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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증후군(2)

 

핵가족이 아닌 대가족 시스템을 가졌던 우리의 어린 시절에는 보통 10여명에서 많으면 20명 내외의 대가족이 함께 살았다.

 

설날이 되면 술을 담그고 산자를 빚고 다식을 만드는 등 며칠 전부터 명절 준비를 했다. 떡도 한 두 되 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말로 했으며 지금같이 떡집이 있어서 떡집에서 떡을 해오는 것이 아니라 모두 집에서 가족들이 했다.

 

떡도 한 두 가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했으며 돼지를 통째로 잡고 닭도 여러 마리씩 잡았다. 식혜와 수정과도 말로 하고 전도 커다란 바구니로 하나씩 몇 가지를 부치고는 했다. 그렇게 준비한 음식들이 명절 때만 되면 넓은 광으로 가득 차서 사람이 다닐 수 없을 만큼 많은 종류의 음식들을 준비했던 것이 우리네 명절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많이 준비한 음식들은 차례를 지낸 다음에는 가족이 모두 모여 함께 먹었다. 그리고 동네의 이웃들과 인근의 어른들이 계신 집들에도 음식을 돌리고는 했다. 그때에는 동네의 어느 집이든지 아내와 며느리와 어머니와 딸들도 명절 음식을 준비하면서 그 일이 어렵다거나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모두가 즐거웠다. 그저 사람들은 명절을 맞으면 그렇게 일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처럼 만에 함께 만나 수고하며 고생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쁘고 즐겁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옛날과 달라서 대가족을 찾아보기 어렵다. 핵가족으로 변화되면서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고 배타적 이해와 타산적으로 변해가면서 순수함을 잃어갔다. 또 대가족이라 해도 대부분 음식을 시장에서 사거나 기계로 만들기 때문에 손으로 하는 음식은 그리 많지 않다. 음식의 종류와 양도 옛날처럼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데 힘들다니?

 

그 뿐이 아니다.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정부가 두 자녀도 많다며 하나 낳기를 권장하는 졸속 정책으로 지금은 한명의 자녀를 둔 가정이 많다. 경제적 여건과 아이를 키우기 힘들다는 부모들의 자기중심적인 이기적 사고와 판단 때문에 아들이든 딸이든 한 명의 자녀를 둔 가정이 많아 명절 때면 대가족을 이루고 싶어도 이룰 수 없는 것이 오늘날의 세태다.

 

명절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일 년에 두 번 있는 명절을 맞아 옛날 같이 음식을 많이 만들어 동네와 인근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 것도 아니고 찾아오는 손님을 접대하는 것도 아닌데 얼마 되지 않는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면서 힘들다고, 괴롭다고 하는 것은 분명히 사랑이 결핍되었거나 자기중심적인 이기적인 사람들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안 계신 지금은 명절이 되어도 추도예배를 위해 겨우 형제들만 부부로 동반해서 참석하는 것이 고작이다. 음식도 간단히 상에 올릴 음식만 장만하여 모인 사람들이 한 끼 식사를 하는 것으로 끝난다. 아침 식사를 하고난 뒤에 헤어져 명절증후군을 운운할 시간조차 없다. 이것은 물론 저희 가족의 경우이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이 든다

 

일반인들도 차례와 제사조차 콘도에 가서 지낼 정도로 형식적이고 간소화되고 있다. 장만하는 음식도 대부분 시장에서 사거나 기계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람이 손으로 직접 만드는 음식은 옛날처럼 많지 않다. 그것조차도 힘들다거나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불평한다면 반드시 문제는 생기게 되어 있다. 그런 분들로 인해 가족간 갈등과 미움과 반목이 생긴다.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장만하면서 불평하고 원망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 아닌가 싶다. 우리 믿는 성도들은 명절만이라도 가족을 위해 봉사하며 섬기는 일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 주어야 한다.

 

불평과 원망은 가족관계를 아프게 하는 사단의 시험이다. 혹 그러한 가족들이 있다고 할 때 우리 믿는 성도들은 그 분들을 쉬게 하고 조금 더 가족을 위해 내가 일한다는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그리스도의 의를 이루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어려서 고생을 하면서 자랐거나 여러 형제들과 어우러져 함께 자란 사람은 가족을 생각하고 가족을 위해 하는 일을 어렵거나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을 위해 가족이 먹을 음식을 장만하는 일을 귀찮아하고 힘들다며 명절증후군 운운하지도 않는다. 가족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과 자기가 수고하고 고생하며 만든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가족들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명절만 되면 힘들다며 짜증을 부리며 투정을 부리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랄 때 형제없이 자랐거나 가정이 넉넉해서 부모의 지나친 과보호 속에 고생을 모르고 자란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남을 배려하고 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 자기중심적인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더구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사랑을 이야기 하는 사람이 내 남편을 낳아준 시부모님과 남편과 함께 자란 남편의 형제들을 위해 그들이 먹을 음식을 일 년에 한번 내지 두 번 만드는 일을 힘들다며 짜증을 내고 다툼을 일으킨다면 그런 사람을 어떻게 하나님께서 쓰시겠는가?

 

그런 사람이 사는 가정은 평화로울 수가 없으며 그런 사람과는 행복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일 년에 한두 번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일조차 힘들어하고 짜증을 내며 귀찮아하는 사람이 어찌 하나님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 수 있겠는가?

 

물론 과도한 일에 시달리는 여성들에 대하여 남편을 비롯한 전체 가족들의 이해와 배려, 그리고 일을 나누려는 자발적인 협조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족 모두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바쁜 여자들을 위해 시장을 대신 봐주거나 집안청소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일을 나누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가족이 조금씩 일을 나누고 서로에게 좀 더 많은 배려를 함으로써 함께 치르는 축제라는 명절의 본 뜻을 되살려야 한다.

 

며느리들이 경험하는 명절증후군의 근본 원인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시집을 남의 집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기 집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남의 집으로 생각하니 자신이 이 집에서 일하거나 봉사하는 것을 손해본 것처럼, 희생한 것처럼 생각한다.

 

이제는 여성들도 커다란 틀 안에서의 사회와 이보다 작은 주변 사회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다. 자신의 의무 자체가 하나의 사랑의 행위이며, 자신이 만든 음식을 자신과 자녀들이 함께 먹는다는 것을 기뻐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희범 목사 / 지구촌가정훈련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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