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교회는 1985년 6월7일 탄생했다. 우리는 늘푸른교회를 시냇가에 심기운 나무 “시,심,나”(SISIMNA)라고 불렀다. 나는 교회개척보다는 학교를 세워 다음세대를 교회세대로 세우는 교육목회를 꿈꾸고 있었다. 학교사역을 준비하던 중에 학교 사역을 하고 있는 선배 목사님의 보면서 “학교 속에 교회인가, 교회 속에 학교인가?”를 고민하게 됐고, 학교 속에 교회가 아니라, 교회 속에 학교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하신 것이다. 교회가 먼저다. 교회를 세우자. 결심이 서자 아내의 동의를 얻고, 2살 된 아들과 1년 동안 가정에서 예배를 드렸다. 광야를 지나는 시간이었다.

하나님의 낯선 사랑
살고 있던 집의 전세금으로 조그만 상가 2층을 얻었다, 교회 안에 사택을 마련했다. 사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했다. 어린 아들과 꿈 많은 소녀 같았던 아내에게 미안했다. 나는 내가 개척하면 금방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개척예배 후 1년 동안 새 신자가 1명도 없었다. 나중에는 양식이 없었다. 

어느 주일 날 예배 중에 아내가 쓰러졌다, 서둘러 예배를 마감하고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나에게 물었다. “무엇을 하시는 분이십니까?” 영양실조라는 것이다. 이렇게 가난한 시대로 1년을 살았다. 도움을 주겠다는 교회도 있었다. 나는 사양했다. 잘나서도 아니고, 자존심 때문도 아니었다. 자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니 견딤의 시간은 하나님의 낯선 사랑이었다. 

나는 교회주의자
교회는 나에게 전부였다. 교회를 세우는 사역에 완전한 헌신, 완전한 의탁, 완전한 순종으로 모든 것을 다 드리고, 다 맡기고, 다 믿었다. 교회만을 위해 살았다. 놀아도 교회 안에서 놀았고 사람을 만나도 교회에서 만났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질문이 찾아왔다. “네가 세우고자하는 교회가 진정 주님이 디자인하신 주님의 교회인가? 김근중의 이름을 내는 사람의 교회인가?” 하는 본질적 질문이었다. 자신이 없었다. 대답을 찾기 위해 선배 목사님과 가르침을 주셨던 교수님들을 찾아갔지만 선명한 대답을 얻지 못했지만 분명한 것이 공통점이 있었다. 교회에 대해 고민한다면 교회의 비밀이 담겨진 에베소서를 연구해보라는 것이었다. 서점에 가서 교회의 비밀을 전하고 있는 대가(존 맥아더, 진 케이츠, 존 스토트)들의 모든 책을 구입해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런데 맥을 잡을 수가 없었다, 고독하고 무거운 자기와의 싸움이었다. 치열했다. 

그렇게 3년이 되는 어느 날, 바울의 다메섹 사건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눈에 비늘 같은 것이 벗겨진 것이었다. 한 순간 에베소서 전체가 퍼즐처럼 맞춰졌다. 그 때를 추억하면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았고, 자지 않았는데도 졸리지도 않았다. 붕붕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때를 이렇게 표현한다. 

“99도가 넘으면 그 분이 오신다.” 

복음은 비밀이다. 결혼의 비밀이 교회의 비밀이며, 교회의 비밀이 그리스도의 비밀이고, 그리스도의 비밀이 하나님 나라의 비밀이다. 주님이 디자인하신 교회가 열린 것이다. 그 후 “교회만이 세상을 이기고, 교회만이 이 세상을 변화 시키고, 교회만이 세상의 희망”이라고 외쳤다. 나는 교회주의자가 됐다. 

미래와 희망을 담은 새 교회, 중심교회
세번째 교회를 건축하면서 제3의 성전은 “내가 내 교회를 세우리라”(마16:18)는 말씀을 되새기며 주님이 디자인하신 주님의 교회를 세우는 것이었다. 예수님은 건물 성전을 허무시고 십자가의 죽으심과 부활을 통해 주님의 교회를 세우시고 승천하셨다. 그러나 지금도 주님은 당신의 몸을 이 땅에 남겨 두고 계신다. 교회는 이 땅에 남겨두신 주님의 몸(One-Body)이며, 교회는 건물을 통해 사람을 세우는 사역이어야 한다는 교회론(敎會論)은 우리 교회가 성전건축을 다운사이징(Downsizing)하고, 건물은 말이 없지만 말하는 건물을 짓는 선택과 결단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60대 중반이 넘었다. 개인적으로도 착륙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다. 선배들과 가깝게 지내는 동역자들은 현재로도 충분하다며 무리하지 말라고 충언하고 있다. 그러나 고민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시심나가 공유하고 있는 교회가 무엇인가에 대한 정체성은 사무처리회를 통해 제3의 건축을 결의했다. 모두가 힘을 모아 주었다. 나는 교회의 머리가 되시는 주님과 독대했다. 제3의 성전을 짓도록 허락하시는 목적을 물었다. 

