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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 부모가 해야 할 일(2)

박종화 목사의 가정사역-19

성폭행에 대한 피해로 인한 고통으로 심리적인 불안을 일으키는 위기의 단계다. 
피해자는 성폭행의 상처로 인해 불안하고 두려운 감정을 갖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가해자가 남자였다는 이유로 실생활에서 남자를 만 날 때마다 가해자가 생각나는 고통을 경험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을 피하여 자폐아처럼 무감각하게 홀로 지낼 수도 있다. 혹은 피해를 당한 장소를 본다거나 피해를 기억나게 하는 물건, 그리고 TV나 여러 매체들에 의해서도 피해에 대한 고통이 떠오를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상담자는 치료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미리 말해 주는 것이 좋다. 그러면 치료과정 중에 위에서 언급한 불안과 두려움이 찾아 올 때 상담자가 다시 한 번 자연스러운 치료과정임을 일깨워 주면 내담자는 비교적 편안하게 그 고통과 두려운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를 정상화(Normalization)라 한다. 


직면을 위하여 성폭행을 당한 기억을 정확히 재생하는 단계다. 
성폭행의 피해로 인한 과도한 심리적, 신체적 고통은 방어기제에 의해 기억이 온전하지 않을 수 있다. 그 기억이 지워질 수도 있고 일부분만 기억할 수도 있으며, 그 기억 자체가 왜곡되었을 수도 있다. 방어기제와 억압기제에 의하여 그 고통을 피해왔지만 그 고통을 피한다고 그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며 오히려 더 자신의 신체적, 심리적, 그리고 영적인 부분까지도 파멸로 이끌 수 있는 위험이 있기에 직면을 통해 그 고통과 맞서야 한다. 이런 직면은 어린 시절 상처 입은 내면 아이의 치유에서 필요로 했던 직면과도 같은 것이다.


직면 없이는 치료가 안 된다. 그러므로 내담자가 성폭행 피해에 대한 기억이 확실하지 않을 수 있기에 조심스럽게 추행당한 장면을 정확하게 기억해 내도록 연상시킨다. 상담자는 그 기억들이 이어질 수 있도록 장면을 정리해 주거나 행동을 유추해 낼 수 있도록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다. 


점차적으로 상담자와 그 고통을 재기억하고 얼어붙었던 감정이 녹으면서 실제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며 상처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 방법으로는 당시의 사건에 대한 기억들을 종이에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게 한다든지 그림을 그려 보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성폭행이 자신에게 일어났었다는 사실을 믿고 인정하는 단계다. 
전 단계가 불완전한 자신에 대한 기억들이 재구성되어 원래의 온전한 기억들로 정리가 됐다면 자신의 실제로 성폭력 피해자란 사실을 인정해야 정확한 직면이 된다. 그동안에 피해자는 자신의 기억을 억누르거나 해리(Dissociation : 다중인격)로 대응했지만 더 이상 기억을 왜곡하거나 다중인격으로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신이 성폭행 피해자였음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단계다. 
자신의 감정을 소극적으로 느끼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성폭행의 피해에 대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데 ‘아! 이렇게 화가 나는 것이 분노구나’라고 생각만 한다면 이것은 감정을 충분히 느끼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기에 감정이 순환될 수 없다. 감정은 느껴지는 것이고 표현되는 것이다. 치료자는 이렇게 눌려있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할 때 기억나는 피해 상황을 적어보게 한다거나 그 상황들에 대하여 느껴지는 현재의 느낌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게 도와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감정을 실어 말로 표현하면 더욱 좋다. 자신이 분노와 슬픔이 느껴진다면 그 느낌을 어떤 형태로든지 그림으로 그려 보게 하는 것도 좋다. 울거나 분노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릴수도 있고 어느 건물에 불이 난 상황을 그려 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집기를 부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 자신이 가해자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표출하기 위하여 고무풍선으로 만들어진 사람 모양의 오뚝이를 손이나 주먹으로 때리거나 적당한 막대기로 두들기도록 할 수도 있다. 주로 상담소가 협소하기에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듬잇돌과 천을 준비하여 방망이로 두드리도록 할 수도 있다.


아직 가해자와의 직접적인 직면이 쉽지 않기 때문에 빈 의자기법 등을 동원해도 좋다. 빈 의자에 가해자가 있다고 생각하고 말해 보라고 하거나 가해자 입장에서 빈 의자에 자신이 앉아 있다고 생각하고 말하게 할 수도 있다. 상담자가 가해자 역할을 하여 피해자에게 사과를 할 수도 있고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거나 표현을 못할 때, 가해자 입장에서 대신 감정을 표출 할 수도 있다. 피해자가 자신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 할 때 도전 할 수도 있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므로 당시 느꼈던 감정을 일으킬 수도 있다. 


내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단계다. 
이는 피해자가 갖게 되는 수치감이나 죄책감 등을 해소시키는 단계다. 생명의 위협을 당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힘센 가해자가 때리면 힘없는 나는 맞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가해자에게 있고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시켜주고 불안과 두려운 감정을 해소할 수 있도록 계속 지지하고 지탱해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