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절 성령강림과 성령충만의 조건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 40일간 지상에 계셨다는 이야기는 사도행전 2장에만 기록되어 있는 누가의 자료이며, 이 기간 동안 예수께서는 하나님 나라의 일들을 가르치신 것으로 나타난다. 요한복음에서는 현현하신 후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성령을 받으라고 말씀하시면서 성령을 주시는 것으로 되어있으나(요 20:22),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에서는 예수께서 승천하신 후에야 비로소 성령이 주어질 것이라는 약속이 언급되어 있다(행 1:4,5, 눅 24:49). 누가는 예수의 사역이 그의 승천으로 인해 끝을 맺는 것이 아니라, 성령이 역사하시는 교회를 통해 예수의 사역이 계속됨을 강조하는 있는 것이다. 즉 누가가 사도행전 서론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주께서 승천하시고 끝난 것이 아니라, 성령으로 말미암아 사도들을 통해 구원의 사역을 계속하신 일을 계속 전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오순절 성령강림은 의미가 있는 것이고, 이러한 사명의식 안에서 탄생한 교회가 바로 예루살렘교회였던 것이다.
예수의 승천 후 약속대로 보내어진 성령강림의 역사와 그의 활동에 의해 이뤄지는 첫 기독교 오순절(pentecost)에 일어난 성령강림 사건은 신약성경에서 매우 독특한 사건으로 유일회적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 사건의 역사적 배경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이는 예수께서 약속하신 성령을 기다리며(행 1:4~5)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 기도하던 120명에게 성령이 충만하게 임함으로서 최초로 “에클레시아”로서의 교회가 탄생한 사건이다. 여기에서 성령이 오순절에 강림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오순절은 유월절 다음날부터 계산해 50일째 되는 날로써, 구약성경에서는 맥추절(출 23:16), 칠칠절(출 34:22, 신 16:10), 또는 처음 익은 열매를 드리는 날(민 28:26)이다. 이때 보리를 수확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 오순절에 대해서는 좀 더 살피는 것이 성령강림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본래 오순절은 구약에 나오는 용어가 아니다. 구약에는 다만 오순절을 표현할 수 있는 전신이 있는데, 그것은 칠칠절이었다(신 16:10).
그것이 “7×7+1=50”이었기 때문이다. 이 용어의 히브리어는 “주간들의 명절”로 사용됐다. 그러나 이미 “오순절”이라는 용어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게 된지 벌써 100년이 훨씬 넘었고 이제는 고유명사화 됐다. 대다수 주석가들은 오순절 곧 50번째 되는 날(pentecost)은 구약의 유월절인 금요일 이튿날부터 시작해 50번째 되는 날이 되므로 그것이 바로 주일날이며, 따라서 금요일, 유월절 날에 예수께서 고난당하시고 죽으신 다음, 주일날에 부활하시고 또한 고난 후 50일째 날인 주일에 역시 성령께서 강림하심으로 교회가 세워져서 성전시대의 막을 내리고, 교회시대의 장을 열었다는 데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실로 하나님의 영원하신 경륜과 그의 구원의 섭리 가운데서 이루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세계 각국에서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 명절을 맞아 예루살렘에 모였을 때(행 2:9~11), 하나님께서 특히 이날에 성령강림을 허락하신 것은 그 구약적인 배경하에서 이뤄진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거스틴(Augustinus)에 의하면, 오순절은 여호와께서 시내산에서 모세에게 율법을 주신 날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했다(신 16:9~12). 이처럼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칠칠절은 새로운 삶의 출발을 의미하는 소중한 날이었던 것처럼, 여기서 유래한 오순절에 성령강림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제 교회 시대의 새로운 장을 여는 뜻 깊은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