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를 쓴 괴테는 “태초에 갈등이 있었다”라는 말을 했다. 어떤 조직이나 공동체에 갈등이 없을 순 없다. 성장을 위한 갈등을 겪기도 하고 때로는 갈등을 해소하는 그 과정 자체가 더 큰 갈등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갈등 때문에 능률이 떨어지기도 하고 리더십의 위기가 오기도 한다. 피할 수 없는 리더십의 갈등을 영성리더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1. 갈등(Conflict)
갈등(葛藤)이란 단어는 칡(葛)과 등나무(藤)란 뜻이다. 칡 줄기는 오른쪽으로 감고 오르는 성질이 있는 반면, 등나무는 칡과 반대로 감고 오르며 자란다. 이처럼 두 식물은 서로 정해진 생리대로 자연스레 제 삶을 사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서로 꼬여 얽히고설키는 결과가 빚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갈등이라고 한다. 성경에도 수많은 갈등이 존재했음을 보게 된다.
사도 바울과 바나바는 둘 다 훌륭한 영성 리더였지만, 갈등이 있었다. 또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하와의 상호 갈등, 다윗과 사울왕과의 갈등, 야곱의 자녀들 간의 갈등.. 이렇게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서로간의 갈등을 발견할 수 있다.
영성 리더는 공동체/조직 안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또한 갈등의 대상을 내가 정복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지도 말아야 한다. 갈등을 풀어내기 위한 첫 단추는 상대방을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를 이해해 주는 것이다.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야’라고 단정 지어 생각하는 선입견은 결코 갈등을 풀어내는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2. 기회(Opportunity)
영성 리더들에게도 어김없이 갈등은 찾아온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갈등의 문제를 넘지 못하고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버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 갈등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되어 반전의 드라마를 쓰는 리더들도 있다.
갈등 자체를 ‘문제’로 보면 끝이 없는 문제이지만, 영성 리더는 갈등을 문제가 아닌 ‘기회’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갈등을 그 공동체가 성숙의 자리로 옮겨 가기 위한 디딤돌로 여겨야 한다. 요셉은 형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과의 헤어짐이 있었지만, 이후 애굽의 총리가 되어 아버지 야곱을 비롯한 형들과의 감격적인 재회를 하게 된다. 그로 인해 가족들에게 큰 도움을 주게 되는 결정적인 기회를 얻게 되었다.
영성 리더들에게는 이와 같이 ‘갈등=문제’라는 인식 보다, ‘갈등=기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이 필요하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균형 잡힌 정책을 위한 새로운 기회이며, 회사와 노조의 갈등은 건강한 경제 문화를 위한 새로운 기회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교회가 겪는 일련의 갈등은 - 비록 지금은 뼈를 깎는 고통이 있지만 - 더 성숙하고 건강한 신앙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새로운 기회로 여겨야 할 것이다.
오늘날 많은 한국교회 공동체가 갈등으로 인해 어려움에 직면하는 모습을 적지 않게 보게 된다. 그럴 때 영성 리더는 갈등을 풀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먼저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그리고 갈등을 ‘문제’가 아닌 ‘기회’로 보는 시야가 필요하다. 성숙한 공동체는 성숙한 영성 리더가 존대할 때 가능한 것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진재혁 목사 / 지구촌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