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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붓 가는대로-166 출산자의 권리

  

제주도에서 막내 딸 내외가 상경한 것은 그의 첫 아들이 미군으로 한국에 파견해서 주말이면 외갓집에 들리고, 또 그의 둘째 아들이 대학원에 재학 중이라서 주말이면 외갓집에 오는 지라딸 내외는 친아비어미보다 자기 지식 들을 보기 위해 오는 것이라고 실토하기도 했다.

나와 할멈 그리고 저들 식구 네 사람 합해서 여섯 식구가 아침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모두 조용하게 식사를 하는데 그들의 외할머니 측 나의 할멈이 이 식탁에서 좌장(座長)이 되어 시사이야기를 비롯해서 약간의 성경이야기 그리고 딸을 키웠을 때의 에피소드까지 겹쳐 할멈은 명강사가 되는 아침식탁이었다. 모든 식탁 식구들이 할멈을 향해 눈을 주목하고 또 할멈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이따금 고개도 끄덕였다. 할멈의 장광설(長廣說)에 무반응자 세를 취하는 자손은 그 누구도 없었다.

 

나는 할멈의 강의(?)중에 식탁 식구들에 대한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됐다. 학벌문제였다. 밥이나 먹지 무슨 때늦은 학벌생각인가.

정말 본의 아니게 조금은 쑥스럽지만 실토하자니, 사위도 서울의 일류대학 영문과 출신으로 좋은 직장생활 하다가 은퇴를 했다.

 

딸도 서울 명문여대 미술학과를 나왔고, 미군으로 복무하는 첫 외손자도 미국의 조지 메이슨 주립대학을 졸업 했고, 둘째 외손자는 서울명문대 약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지 않은가.

그럼 할멈의 남편 영감은 어떤가? 미국 유학까지 마치고 온 박사 목사가 아닌가?

 

그럼 할멈의 학벌은 무엇인가? 일언 지하에 말한다면 이 모든 식탁인의 학 벌 저 밑이란 것만 말해둔다.

그럼 모든 엘리트 식구들 앞에서 80 세 할멈은 어쩌면 그렇게 당당했느냐 하는 질문이다.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어떤 식구의 눈치도 볼 것 없고 가슴을 쭉 펴고 눈은 똑바로 뜨고 청산유수 같은 자기생각을 토해낼까.

 

도대체 저 할멈에게는 무슨 힘 거리가 있어서 저렇게 힘을 낼까. 자기가 가진 것이 무엇이기에 이 식구 엘리트 앞에서 하명(下命)하고 충고하고 교훈하는가? 나는 할멈의 당당함을 알았다. 그것은 오늘의 이 모든 식탁 엘리트들을 출산했기 때문이다. , 사위, 외손자들이 모두 할멈의 몸에서 태어났기 때문이었다. 저들이 비상천(飛上天)을 해도 할멈 속에서 나온 산물(産物)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할멈은 저들을 교육한 것이 아니다. 호의호식으로 자식을 키운 것도 아니다. 단지 낳았다할멈은 모든 엘리트 식구들이 자기를 본 받으라고 당당히 외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바울이 고린도 교인들을 향해 자기를 본 받으라고 외친 저력처럼 보였다.

 

왜 그런가? 복음으로써 그들을 낳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할멈은 확실한 복음을 지닌 나의 수제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리스도 안에서 일만 스승이 있으되 아버지는 많지 아니하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내가 복음으로써 너희를 낳았음이라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권하노니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가 돼라” (고전 4:15~16) 출산자에게는 특별한 권리가 있다.

권혁봉 목사 / 한우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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