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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이야기(3)

아마 한 달 쯤 그렇게 지냈는데 1950년 10월 12일 ‘남한의 국방군이 평양에 들어왔다’는 가짜 뉴스가 돌았다. 그래서 그 가짜 뉴스를 진짜로 알고 인민군에 안 나가고 숨어 있던 청년들이 다 밖으로 나와서 햇볕을 쬐면서 좋아했다. 


사실 그 때 국군과 유엔군이 평양 가까이까지 북진 중이었고 인민군이 우리 마을 지역에서 마지막 후퇴하고 있었다. 10월 20일 국군이 평양에 입성하고 우리 마을도 그 때에야 완전히 해방됐다. 그래서 10월 12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 동안 지역 빨갱이들이 그 동안 숨어 있다가 가짜뉴스에 속아 밖으로 나왔던 청년들의 집을 이 잡듯 다 잡아내서 그대로 총살했다. 그 때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은 정말 거의 죽은 사람 같이 보였다. 
그런데 나는 정말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남았다. 사람들이 내가 아궁이 속에 숨어 있었던 것은 모른다. 그래서 나는 또 아궁이 속으로 들어가 숨었다.


우리 집은 마을과 좀 떨어진 외딴집이었다. 바로 앞집이 하나 있었다. 빨갱이들이 마지막 후퇴하면서 한 집 한 집 수색하는데 바로 우리 앞집 이창부라는 청년이 그 동안 멀리 다른 곳에 가서 숨어 있다가 집에 왔었는데 마땅히 피할 곳이 없으니까 뛰어나와서 달아났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그 빨갱이들이 보고 따라가서 얼마 못가서 잡혀 그 자리에서 총살당했다. 그 빨갱이들이 그 청년을 쫓는다고 우리 집을 지나갔다. 우리 집에도 수색대가 들어올까봐 우리 여동생이 아궁이에 불을 조금 지피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살아남았다.


10월 20일 국군이 평양에 입성하고 우리 마을도 해방되어 우리 세상이 됐다. 그런데 그 때부터 우리 청년들이 치안대를 조직하고 도망치지 못한 지방 빨갱이들을 또 하나하나 잡아서 죽였다. 그 때 우리 교회 이은석 목사가 청년들에게 제발 사람을 죽이지는 말라고 몇 번이고 당부하고 또 당부하셨다. 그런데 그 동안 너무 악질적이었던 빨갱이들을 사람들이 가만히 둘리가 없었다.


그렇게 세상이 바뀌어 우리 세상천지가 되어서 좋아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한 40일 지나 12월 1일부터 ‘피난민’이라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 때 북한은 통신망이 없어서 뉴스를 빨리빨리 알 수가 없었다. 피난민? 북쪽에서 사람들이 피난 간다는 거다. 백두산까지 다 북진했던 국군이, 유엔군이 중공군의 30만 병력의 인해전술에 부득이 후퇴를 해서 일시 피했다가 국군이 다시 북진하면 집에 돌아온다고 일시 피난한다는 거다.


12월 4일, 국군은 평양을 철수했다. 우리 마을도 예외가 아니다. 시골이라 좀 늦게 우선 위험한 청년들이 12월 7일 일시 피했다가 집에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떠났다. 나는 그 청년들보다 하루 늦게 친구 둘(선우승원, 김종민)과 함께 12월 8일 아침 집을 떠나 대동강을 건넜다. 물론 우리도 그저 한 열흘 간 피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었다.


우리 집에서 대동강은 30리 길이다. 거기 대동강까지 내가 어려서부터 짝지였던 여자 친구, 선우신행(선우승원의 동생)이 나를 따라왔다. 그 당시 여자애들은 거의 학교를 안 가는데 신행이는 소학교에 다녔다. 신행은 나보다 한 학년 아래였고 부잣집 딸이고 정말 예뻤다. 나도 그 애를 좋아했고 그 애도 나를 무척 좋아했다. 우리 어머니가 그 집에 전도해서 그 집 가족들과 그 애가 교회에 같이 다니고 크리스마스 때는 그 애랑 교회에서 연극도 같이 하곤 했다.


솔직히 나는 우리 마을에서 단 하나 고등학교 학생이고 공부도 잘한다고 소문나서 인기였다. 그런 그 애가 30리 길 되는 대동강까지 나를 배웅한다고 따라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갈 생각은 안 했다. 지금 생각하니 이렇게 세월이 오래 갈 줄 알았으면 그 때 나이가 어려도 어떻게 해서든 그 애를 데리고 같이 나올 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금도 그 신행이가 생각나곤 한다. 그렇게 해서 고향을 떠났는데 74년의 세월이 흘러가는 실향민 타향살이 하면서 한 시도 고향의 그리움을 떨치지 못하고 살고 있나이다.

이재순 목사 
예일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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