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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강박증’

뉴노멀 시대의 교회-4

 

몇몇 청년들과 공원에서 만났다. 햇살도 따스했고, 공기도 상쾌했다. 게다가 모두 코로나 백신을 맞아서 마음도 아주 편했다(미국에서 목회하다 보니 성도 대부분이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 그런데도 우리 모두는 늘 그랬듯이 아주 반뜻하게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여기가 병원도 아니고 마트도 아닌데, 우리 너무 오바하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모든 청년들이 미리 이야기라도 한 듯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안 쓰면 허전해요.” 코로나가 사라져도 영원히 마스크는 안 벗을 태세였다.


코로나19가 세상에 등장한 지 1년 반이 지나가고 있다. 이 동안 참 많은 것이 바뀌었다. 특히 마스크는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됐다. 우리 모두는 연일 마스크가 코로나를 얼마나 잘 예방하는지에 대한 놀라운 뉴스들을 접하다 보니, ‘마스크 강박증이라고 할 만큼, 마스크를 안 쓰면 죽을 것 같은 마음까지 드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 마스크 강박증은 코로나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믿음직한 마스크를 아주 오래 전부터 쓰고 살아 왔다. 심리학에 페르소나라는 용어가 있다. 원래는 고대 그리스의 연극에서 배우들이 쓰는 가면을 말하는 것인데,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의 이론에 등장하면서 요즘에는 심리학 용어로 더 잘 사용된다.


융에 의하면 인간은 1000개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한두 개도 아니고 1000개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나이만큼 사용한 튼튼한 마스크를 최소한 몇 백 개는 마련한 셈이다. 그리고 점점 마스크를 정교하게 만들고, 자기합리화로 튼튼하게 만들다 보니 본의 아니게 철면피가 되는 상황도 많다. 게다가 이 마스크를 상황과 환경에 따라서 적절하게 잘 갈아 끼우면서 쓰고 있다고 하니, 모든 인간이 소유한 이 마스크 바꿔치기 테크닉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직장의 능력자 마스크, 가정의 사랑의 마스크, 사회의 성실한 마스크, 동호회의 친근한 마스크, 죄 지을 때의 죄악의 마스크, 혼자 있을 때의 음흉한 마스크 등등, 우리 모두는 사실 마스크 전문가이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자주 마스크를 바꿔 쓰다 보니 어느 마스크가 정말 나인지 모를 지경이 되었고, 너무 마스크가 두껍다 보니 속의 얼굴을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캔디라는 오래전 만화 영화 주제가처럼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울고, 참고 참고 또 참다 보니 이제는 눈물도 기쁨도 없는 마스크의 주인공의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안에서 골병드는지 전혀 모르게 된다. 그리고 인생의 중요한 일로 마스크가 깨지기라도 하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기 일쑤다.


카페인우울증이라는 것이 있다. 커피나 카페인 음료를 많이 마시셔서 생기는 우울증이 아니라 SNS를 하다가 얻게 되는 우울증이라고 한다.

카페인은 카카오스토리(혹은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소셜 미디어에 멋진 사진이나, 행복한 모습을 올린다. 그런데 자신의 삶은 그만큼 행복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사진이나 이야기를 볼수록 비교하면서 우울한 마음이 드는 것을 카페인 우울증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행복한 사진과 이야기를 보여주지만, 실제적으로는 그만큼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모두가 나쁜 것은 감추고, 자랑할 것만 보여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쁜 것은 감추려다 보니 마스크는 필수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영원히 감추고 만은 있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뉴노멀의 시대의 교회는 마스크 강박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거짓된 마스크를 벗고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줘야 한다.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의 앨범 중에서 페르소나라는 미니앨범이 있다. 당시 앨범의 페르소나라는 이름이 화제였다.

이들은 제목을 페르소나라고 지은 이유에 대해서 각자의 페르소나에 가려져 살아가는 멤버들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기 위해 고뇌하고 때론 방황하는 내용의 스토리를 가사에 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때론 고뇌하고, 방황하지만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는 것’, 어쩌면 이것이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메시지일지 모르겠다. 자신을 가리면서 안심하고, 동시에 다른 사람의 성공에 질투하고 힘들어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모습을 찾는 것, 진짜 모습을 찾도록 돕는 것, 이것이 뉴노멀 시대의 교회가 해야 할 일이다.


우선 필요 이상의 페르소나를 쓰고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거짓된 가면을 벗어도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궁인 목사

휴스턴새누리교회

코스타(COSTA)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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