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기총회가 한 달 여를 앞두고 있다. 그래서인지 총회 자유게시판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물론 글을 쓰는 사람들이 고정돼 있기는 하지만 또다시 여러 문제들로 소란스러워지는 시기가 도래했다. 은혜재단과 관련한 문제도 게시판에 등장할 법도 한데 조용한 것이 의아하다. 하나 더 이상한 것은 한 일간지에 소개된 우리교단 정기총회의 안건이 ‘기후 위기에 따른 목회적 동참 방안’이라는 점이다. 다른 여러 안건 중 하나가 아니라 이것 하나만 기술돼 있다. 타 교단에서 세습 문제나 이중직 문제, 목회자 정년 문제, 신학교 관련 문제 등 교단이나 목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안건들이 보도된 것에 반해 궁색하다는 인상이 스치고 지나간다. 기자가 물어보니 뭐 하나 말은 해야 할 것 같고 해서 던져준 느낌이 강하게 든다. 기후 위기는 많은 이들이 문제라고 논하기는 하지만 산업과 관련된 부분이 크지 목회 현장에서 무언가 동참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특히 교단적으로 시급한 문제라고 보기도 어렵다.
물론 이해는 된다. 그동안 우리교단의 정기총회는 의장단 선거에 관심이 모아지고 그 이외의 것에는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지방회별로 어떤 안건을 다뤄달라는 청원이 많지 않을 수 있고 올라온 청원들도 민감한 것이 있을 수 있으니 쉽사리 언론에 공개하지 못하는 상황이리라. 하지만 미리 대의원들에게 어떠한 안건이 올라왔는지 공지 정도는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정기총회 의사자료집은 각 기관 보고까지 합하면 1000페이지가 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장에서 의사자료집을 받아 이를 숙지하고 3일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혹자는 우리교단의 정기총회는 치리가 아닌 화합과 교제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목회자부부영적성장대회가 있는 마당에 정기총회에서도 화합과 교제만 하고 돌아간다면 우리 앞에 산적한 문제들은 어떻게 처리한단 말인가.
정기총회가 침례교회만의 사업총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여러 논란들에 대한 지혜로운 준비와 함께 총회 사업과 기관, 위원회 등 대의원들이 위임해준 사업과 사안들을 공유하고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다. 자칫 113차 회기를 위한 논의보다는 본질에서 벗어난 문제에 논쟁을 벌인다면 1년의 침례교회의 사업을 결산하는 자리가 무색해질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
돌아오는 정기총회를 예상해 본다. 개회선언이 있기 전 의사진행발언을 한다는 명분으로 1부총회장 자격문제나 대의원권 문제로 반나절 이상의 실랑이가 일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일단 규약을 유보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인 후에 회무를 시작하자는 의견이 있을 것이다. 선거 등 여러 해야 할 일들이 많기에 대의원들도 이를 수락해 늦은 시간 본격적인 회무에 들어간다. 선거가 끝난 후 각 기관 보고와 규약 수개정 등 안건들을 처리한다. 하지만 이를 처리하기에 3일이란 시간이 너무 짧다. 회의장에 앉아있는 대의원들도 선거가 끝난 후 상당수가 자리를 비운다. 결국 남은 안건들은 총회 임원회에 일임하고 폐회한다. 총회가 끝난 후 일임했던 문제들에 대해 몇몇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하며 두 진영으로 갈라져 소란스러운 나날이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방지하기 위해 총회가 속시원하게 어떤 문제를 정기총회에서 다룰 것인지 미리 공지하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식의 ‘깜깜이 정기총회’에서 벗어나는 9월을 맞이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