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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그 다음

심연희 사모
RTP지구촌교회(미주)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cKosta/Kosta 강사 및 전문상담가

상담을 하다 보면 상처를 받은 자들의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듣게 된다. 어떤 때는 그 아픔을 감히 가늠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깊고 쓰린 상처들이다. 어릴 때, 잘 모를 때, 대항할 힘이 없을 때 일어난 일들이 태반이다. 그 당시는 몰랐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새록새록 더 아프고 힘들어지는 일들도 있다.


그래서 자신이 받은 상처의 이야기를 처음 하기 시작하면 한동안은 정신적 문제들이 오히려 심해지기도 한다. 불안, 우울, 분노들이 새삼스럽게 치밀어 올라오고, 다 잊은 줄 알았던 기억들이 고스란히 살아나는 경험을 한다.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 자살을 한다거나 상담을 바로 그만두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아직 그 상처를 들여다 볼만큼 마음이 단단히 준비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상담소를 찾는 이들 중 대부분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지만, 표면적으로 다른 이에게 상처와 해를 가한 사람들이 오는 경우도 많다. 법원에서 보내는 것이다. 가족을 때렸다든지, 아이를 강간했다든지, 훔치거나 살인을 저지른 경우도 있다. 다중 인격의 증상을 앓고 있던 사람이 자의식이 전혀 없던 상태에서 세 명의 자식들을 죽인 사례를 다루기 위해서 서너 명의 팀이 함께 상담에 매달린 적도 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온 아내도 상담자를 찾지만, 자신이 배우자를 배신한 경우도 상담하러 온다. 피해자이던 가해자이던 그 치명적인 부분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그들을 상담자로서 바라보는 마음은 기본적으로 같다. 주님 앞에 서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약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는 나와 동일한 인간을 마주하는 마음이다. 그 연약함과 무지함이 화나지만 안쓰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된다.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것은 치유의 과정에서 큰 의미가 있다. 종기는 꽁꽁 싸맬수록 심해지고 깊어진다. 일단 상처를 열면 공기가 통하기 시작하고 어디서부터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는 것이다. 그런데 고름 덩어리를 열고 그대로 놔두면 그저 흉하고 냄새나는 데에 그친다. 뿌리 깊은 종기는 째야 하고 짜내야 한다. 그리고 약을 발라야 한다. 고름을 드러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새살이 돋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강타한 ‘미투 운동’은 몸에 만연한 고름 덩어리가 드러나 공기가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면 그저 흉하고 냄새나는 사회에서 그칠 뿐이다. 오히려 남자와 여자가 서로 손가락질을 하고 양극화되는 또 다른 문제만을 낳을 뿐이다. 직장에서 여성들을 배제시키고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로 비난한다. 정치적인 이용이라고 공격한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은 자살밖에는 대안이 없는 것처럼 느꼈을 수도 있다.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결론은 상처를 드러내는 진짜 이유가 될 수 없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는 상처를 드러내는 것만이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자기 잘못이든 남의 잘못이든 삶에서 어둡고 깊은 골짜기를 지날 때, 바로 그곳에서 흐르는 샘을 발견해야 한다. 죽어야 마땅한 사람이 이제 은혜로 다시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회복이 마지막 목표이다. 건강한 사회와 문화가 진정한 목적이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예수님을 통한 부활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상담소를 찾은 S씨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할 말을 잃었던 기억이 있다. 그는 전과자였고 마약중독자였고 아내와 딸을 버린 부도덕한 가장이었다. 나이 든 남자와 사는 동성연애자였고 정부가 지급하는 돈에 의지해서 살아갔던 실직자였다. 가해자이기도 했지만 그의 삶은 피해자의 아픔으로 얼룩져있었다. 어릴 때부터 똑똑하고 운동도 잘했던 S씨는 좋은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진학했다.


그런데 대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교통사로로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두 달 뒤에 자살하셨다. 그 뒤 4개월이 지났을 때 동생이 다시 교통사고로 죽었다. 자신의 모든 가족을 6개월 사이에 하나씩 잃었다. 그는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가 없었다. 몇 년간 아버지가 남긴 꽤 많은 재산을 모두 마약과 향정신성 약물을 사는 데에 썼다.


