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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고백과 신조(신경) - 4

김승진 명예교수
침신대

미국 남침례교인들이 신앙고백을 채택했을 때, 그 신앙고백이 인간의 양심을 구속할 수도 있는 신조로 잘못 사용될 위험성을 경계하는 내용을 그 서문에 아래와 같이 기록했습니다. 1925년판 “침례교인의 신앙과 메시지”에 표기된 서문이 1963년판과 2000년판에도 그대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1) 신앙고백은 크든 작든 어떤 침례교 단체 내에서 의견의 일치를 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들 가운데 확실하게 공유하고 있는 기독교 신앙의 항목들에 관하여 우리 교단의 사람들이나 다른 사람들을 훈계하고 인도하기 위해서 작성되었다. 그것은 예를 들면 하나님을 향한 회개와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와 주님으로 믿는 믿음 즉 신약성경에 계시된 구원의 단순한 조건들에 새로운 무엇인가를 첨가하기 위해서 의도된 것이 아니다. 

(2) 우리는 신앙고백을 우리의 믿음에 관한 완전한 진술로 여기지 않으며, 최종성이나 무오류성을 갖는다고도 보지 않는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미래에도 그러하겠지만, 어느 때라도 지혜롭거나 편리하다고 여겨진다면, 침례교인들은 그들의 신앙진술을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다. 

(3) 크든 작든 어떤 그룹의 침례교인들이라도, 그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여길 때마다 자신들의 신앙고백을 스스로 작성하여 세상에 발표할 권리를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다.

(4) 침례교인들 사이에서는 신앙과 실천의 유일한 권위는 구약과 신약의 성경이다. 신앙고백은 성경해석을 위한 안내일뿐이며, 그것은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자의”-역자 주) 양심 위에 군림할 권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

(5) 신앙고백은 성경으로부터 이끌어 온 종교적 확신에 대한 진술이다. 그것은 다른 삶의 영역들에서 생각과 탐구의 자유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1963년판 “침례교인들의 신앙과 메시지”의 기초위원회는 서문에서 4개의 문단들을 추가적으로 첨가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침례교인들은 살아있는 신앙을 고백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신앙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예수 그리스도에 뿌리를 내리고 있고 기초를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침례교인들에게 있어서 신앙과 실천의 유일한 권위는 그 뜻이 성서에 계시되어 있는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러한 (침례교-필자 주) 신앙고백들은 완전하고 무오한 신앙의 진술로 간주되지 않고 명령적인 권위를 가지는 공식적인 신조(신경)들로 간주되지 않는다.”

필자와 침례신학대학교가 소속해 있는 기독교한국침례회와 미국 남침례교총회는 상호 선교적인 협력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1950년 2월에 남침례교 나요한 선교사 부부가 최초로 입국하면서 본격적인 남침례교 선교가 한국땅에서 이뤄지게 됐습니다. 

나요한 선교사가 앞장 서서 남침례교총회 산하의 국제선교부의 후원을 힘입어 1953년에 침례교성경학원이 대전에서 개원했고, 이듬해인 1954년에는 당시 문교부의 인가를 받아 4년제 정식신학교로서 침례교신학대학이 개교됐습니다. 나요한 선교사는 초대 학장을 역임했습니다. 1980년대만 해도 130여명의 남침례교 선교사들이 한국 땅에서 활발한 침례교선교활동을 벌였습니다.

당연히 한국의 침례교회들은 미국 남침례교 신앙과 신학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아 왔습니다. 요즈음 침례신학대학교에 재직 중인 신학 혹은 기독교교육학 관련 교수들은 남침례교총회가 후원하는 6개 침례교신학원들에서 공부를 하고 학위를 취득한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침례교회들과 침례교인들은 남침례교 신앙고백인 1963년판과 2000년판 “침례교인의 신앙과 메시지”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침례교신학자들은 상기 신앙고백들의 채택 배경과 그 내용에 대해서 연구하고 분석하고 참조해서 한국침례교회에의 적용가능성 여부를 타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작업입니다. 

그렇지만 침례교인들이 이해하고 있는 “신앙고백”의 성격 상, 오늘날의 한국침례교인들이 남침례교인들의 2000년판 “침례교인의 신앙과 메시지”를 당연히 혹은 의무적으로 따르고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남침례교인들의 신앙고백이지 한국의 침례교인들에게 그 신앙을 강제하거나 구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인의 영성이나 한국침례교회의 역사적 배경과 신앙이 미국 남침례교회들의 그것들과 똑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신앙고백을 신조(신경)처럼 여길 이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침례교인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만든 신앙고백이나 신조에 항구성과 무오류성과 보편성과 강제성 등의 의미와 권위를 부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