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부터는 예수님의 하나님의 나라 전파 사역에서 가장 특징적이고 가장 극적인 사역인 예수님의 귀신축출 사역의 의미를 살펴보려 한다.
소위 ‘축귀’ 사역으로 알려진 ‘귀신축출’ 사역은 지금은 이단으로 인정된 어느 목회자의 전유물로 여겨지기도 했으며 일부 목회자들에 의해 개인적으로 행해지고 있지만, 많은 목회자들은 이사역에 관해 잘 모르기도 하고 무관심하기도 한 사역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자신이 여러 차례 귀신들을 쫓아내셨을 뿐 아니라, 예수님의 사역에 관한 요약적 진술들에는 대부분 “더러운 귀신들을 쫓아내신 것”에 관한 언급이 포함되어 있다(마 4:24; 8:16; 막 1:34; 눅 6:18). 예수님이 그의 열두 제자들을 따로 세우신 목적 중 하나는 귀신축출 사역을 계승하게 하려는 것이었다(막 3:15).
예수님은 그의 열두 제자들로 하여금 그의 사역을 계승하며 재현하는 복음을 일꾼들로 훈련하기 위해 그들을 내보내시면서 귀신축출의 권세를 주셨다(막 6:7; 마 10:1; 눅9:1;10:17). 마가에 따르면, 예수님의 귀신축출 사역은 그분이 행하신 첫 번째 공적 사역이었다(막 1:21~28; 참고, 눅 4:33~37).
누가에 따르면, 예수님은 자기의 공생애 사역을 한 마디로 요약해 귀신을 쫓아내며 병자를 치유하는 일로 소개하셨다: “오늘과 내일 내가 귀신을 쫓아내며 병을 낫게 하다가 제 삼일에는 완전하여지리라”(눅 13:32). 무엇보다도, 예수님은 자기의 귀신축출 사역이 하나님의 나라의 도래와 직결된다는 것을 직접 말씀하셨다: “그러나 내가 하나님의 성령/손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며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하였느니라”(마 12:28/눅 11:20). 예수님의 귀신축출 사역은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와서 지금 역사하고 있다는 가장 구체적인 증거가 된다는 말씀이다.
따라서 예수님의 귀신축출 사역의 이해는 그분이 선포하셨던 하나님의 나라/천국 선포의 가장 중심적인 국면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예수님의 귀신축출 사역은 그분의 참된 존재를 알지 못했던 그의 가족과 친척들에게서 오해를 일으켰던 사역이며(막 3:19~21), 또한 유대교 율법 교사들인 서기관들과 날카롭게 대립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요소였다(막 3:22~30;마 12:22~30/눅 11:14~23).
이런 점에서, 예수 님의 귀신축출 사역은 그분의 사역에서 가장 독특한 의미를 가진 사역이었던 반면에 합리적 사고와 과학적 이해에 익숙한 현대인에게는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사역이기도 하다. 예수님의 존재를 합리적이고 실증적인 입장에서 이해하기를 추구했던 소위 “역사적 예수” 탐구자들은 예수님의 정체와 사역에 관해 여러 가지 다른 견해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예수님은 “한 사람의 귀신-축출자”였다는 사실에는 거의 만장일치로 동의하고 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존재 이해에 있어서는 물론 그분의 사역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분의 귀신축출 사역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귀신축출은 ‘귀신들림’을 전제로 한 특별한 사역이다. 귀신을 쫓아내는 현상은 한국에서도 무속인들을 통해 행해져 왔고 지금도 하나의 종교 행위로서 드물게 행해지긴 하지만, 대다수 현대인들에게는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그것을 그분의 중심적인 사역으로 삼았던 예수 님의 존재와 그의 사역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예수님 시대의 유대인들은 동시대 그리스-로마 사회의 일반 대중들과 마찬가지로, 악한 영들 혹은 더러운 영들의 존재를 믿었으며 어떤 병들은 그런 악령들 혹은 더러운 영들에 의해 발생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유대교 사회에서도 귀신축출은 드문 일이 아니었으며 낯선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공관복음서에는 예수님 이외에 다른 귀신축출자들을 언급한다. 예수님은 바리새파에 속한 사람들이 귀신을 쫓아내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해 예수님의 귀신축출 사역을 귀신의 역사로 매도하는 자들에 대해 자신의 사역을 변호 하셨다(마 12:27; 눅 11:19). 예수님의 제자 중한 사람인 요한은 예수님을 따르지 않는 어떤 사람이 “예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고 있었다는 것을 말하기도 했다(막 9:38~39).
