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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새빛” 선교사들 (2)

백정수 목사
더가까운교회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은 그저 고집스럽게 얼룩진 어둠뿐…어둠과 가난과 인습에 묶여 있는 조선 사람뿐입니다. (중략) 지금은 예배드릴 예배당도 없고 학교도 없고 그저 이곳 모든 사람들로부터 경계의 의심과 멸시와 천대함이 가득한 곳이지만 이곳이 머지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이 내용은 미국 북장로교에서 파송된 언더우드 선교사의 “보이지 않는 조선의 마음”이란 기도문이라고 한다. 이 기도문은 인터넷 상에 영문으로 번역되어 돌아다니고 동영상과 설교의 예화로 등장해 널리 퍼지고 있다. 내용만 보면 감동이 몰려오고 은혜롭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허구다.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과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에서도 언더우드가 기록한 기도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한다. 물론 당시 언더우드가 비슷한 내용으로 기도는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우리 상상이고, 언더우드가 직접 기술한 역사적 사료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 확인이 안 된 기도문이다. 


이 기도문이 처음 등장한 곳은 정연희 소설가가 쓴 양화진(1984 刊)이라는 소설이다. 작가도 분명히 역사적 사실이 아닌 허구의 시라고 밝혔다. 그리고 기도문의 내용만 보더라도 여러 가지 반론을 제기할 수 있지만, 지면 관계상 3가지만 나열하겠다.


먼저 기도문의 첫 문장인 “메마르고 가난한 땅, 나무 한 그루 청청하고 시원하게 자라 오르지 못하고 있는 땅”은 1885년 4월 2일 감리교 선교사 아펜젤러가 부산항에 입항할 때 받은 인상을 기록한 글이다. 어찌 보면, 이 기도문은 언더우드가 아닌 아펜젤러의 기도문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그 넓고 넓은 태평양을 어떻게 건너왔는지 그 사실 자체가 기적입니다.” 


1세기 선교가 로마의 도로 발달에 있었다면, 19세기 후반 세계 선교는 기선(Steamship)의 발달로 가속화됐다. 1885년 4월 5일 언더우드가 조선으로 왔던 당시, 태평양 횡단 기선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해 하와이 호놀룰루를 거쳐 일본 요코하마까지를 한 달 정도 안전하게 정기적으로 운항되고 있었다. 이것은 기도문에서 말한 기적이 아니었다. 물론 태평양을 건너 저 멀리 조선에 오게 하신 것이 기적이라면 기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이 대목은 당시 서양 선교사의 입장에서 기록된 것이 아니라, 이후 교통수단의 발달로 한국과 미국의 시간상 거리가 좁아진 한국인의 관점에서 기록된 것이다.


조선에 입국해 언더우드 선교사는 알렌 선교사가 원장으로 있는 광혜원(제중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 개신교 선교사들은 대부분 의사였으며, 특히 알렌이 갑신정변 때 칼에 찔린 민비의 조카 민영익을 수술로 살렸을 때, 고종과 민비의 신임을 얻게 됐다. 이후 그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광혜원(제중원)도 설립하고 호의 속에 선교사역을 할 수 있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선교사들을 ‘양귀’(洋鬼)로 부르며 반기독교 운동이 강했으나, 한국에서는 의료 선교사였던 알렌이나 헤론이 고종을 알현하면서 정부 고관들과 어울렸기 때문에 양대인(洋大人)으로 불렸다. 따라서 멸시와 천대함 등의 손가락질을 전혀 받지 않았다. 이 문장도 역시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지어낸 허구일 뿐이다. 

 

더불어 언더우드의 기도문과 비슷하게, ‘언더우드의 기도 낙서장’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감동을 주며 언젠가부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이 있다. 

 

“걸을 수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설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들을 수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이것은 원래 2010년 김옥춘 시인이 쓴 ‘나는 행복한 사람’이란 시인데, 또 다른 “언더우드의 기도”라 불리면서, “언더우드 선교사가 이역만리 떨어진 타국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님이 기적과도 같은 하루를 매일매일 허락하심으로 사명을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삽시다!”라고 설교를 하거나 감동의 예화를 준다.

 

참으로 안타깝다. 이것이 한국 기독교의 실상이다. 이성보다 감성, 감정이 넘치다 보니 “감동”과 “은혜”를 주는 것이면 가짜도 좋고, 가짜 학위도 좋고, 가짜 기도도 좋다. 정확한 지식으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한국교회가 가진 의무이자 방향인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 유독 왜 감동적인 기도문들의 주인공은, 왜 약 3천명 넘는 내한 선교사 중에 유독 언더우드인가? 

 

아무래도 학벌주의가 강한 한국이다 보니, 연세대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를 세운 언더우드를 유독 칭송하는 의식의 흐름이 한국교회에 은연 중 있기 때문이 아닌지 유추해본다. 만약 침례교의 펜윅이나 파울링 선교사가 서울대에 버금가는 명문 학교를 세웠다면, 오히려 사실 확인이 안 된 감동적이고 은혜로운 예화들이 이들에게 판 쳤을 것이다.

 

SNS와 인터넷에 생산되는 그럴싸한 선교사들의 잘못된 이야기를 가지고 감동을 주려는 알레고리적 모습을 한국교회는 타파해야 한다.      

 

필자는 양화진에서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와 협업하여 선교사들의 생애와 업적에 대해 보다 객관적인 사료를 발굴하여 오랜 기간 연구했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우리가 역사적으로 잘못 알고 있거나 오해하고 있는 것들을 많이 살필 수 있었다.

 

앞으로 침례교 선교사 및 조선 내한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교계에 널리 알려진 초기 개신교의 역사적 사실 중, 잘못 전해진 오류를 검증하고, 근거 없는 신화와 해석에 의문을 제기하며 바로 잡는 내용으로 우리 침례교 목회자의 한국 개신교 역사관의 근육을 더욱 단단히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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