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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든 탑-1

유수영 목사와 함께하는 창세기 여행 27

(창세기 9장 18절~11장 9절)

 


다시 시작된 일상이 방주 밖으로 나온 노아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큰일을 겪었더라도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범한 하루를 보내야 하는 사실이 무서우리만큼 가혹한 우리 삶이죠. 홍수가 쓸고 지나간 황무지에서 집을 세우고 옷을 지을 뿐만 아니라 오늘 필요한 양식을 위해 농사든 사냥이든 되는대로 해야 했지만 절대 만만치 않았을 겁니다. 홍수로 생태계가 전부 바뀌어 농사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한 데다 동물을 사냥하려고 해도 방주에서 나온 직후에는 동물 숫자가 워낙 적었을 테니 양식 구하기가 어려웠겠죠. 방주에서 살아남은 동물이 많아야 종류마다 암수 일곱 쌍이었으니 흩어지고 나서는 잡아먹고 싶어도 찾을 수조차 없었을 겁니다. 이것 말고도 해야 할 일은 많았고 마음의 여유는커녕 허탈한 마음을 가질 틈조차 없었을 겁니다. 창세기는 당시 노아 가족이 겪은 일을 단 한 문장, 아니 한 단어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방주에서 나온 노아의 아들들은 셈과 함과 야벳이며 함은 가나안의 아버지라 노아의 이 세 아들로부터 사람들이 온 땅에 퍼지니라(창 9:18~19)


창세기는 ‘퍼지니라(퍼져 나갔다)’라는 한 마디로 홍수 이후 노아 가족 이야기를 압축하고 있습니다. 척박한 환경 속 힘들고 고된 삶이었지만 억척스레 살아낸 덕택에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점차 숫자가 늘어나며 안정을 찾았고, 새로운 땅을 개척하며 번창했다는 의미가 한 단어로 요약됐습니다. 노아 가족은 억울할지 모르지만, 긴 시간을 두고 생각하면 그들이 겪은 어려움이 번창 과정이었음은 분명하죠. 그런데 지금 우리가 읽은 창세기 9장 18절에는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노아의 세 아들 셈, 함, 야벳을 소개하면서 유독 함에게만 가나안의 아버지라는 설명을 덧붙인 겁니다. 그토록 간략하게 노아 가족 역사를 요약한 창세기가 왜 함에게만 추가 설명을 덧붙여 가나안이 그의 아들임을 애써 밝히려는 걸까요? 이 글이 쓰일 당시 이스라엘 사람에게는 함보다는 가나안이 훨씬 중요한 이름이었기 때문에 가나안을 부각했다고 생각됩니다. 여기서 가나안에 대해 좀 더 알 필요가 있습니다.


가나안의 후손은 수가 점점 많아진 끝에 같은 이름을 가진 민족을 이뤘습니다. 이들이 살았던 땅 이름도 가나안이 되었는데, 이곳은 팔레스타인 지역이라고도 불리는 남부 레반트 일대로 오늘날 이스라엘, 레바논, 요르단 등이 위치한 곳입니다. 사실 이 지역에는 여러 민족이 살았는데 가나안은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이름이 됐고, 애굽을 탈출한 이스라엘 민족이 맞닥뜨린 전쟁 상대였으니 창세기 관점으로 보면 가나안은 곧 이방 민족과 이교도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여호수아가 이끄는 이스라엘 군대와 전쟁한 끝에 땅의 통치권은 내주었어도 이스라엘 민족이 완전히 쫓아내지 못한 덕택에 여전히 그 땅 가운데 살면서 명맥을 이어갔죠.


로마 제국이 예루살렘을 멸망시킨 후 이스라엘 민족이 유럽 각지로 쫓겨간 뒤에도 가나안 사람은 여전히 그 땅의 주인으로 살았습니다. 훗날 현대 이스라엘 국가가 세워지면서 다시 한 번 전쟁에 휩싸이게 됐는데, 팔레스타인이라는 이름의 국가를 세운 후 지금껏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모습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강한 생명력을 지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창세기가 함에게 가나안의 아버지라는 설명을 붙인 의도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혐오의 대상인 가나안 이미지를 덧붙임으로써 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구절에서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노아가 농사를 시작하여 포도나무를 심었더니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여 그 장막 안에서 벌거벗은지라 가나안의 아버지 함이 그의 아버지의 하체를 보고 밖으로 나가서 그의 두 형제에게 알리매(창 9:20~22)


에덴동산을 나온 아담이 그랬듯이 노아도 농경부터 시작했습니다. 일 년간 물에 잠겨 있던 땅이 전보다 기름지게 됐을지, 반대로 더 나빠졌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바닷물과 섞이며 염분이 많아졌을 테니 농사짓기에 안 좋은 땅이 됐을 수도 있고, 물에 잠긴 동안 가라앉은 흙과 나무 등이 땅을 비옥하게 만든 덕택에 더 좋은 땅이 되었을 수도 있겠죠. 이전과 달라진 기후 환경도 큰 변수로 작용했을 겁니다.


창세기만 읽어서는 자세한 상황을 알기 어려운데, 포도 농사만큼은 꽤 잘 되었나 봅니다. 포도나 포도주에 대한 언급이 이전까지 한 번도 없었으니 수확한 포도를 저장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술 담그는 법을 알게 된 모양이고, 술을 빚어 마실 만큼 많이 수확했다면 포도 농사가 잘되었기 때문이겠죠. 문제는 노아가 취할 만큼 포도주를 많이 마셨다는 점인데, 사소해 보여도 한 개인, 나아가 여러 민족 운명을 바꾸는 중대한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경과는 이렇습니다. 술에 취해 알몸이 되어 장막에서 자던 노아를 무심코 장막 안에 들어간 둘째 아들 함이 보게 됩니다. 장막 안에 있는 아버지가 어떤 상태였는지 몰랐을 테니 이를 잘못이라고 단정하면 함 입장에서 억울할 수도 있죠. 굳이 문제 삼는다면 먼저 아버지께 들어가도 되냐고 물어야 했고, 대답이 없으면 굳이 들어가지 않는 편이 나았겠죠. 이런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함 책임으로만 몰아세우기도 적절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술에 취해 아무렇게나 쓰러져 잔 노아가 원인을 제공했음이 분명하니까요. 당연히 노아가 더 많이 혼나야 마땅한데도 이후에 벌어진 상황을 보면 함에게만 책임이 돌아갑니다. 물론, 함이 보여 준 행동에도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유수영 목사
제주함께하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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