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남은 세월의 가치

목회와 건강의 대화-2

가난했던 신학생 시절, 다른 목사님처럼 나도 생활비도 가져다주지 못하는 남편이었다. 아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려왔을 때 뛸 듯이 기뻤으나 돈이 없다는 핑계로 임신 및 출산에 관한 책들을 읽고 집에서 아기를 낳을 생각을 했다. 출산하는 날, 이러한 행동이 얼마나 무모하고 어리석은 행동이었는지를 금방 깨달았다. 아내도 죽을 것 같았고, 태어날 아이도 죽을 것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 택시를 타고 산부인과로 달렸다. 피 흘리며 기진맥진한 아내를 껴안고 간절한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나의 무지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아내와 아이를 살려 주십시오. 내가 잘못했습니다.” 


병원에 도착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간호사가 내 품에 아기를 안겨주며 말했다. “축하해요. 예쁜 딸입니다. 산모도 건강하고, 아기도 건강합니다.” 아기의 눈동자를 마주칠 때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하나님께서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를 지으시고, 그들을 맞이할 때도 이런 기쁨이 있었으리라. 아기를 안고 무릎 꿇어 생명을 지으신 위대한 창조주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딸은 나의 무식함을 용서하며 티 없이 맑은 천사의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이런 딸이 성장해 멋진 남자 친구와 결혼을 했다. 딸의 손을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신랑이 기다리는 30m의 길을 걸어갈 때 진한 사랑으로 얼룩진 30년의 추억이 영상이 되어 흘렀다. 서로 돕는 배필이 되어 에덴의 동산으로 첫발을 떼는 딸을 보내며 인생의 큰 짐을 하나 내려놓았다. 이제 살만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불시에 찾아온 친구가 암이었다. 췌장을 누르고 있는 하부 담도암이 발견됐고, 이 상황이 주는 하나님의 교훈에 집중했다. 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복이다. 알게 되면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할까? 하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남은 시간을 대략 짐작이라도 할 수 있으면 더 큰 복이다. 남은 시간이 짧을수록 더 소중하고, 그 남은 시간에 채워야 할 보물의 가치가 더욱 귀중하기 때문이다. 


수술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깨닫게 된 목회의 패러다임이 새롭게 정비됐다. “무엇을 위하여 이렇게 달려왔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나와 교회는 기본적인 질문 앞에서 새로운 답을 찾아야만 했다. 이 질문은 독자나 혹은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분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이 방향이라 하지 않는가? 하나님께 이 질문을 던지며 단독자로 서보지 못했다면 매우 불행한 삶이라 할 수 있다.


예수님도 고통으로 고민해 죽게 된 때도 있었는데 하물며 주님을 따르는 제자들에게 어찌 예측 불가능한 고통이 없겠는가? 나름대로 밤낮 수고하며 지체들과 함께하려고 애썼고, 돈 욕심도 드러내지 않았고, 주님의 십자가를 붙들고 눈물 흘리며 바르게 목회하려고 애써왔는데도 불구하고 목회를 뒤흔드는 고통은 한순간에 다가왔고, 사랑하는 지체들도 크게 영향을 받았다. 1년 후 재발 될 확률이 80% 이상이며 방사선 치료 후 6개월 동안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사에게 ‘그리스도인에게는 죽음도 하나님 우리 아버지의 품 안으로 달려가는 새로운 희망’이라는 말로 거절하고, 걸어온 삶과 걸어갈 나의 삶에 꼭 필요한 질문을 던졌다. 


“나의 남은 인생에 채우고 싶은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조심조심 목회하고 있다. 한순간에 찾아온 고통이 나와 지체들을 당황하게 했지만, 그 고통이 준 유익한 점이 더 많았다. 먼저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의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구분해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 영혼의 가치도 새롭게 보였다. 지체들의 겪는 고통에 매우 실제적으로 접근하려는 태도도 생겨났다. 중요한 가치는 두말할 것도 없이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첫째 생명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 둘째 생명을 다해 아내(가족)를 사랑하는 일, 셋째 생명을 다해 교회(지체)를 사랑하는 일이요, 내가 이 땅에 존재해야 할 이유다. 


비록 주관적이라 할지라도 이 가치를 내 인생에 담아내려고 애쓰고 있다. 나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묵묵히 손잡아주며 아름다운 추억 하나하나를 마음에 새겨가는 아내와 지체들이 진심으로 고맙다. 이들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선물이다.



총회

더보기
“예수 다시 사셨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나님을 찬송하리로다 그의 많으신 긍휼대로 예수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게 하심으로 말미암아 우리를 거듭나게 하사 산 소망이 있게 하시며” (벧전 1:3) 2024년 부활절을 맞이하여 3500침례교회와 목회 동역자. 성도들 위에 그리스도의 부활의 생명과 기쁨과 회복의 은총이 충만하시기를 축원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가 죄인으로 영원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에서 예수님의 죽으심과 다시 살아나심으로 영원한 생명으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이 부활의 기쁨과 감격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입니다. 이 땅의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에 직접 주관하시고 인도하시며 이제는 구원의 완성으로 진정한 하나님 나라의 백성을 몸소 가르치시고 보여주시기 위해 그의 아들을 보내주신 사실을 믿고 기억해야 합니다. 그 분은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셨고 가르치셨으며 가난한 자, 병든 자, 소외된 자, 고난 받는 자를 치유하시고 회복시키셨습니다. 그 회복을 통해 우리는 이 땅에 믿음의 공동체를 세웠습니다. 그 공동체의 핵심은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과 부활의 놀라운 소식입니다. 이 소식이 복음의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