주님께서 주신 말씀은 하나님의 생각이 이식된 미래와 희망을 담은 한국의 5만 5000교회의 새 교회(New church), 세계100만 교회의 중심교회(Center church)를 세우는 것이었다(렘 29:11)

설계와 건축의 세 가지 원칙
제3의 성전건축을 시작하면서 3가지를 마음에 담았다. 첫째는 성전 신학으로 현존(現存)자이신 하나님과 동행하는 성전을 짓기로 한 것이다. 둘째는 사람의 변화, 시대정신과 문화혁신을 담은 성전으로 신학성과 실용성, 현대적 감각을 불어넣는 것이며, 셋째는 주변의 건물과 조화를 이루는 지역교회로 보편적인 교회를 세워가는 것이었다. 사무처리회에서 위임받은 6명으로 구성된 건축위원회는 빠르게 움직였다. 설계자에게 거룩성, 예술성, 실용성이 담겨있는 설계를 요청했고 최종 결정된 것은 서울의 본(Bon) 건축의 젊은 설계사의 도전적인 작품이었다. 성도들도 게시된 모형도와 투시도를 보고 모두 만족해했다. 2019년 9월, 화성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다. 건설사를 정해야 하는 두 번째 작업을 시작했다. 위원회는 건설사를 선정하는 원칙을 세웠다. 첫째는 담임목사 중심으로 이뤄 간다. 둘째는 금융권의 부채없이 건축을 완성하는 것이다. 셋째는 건축헌금이 아니 교회 세움 헌금을 하는 것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마주하다
건설사를 결정하기까지 12번의 회의가 열렸다. 교회의 예상 금액과 건설사의 공사금액의 격차가 심했다. 물론 교회의 예상 금액에 맞춰 견적서를 제출한 회사도 있었다.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자 현재 설계도를 가지고 건물을 짓는다면 교회가 생각하는 예산의 50%를 증액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교회는 잠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중에 전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코로나 팬데믹과 마주한 것이다. 펜데믹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영상예배는 “예배의 편리함을 추구하며, 공동체의 약화, 드림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블랙홀이 되어갔다. 건설 현장에서는 자재비, 인건비, 장비 대여비의 인상으로 이어지며 시간이 흐를수록 긴장이 고조되고, 교회의 분위기는 점점 무거워져 가고, 건축위원회도 방향을 잃어가고 있었다. 믿음 위에 지혜가 필요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믿음으로 건물은 지을 수는 있지만, 지혜가 없으면 무너지는 건물이 될 것이다. 우리는 방법을 찾지 못해도 주님께는 언제나 답이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우리는 다시 제단 앞에 엎드렸다. 

나는 교회의 리더로 마지막 결정의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건축위원회의 최종결정은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성령님이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결정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물론 불편함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이미 설계비로 2억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리더의 확신이 필요했다. 나는 전투적 리더십으로 재무장했다. 이제부터는 큰 틀이 결정됐으면 밀고 올라가는 리더로 옷을 갈아입었다.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다 알고 계시며, 더욱 유익하게 하시는 아버지가 주시는 비움으로 채우는 하늘의 지혜였다. 

넥스트 건설사 김민기 대표와 만남
주님께는 언제나 답이 있었다. 넥스트 건설사 김민기 대표를 만난 것이다. 첫 만남에서 김 대표는 속사람이 정직한 나다나엘 같았다. 나는 현장 사람을 좋아한다. 말로 하는 사람보다 몸으로 말하는 사람에게 신뢰가 간다. 김 대표는 현장 사람이었다. 넥스트 건설사의 주변의 평가는 교회 건축에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도 신뢰를 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평을 들을 수 있었다. 몇 번의 만남에서 교회의 건축 목적과 예산, 방향을 공유하면서 전문적인 아이디어와 센스를 겸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건축위원회는 넥스트에게 설계, 감리, 시공을 전부 위임하는 결의를 했다.

김민기 대표는 과정을 소중히 여기면서 결과로 말을 했다. 설계된 리브(Rib) 노출콘크리트 건물은 아직까지 교회건축으로는 우리나라에서는 시도해본 적이 없는 처녀건축물로 외부는 박물관 같은 고전적인 분위기와 내부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채워져 있었다. 전체적인 교회의 분위기는 중세 건물의 중후함과 백화점 같은 조화로 거룩성과 실용성을 추구한 것이다. 교회의 심장은 기대감으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건물은 말이 없지만 건물은 말을 한다
14개월 동안의 건축은 10월 말이면 완성을 앞두고 있다. 공사현장은 전쟁터와 같았고 영적 전쟁은 더 치열했다. 그런데 정말 감사한 일이다. 교회현장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획대로 지어져 가고 있고, 오히려 전체 공사현장에서 건설사들이 서로 문제가 생기면 교회를 찾아온다. 교회가 중심이 되고 있다. 선한 영향력이다. 

제3의 성전은 After 코로나 시대에 다음세대를 교회세대로 세우며, 삶으로 말하는 걸어다니는 성전(portable temple), 움직이는 교회(moving church),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는 보편적 교회로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갈 것이다. 

16세기가 종교개혁이었다면 21세기는 교회개혁시대다. 시심나는 교회를 세워, 가정을 세우고, 일터를 세워,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는 주님의 교회로 흙의 신학을 가지고 흙의 사람을 세워, 흙의 기도를 통해, 흙의 성전을 세우는 처치 프렌터로 흙의 이야기를 주님오실 때까지 기록해 갈 것이다. 

김근중 목사
늘푸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