친구들만은 자신을 떠나지 않게 하려고 그들에게 물 쓰듯 돈을 썼고 부모가 남긴 재산은 얼마 안 가 바닥이 났다. 꽤 머리가 좋았던 그는 병원을 돌아다니며 향정신성 약물을 처방받았고, 급기야는 의사의 사인을 날조해서 마약성 약들을 사 모았다. 그 행적들이 들통나면서 감옥에 갔다. 하지만 출소 후에 감옥에 있는 동안 자신을 잘 돌보아주었던 한 남자를 따라나서며 동성연애자임을 선언하고 아내와 어린 딸을 버렸다.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고 돈이 있던 그의 파트너는 S씨가 자신의 으리으리한 집에서 편히 지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S씨에게 그 파트너는 잃어버린 아버지였고 구원자였다. 주말마다 그 파트너가 여는 파티에는 지역사회에서 이름 석자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로 붐볐다. 그런데 그런 화려한 주말을 지낸 어느 아침에 잠에서 깬 S씨는 자신의 몸에서 흐르는 피를 보았고 엄청난 통증을 느꼈다.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상황을 물으러 파트너 방으로 들어간 S씨는 그 파티에 있던 남자들이 자신에게 약을 먹이고 성폭행 장면을 비디오로 즐기고 있는 파트너를 발견했다. 그 집을 나와 병원을 찾은 그는 의사에게조차 아무 이야기도 할 수 없었다. 전과자에 실직자였던 자신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고, 그에게 몹쓸 짓을 한 사람들에게는 모든 죄를 덮을 만한 큰 힘이 있었다. 그는 너무 고통스러웠던 삶을 끝내려고 몇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이렇게 엄청난 일들이 계속 일어나야만 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어디에서도 그 답은 없다. 그 시점에서 그에게 남겨진 옵션은 아마도 죽음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몇 번의 자살을 시도하면서 실려간 병원에서 그는 그룹과 개인으로 이루어지는 상담에 참여하게 됐고 자신과 같은 피해자요 가해자들을 만나게 된다.


자신들도 아픔을 겪고, 상처 입은 다른 사람들을 돌보기 시작한 상담자, 간호사, 의사들을 보게 되었다. 다른 이들의 고통에 마음과 눈을 열기 시작하면서 이상하게도 그에게 죽음 이외의 대안이 생겼다. 자신을 살리고 다른 사람들을 살리는 일이었다. 그의 명석한 머리와 언변은 다른 사람들을 속이는 데에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았다. 상담을 공부했고, 자신처럼 아픈 사람들과 함께 하기 시작했다. 계속 자원봉사를 하다 보니 그를 알게 되고 도움받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감옥, 경찰서, 중독자 모임들을 다니며 강연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미국에서 유명한 사회복지단체에서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상처를 드러내는 것이 용납되기 시작한 시점에 섰다. 그러나 상처 자체보다는 그다음이 훨씬 중요하다. 서로를 고발하는 것에서 나아가 더 해야 할 일이 있다. 상처를 받은 자, 상처를 준 자 모두에게 각자의 책임이 주어진다. 상처를 받은 자는 그 길고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올 때까지 걷기를 포기하지 않을 책임이 있다. 피해자에 머물 것이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을 안아주고 회복하게 하는 위로자로 거듭나야 하는 책임이 있다.


상처를 준 자는 아프지만 자신의 치명적인 잘못을 통감하고 사죄할 책임이 있다. 다른 이를 아프게 한 진짜 이유, 자신 안에 있는 곪은 상처를 들여다봐야 할 책임이 있다. 다시는 그 상처가 우리 가족과 사회에 이어져 내려가지 않도록 나의 세대에서 그 사슬을 끊어내야 할 책임이 있다. 다른 가해자들도 돌아설 수 있도록, 회복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할 책임이 있다. 우리에게는 상처가 결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죽음이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먼저 십자가에서 분명히 보여주신 부활이 마지막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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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화합을 위해 섬기는 총회장이 되겠다”
교단 총회는 지난 12월 9일 한국침례신학대학교(총장 피영민) 교단기념대강당에서 80대 이욥 총회장·22대 김일엽 총무 이·취임감사예배를 드렸다. 1부 이·취임감사예배는 총회 교육부장 김성열 목사(만남의)의 사회로 한국침신대 84동기회 회장 윤양중 목사(성산)가 대표로 기도하고 김명숙 사모(낮은자)가 특송한 뒤, 교단 75대 총회장을 역임한 윤재철 목사(대구중앙)가 “보고 싶은 은혜의 날”(창 15:18~21)이란 제목으로 설교했다. 윤재철 목사는 설교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오늘 두 분의 헌신과 수고, 순종의 삶을 통해 어떻게 하나님께서 이 교단을 사용하시는지를 기대하게 된다. 우리는 조급해 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서 ‘이것이 하나님의 역사하심이었구나’라는 믿음의 고백이 있는 한 회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오늘 가장 영광받으시고 기뻐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기에 조급해 하지 않으며 확신을 가지고 담대하게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114차 총회가 되며 담대함의 은혜가 있기를 축복한다”고 전했다. 설교후 2부 이·취임 축하식은 최인수 목사(공도중앙)의 사회로 이욥 총회장(대전은포)은 이종성 직전총회장(상록수)에게 이임패를 증정하고 이종성 직전총회장이 이임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