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플레이스(Hot Place)’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핫 플레이스’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나 장소를 말한다. 경리단길, 홍대, 문화비축기지 같이 비교적 알려진 장소를 말하기도 하고, 동네의 맛있는 빵집이나 맛집을 지칭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핫 플레이스는 그냥 자연스럽게 유명해진 것은 아니다. 이들의 유명세 뒤에는 플레이스 브랜딩이라는 기법이 숨어 있다.
플레이스 블랜딩이란 특정 장소에 의미를 부여하여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장소가 단순히 기능적인 공간으로만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꼭 가고 싶은 대상이 되도록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창출하는 활동이다. 일례로 고속도로 휴게소는 여행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장소지만, 이 휴게소에 맛집이 라는 의미가 부여되고 브랜드화 됐을 때, 여행이 아니더라도 휴게소 음식을 먹으러 방문 하는 장소로 새롭게 재탄생하게 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된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이 플레이스 브랜딩에 사람들의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혹자는 반드시 사회적 거리를 지켜야 하는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오랜 기간 가정에만 머물고, TV나 게임과 같은 온라인 환경에만 집중할수록 역설적으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방문한 추억의 장소를 다시 찾아보고 싶어한다.
스마트폰으로 대부분의 일을 할 수 있고, 은행이나 마트 같은 특정한 장소에 가지 않아도 사는데 전혀 문제없는 시대가 됐지만, 긴 ‘사회적 거리 두기’의 반작용으로 사람들은 함께 모여 감동을 나눴던 시간과 장소에 대한 추억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케팅 업체들마다 ‘장소 브랜딩’을 통해서 코로나 이후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추억의 장소에 의미를 부여하고, 작은 변화와 재미만 있어도 브랜드로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이런 작업과 노력은 교회도 필요하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이 바로 교회에 대한 장소 브랜딩을 반드시 해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예배드리던 교회를 하나님이 임재하는 축복의 장소로, 어려운 시절 다시 힘을 얻던 장소로,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깨달았던 장소로, 그리고 고난을 극복하는 회복의 장소로 새롭게 재탄생 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교회는 코로나 전염과 관련하여 불필요한 오해를 받고 있다. 뉴스에서도 교회를 코로나 전염 경로로 발표하는 경우가 종종 등장했다. 그래서 성도들도 다른 곳은 다 가면서 교회는 오지 않으려고 한다. 교회 오는 것을 무슨 오염지역 방문하는 것처럼 여긴다.
그렇기 때문 더욱 교회라는 장소에 대해서 새로운 브랜딩이 필요하다. 교회는 피할 곳이 아니라 코로나라는 시대적인 환경 속에서 상처받은 사람이 회복되는 장소로 다시 한 번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경영학에는 포지셔닝(Positioning) 전략이 있다. 포지셔닝이란 기업이나 제품에 대하여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자사 제품의 정확한 위치를 인식시키는 전략이다. 가장 유명한 예가 바로 초코파이다. 초코파이는 그냥 파이지만 한국인에게는 정(情)으로 다가온다. 작은 파이가 사랑을 나누는 정으로 바뀐 것이다. 자 지금부터 코로나 때문에 바뀌어 버린 교회에 대한 시각을 다시 바로 잡아야 한다. 그와 동시에 교회 장소에 대한 ‘장소 브랜딩’을 해야 한다. 이런 작업이 뉴욕이나 홍대 같은 전문적인 상업지역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말라. 작은 교회도 가능한 일이다.
우리 집에는 ‘왕의 의자’가 있다. 이 왕의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자격은 간단하다. 인정받는 일을 하면 된다. 착한 일을 하거나, 성적이 오르거나, 비록 상은 못 받았어도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기만 해도 된다. 그리고 이 의자에 대한 장소 브랜딩은 매우 간단하다. 누군가 인정받을 만한 일을 하면 가족들이 모이고 그 주인공을 의자에 앉힌 후 그의 업적을 낭독한다. 그리고 모두가 박수를 치면 끝이다. 그것이 왕의 의자의 모든 권세의 끝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도 그 의자에 엄청난 ‘장소 브랜딩’이 생긴다. 만약 막내가 이유도 없이 그 의자에 앉으면 언니들이 화를 내기도 하고, 그 의자에 앉은 아이는 좀 더 오래 앉아 있고 싶어한다. 게다가 종종 목사님 나도 앉고 싶다. 확실히 브랜드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교회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어도 충분한 장소 브랜딩을 할 수 있다.
한 미국교회는 교회 한쪽 벽에 기도의 벽을 만들었다. 사실 벽에 게시판 같은 것을 만들고, 연필 몇 자루와 종이 그리고 기도를 적은 종이를 벽에 고정할 수 있는 압정을 준비해 놓은 것이 전부다. 사람들은 적당한 간격을 두고 찾아와서 기도 제목을 적고 그곳에서 기도한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서 소셜네트워 크(SNS)를 통해서 나눈다.
교회에 와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 기쁨을 사진을 통해서 나누는 것이다. 비록 교회에는 혼자 왔지만 그 공간은 함께 하는 공간이 되고 댓글을 통해서 사랑을 나누는 공간이 된다. 그리고 또 다른 성도가 와서 같은 일을 반복한다. 그들의 기도는 계속 이어지고, 교회는 혼자라도 사람들이 찾아와 기도하고 기도를 나누는 공간이 된다.
교회는 코로나로 가서는 안 되는 공간이 아니라, 여전히 성도들을 연결하는 공간, 함께 기도하는 공간, 회복을 꿈꾸는 공간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교회도 성도들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공간이 되도록 플레이스 브랜딩을 해보자.
궁인 목사 / 휴스턴 새누리교회 코스타(KOSTA)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