상황을 분석하고 고린도 교인들의 사회적 계층 문제와 교회 조직을 빌립보와 데살로니가에 있던 교회들과 비교한다.


책은 현대 교회에서 유행하는 가정교회 운동이나 유사한 사역 방법, 셀 그룹이나 작은 그룹 운동에 대한 신학적 해석에도 상당한 도전을 제공한다. 오이코스가 사적 성격을 지니는 반면 에클레시아는 공적 성격을 지닌다는 저자의 주장은 오늘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속 시민으로서 어떻게 공적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성서에서 말하는 에클레시아는 무엇인지, 교회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많은 독자들에게 책은 건강한 교회를 세워나가게 하는 성경적인 관점과 새로운 자극을 줄 것이다.


범영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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