사도행 전에 따르면, 사도 바울도 귀신축출의 경험을 갖고 있었으며(행 16:18; 19:12) 또한 에베소에 살던 한 유대인 제사장의 일곱 아들들도 순회하면서 귀신축출을 흉내내고 있었던 것이 언급됐다(행 19:13~16). 이와 같이 귀신축출은 예수님 시대 유대교 사회에서 대중적으로 행해지던 일이 었다. 이렇게 예수님 시대에 귀신축출이 그리스도-로마 사회에서는 물론 유대교 사회에서도 익숙한 것이었으며 예수님 외에도 다른 많은 기적적 치료자들과 마술사들이 활동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귀신축출 사역은 유대교 지도자들 특히 서기관들과 심각한 마찰과 대립을 일으켰다. 예수님은 그의 공생애 초기부터 유대교 지도자들로부터 공개적인 적개심과 반발에 직면하게 됐다.
예수님의 치유 사역은 유대교 지도자들로부터 심각한 적개심을 불러일으켰으며(막 3:1~6) 또한 귀신축출 사역은 그들로부터 맹렬한 비난과 비방의 초점이 됐다(막 3:22~30). 이런 점에서 예수님의 귀신축출 사역에는 단순히 ‘귀신’이라고 부르는 악한 영 혹은 더러운 영을 쫓아내는 영적인 사역과 함께 유대교 지도자들로부터 반발과 비방과 반대를 일으키게 하는 종교적이며 정치적인 요소가 있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의 귀신축출 사역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혼란과 오해가 있기도 하며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입장을 갖는 경우도 많이 있다. 예수님의 귀신축출 사역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대중적 이해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분들은 주로 성령 운동과 관계된 분들이었다. 그분들은 예수님의 귀신축출 사역을 영적이고 심리적이며 개인적인 측면에서 이해해, 예수님은 사람을 사로잡고 있는 귀신(들)을 성령의 권능으로 쫓아내셨다고 가르쳤다.
특히 축귀 사역의 대가로 알려진 어떤 목사님은 예수님이 쫓아내신 귀신 (들)의 정체를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고 죽은 사람(특히 한을 품고 죽은 사람)의 ‘혼’”으로 이해하고 이 ‘혼’이 공중을 배회하다가 어떤 사람에게 들어가 해를 끼치는 것으로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이해다. 예수님의 귀신축출 사역에서 언급된 ‘귀신’은 “믿지 않고 죽은 사람의 혼”과 같은 그런 존재가 아니다.
죽은 사람의 혼이 귀신이 되는 것이 아니다. 공관복음서에서 ‘귀신’으로 번역된 단어는 원어로는 ‘영’(프뉴마)이며 한글 성경에 “더러운 귀신 (들)”으로 번역된 것은 원어로는 “더러운 영(들)”이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언어로 번역하기 위해 ‘귀신’으로 번역한 것이다. “더러운 영”이란 ‘영’과 ‘혼’을 구분해 이해하던 유대인들이 ‘영’의 세계 에서 활동하는 존재들을 구분하기 위해 사용한 어구다. 영의 세계는 인간의 혼(정신)의 세계를 넘어서는 초월의 영역이며 그래서 사람은 성령의 조명이 없이는 그 세계를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한다.
영의 세계에서 활동하는 존재들에는 “하나님의 영”도 있지만, 하나님을 대적하는 악의 본체인 ‘사탄’(유대교적 용어)/‘마귀’(헬라적 용어)도 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영을 “거룩한 영” 곧 ‘성령’으로 부른 반면, 사탄/ 마귀와 같이 하나님을 불신하고 불순종하게 만드는 “악의 축”(두목, 대장)이 있고 그 대장을 추종하며 그의 뜻을 실행하는 영적인 존재들을 “더러운 영”(귀신), “악한 영”(악령), 혹은 “어두운 영”(흑암의 영) 등으로 불렀다. 성경에서 언급된 “거짓의 영” 혹은 “미혹의 영” 등이 이런 맥락의 표현이다. 그런 영적인 존재들이 인간의 영에 침입해 그 사람의 영과 혼을 장악해 더러운 생각, 악한 생각, 및 어두운 생각을 넣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귀신축출 사역에서 말하는 ‘귀신’은 이와 같이 하나님을 대적하는 악의 축인 사탄/마귀의 부하들로서 근본적으로 성령을 대적하는 악하고 더럽고 어두운 영적인 존재들이다. 그런 존재들이 인간의 영을 공격하고 장악해 더럽고 악하고 어두운 영이 되게 하며 또한 인간의 정신을 더럽고 악하고 어둡게 만들며 그 결과로 더럽고 악하며 어두운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수님은 이렇게 인간의 영의 영역에서 인간을 공격해 괴롭히고 급기야 귀신에 들려 폐인이 되게 만드는 악의 본체인 사탄/마귀를 결박하셨으며 그의 부하들인 이런 악한 영, 더러운 영, 어두운 영을 하나님의 권능으로 쫓아내는 사역을 하신 것이다. 앞으로 공관복음서의 구체적인 사건들과 구절들을 통해 예수님의 귀신축출 사역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김광수 특임교수 / 한국침신대 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