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시대라면 십계명의 지위와 권위는 당당했을 것이지만 때가 때인지라 지금은 신약시대다. 신약시대의 십계명의 지위와 권위는 어떤 것인가? 초단부터 말하지만, 십계명은 이 신약시대에 와서는 설 제 자리가 없다.
왜냐하면 신약시대에는 십계명이 관여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벌써 이런 표현에 알레르기식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내 눈앞에 훤하게 많이 보인다. 우선 십계명의 역사적 과정을 요약한다. 구약의 모든 율법과 선지자와 시편의 중간모음이 십계명이고 이것이 신약으로 넘어 오면서 산상수훈으로 자리를 펴다가 끝내 두 계명으로 응결됐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마 22:37~40).
묻노니 어느 누구인들 최후의 요약적인 두 계명을 100% 지킬 자가 있느냐? 아무도 없다. 그러니깐 모두가 죄인이다.
이를 예수 해결해 주셨다. “그러므로 내 형제들아 너희도 그리스도의 몸으로 말미암아 율법에 대하여 죽임을 당하였으니 이는 다른 이 곧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이에게 가서 우리가 하나님을 위하여 열매를 맺게 하려 함이라”(롬 7:4) 그리스도인은 율법에 대해 죽었다. 십계명 율법과 신자의 관계는 사별관계(死 別關係)이다. 죽은 남편을 무덤에서 다시 파내어 놓아 냄새나는 그 시체를 두고 어쩌자는 것인가(롬 7:1~6).
사별관계의 십계명을 끌고 와서 십계 명에게 고통을 준다. 십계명 율법이 바라는 것은 “제발 나를 그만 두세요. 나는 임무완료 했어요. 쉬렵니다”이다. 사람들은 “아니요” “아직도 할 일이 있소” 하고 불러들인다. “만일 내가 헐었던 것을 다시 세우면 내가 나를 범법한 자로 만드는 것이라”(갈 2:18).
십계명법은 폐기됐다. 십계명은 우리를 향해 죽고 우리는 십계명을 행해 죽었다. 십계명의 도덕적 성격은 하나님의 영원한 성품이니까 절대로 결코 폐기되지 않았다. 그럼 무엇이 폐기됐느냐? 십계명의 법성(法性)이 폐기됐다. 십계명이 이젠 법이 아니다. 도덕적 내용으로는 건재하지만 법은 아니다. 그런데도 십계명이 받는 수난이 무엇인가?
첫째로 아직도 십계명은 구약처럼 법으로 건재하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십계명은 “아니요”한다.
다음 기사를 보라: 자유주의, 세속주의, 기복주의는 그리스도인들의 성경적 신앙을 흔들고 있다. 이러한 때에 성경 신앙을 강조하고 그 회복을 갈구하는 책이 나왔다.
강주성 목사(비전교회)의 “십계명: 영원한 하나님의 법”은 어쩌면 오늘의 시대적 기호와 맞지 않은 듯하다. 일부 그리스도인들은 십계명이라고 하면 구약의 계명 또는 이스라엘 백성을 위한 규례 정도로 여긴다. 어떤 이들은 신약시대에서는 ‘폐기된 율법’쯤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십계명은 교회강단에서 사라졌고, 겨우 찬송가 책갈피 뒤에 인쇄된 말씀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저자는 ‘십계명; 영원한 하나님의 법이다. 십계명은 하나님의 주신 법이요, 폐기된 것이 아니라 영원한 하나님의 법이라는 것이다.(교회연합신문 2021.6.20.) 신약시대에도 십계명이 법으로 건재 한다는 것이니 수난이다.
둘째로 십계명의 다수 항목은 예수 보혈로 처리됐으나 어느 한 계명은 그대로 존중한다는 것이니 대표적인 예는 안식교의 안식일 준수다. 제4계명은 살아 있다. 시체를 관에 넣고 장사하려는 데 시체의 오른팔 하나가 관밖으로 툭 튀어나 와서 “이 팔은 살았소”하는 격이니 만화 풍경이로다. 십계명의 부분 생존이 수난 이다. “누구든지 온 율법을 지키다가 그 하나를 범하면 모두 범한 자가 되나니” (약 2:10).
셋째로 아예 십계명의 내용과 구조를 고쳐버림이 십계명의 수난이다.
대표적인 것이 로마 가톨릭의 십계명이다. 1.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 2.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3.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4. 부모에게 효도하라. 5. 사람을 죽이지 마라. 6. 간음하지 마라. 7. 도둑질을 하지 마라. 8. 거짓 증언을 하지 마라. 9. 남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10.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마라.
성경 출애굽기 20장에 있는 십계명의 내용을 완전히 변형시켰기에 수난이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임무는 십계명으로 편히 쉬게 만드는 일이다. “이미 그의 안식에 들어간 자는 하나님이 자기의 일을 쉬심과 같이 그도 자기의 일을 쉬느니라”(히 4:10).
권혁봉 목사 한우리교회 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