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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물고기는 큰 물에 산다

백동편지-35

김태용 목사
백동교회

가끔 사람들이 찾아와 언제든 바다에 나가면 여지없이 이름을 아는 것이든 모르는 것이든 낚시에 고기들이 걸려 나온다. 그럴 때면 “TV에서는 큰 물고기도 많던데 왜 이렇게 작은 것 밖에 없느냐?”는 투정(?)의 소리를 듣곤 한다. 아무리 섬이라도 연안의 갯벌에서 큰 물고기를 잡으려고 하는 것이 너무 큰 욕심일 것이다. 


미국에 처음 도착해 그 당시 미국에서 10여 년 넘게 목회하시는 어느 목사님의 따님을 만나 대화한 적이 있었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라 생활하는 고등학교 학생이었다. 왜 미국이 좋은가 물은 질문에 첫 번째 대답이 “나라가 커서 좋아요”라는 말이었다.


삼천리 반도라고 하는 대한민국은 미국의 52개 주 가운데 하나와 비슷한 영토를 가지고 있다. 누구나 대한민국에서 자라 이곳에서 생활하던 것을 뒤로 하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느끼는 것은 “큰 나라구나” 하는 것이다. 지평선으로 넘어가는 도로를 달리며 “이 땅을 나의 손에 주시옵소서”라고 감사와 찬양으로 기도했다.


그런데 넓은 미국 땅에 살지만 마음마저 넓게 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으로 자기에게 유익하면 “미국에 사니 미국 사람처럼 살아야 된다”고 말하고,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통해 자기에게 유익을 만들 수 있다면 ‘’아무리 미국에 살아도 한국 사람이니 한국 사람처럼 살아야지.” 이 말로 같은 민족인 한국 사람들을 이용하고 자기의 유익을 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사람을 경계하는 이민 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것이 종종 교회에까지 번져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고 있는 믿음의 형제자매라는 믿음의 공동체를 흔들기도 한다. 영원한 가족으로 천국에서 영원히 만나야 할 교회의 만남이 잠시 보고 안 볼 사람들의 만남보다 더 가슴 아픈 일들을 만들기도 한다. 옹졸한 마음에 섭섭함이 생길 때마다, 눈을 열어 영원하고 넓은 하나님 나라를 소유한 천국 백성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열려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오래 전 직장 선교를 할 때의 일을 회상해 본다. 직장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어려움이 한 둘이 아니다. 회식, 잔업, 특근 등으로 교회에 갈 시간들을 방해 받고, 윗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말 안 들으려면 직장 그만둬!” 격한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 그들에게 위로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기도하며, 그런 소리 들을 때마다 마음 깊이 담대하게 외치며 선포하라고 힘을 줬다. 하나님의 주권을 바라보며 “까불지 마세요. 당신도 나 때문에 이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겁니다. 이 회사도 나 때문에 잘 되고 있는 겁니다.” 그 말이 그들에게 힘이 되었다. 주님께서 직장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사람들로 그들을 만들어 주셨다. 큰 물에 비교할 수 없는 천국의 마음을 품은 것이다.


어느 곳에 있든 넓은 하나님의 마음으로 채워지기를 소망한다. “하나님이 솔로몬에게 지혜와 총명을 심히 많이 주시고 또 넓은 마음을 주시되 바닷가의 모래 같이 하시니”(왕상 4:29)
주님, 지금 어떠한 환경에 있다 해도, 천국의 시민권을 기억하며 하나님의 나라 천국의 마음을 갖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