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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테라피 7> 삼각관계-System of Triangle

 

상담소를 찾은 한 어머니는 잠을 잘 수도 먹을 수도 없다며 심한 우울증 증세를 호소했다. 아무런 의욕도 없고, 별것도 아닌 일에 눈물만 나오고, 아침에 눈을 뜨기도 싫다는 것이다. 최근에 18살이 된 아들이 이름만 대도 알만한 명문 대학에 입학허가를 받아놓고 마지막 학기 출석 일수가 모자라 입학허가가 취소되었다.

 

그 어머니는 이런 저런 레슨에, 과외에 부족한 것이 없도록 뒷바라지 하느라 공장에서 일하며 허리띠를 졸라맸고, 아들은 어머니의 뜻에 따라 공부도 잘 해주고 좋은 대학에 일찍이 입학허가도 받아놓은 터였다.

 

그 어머니는 마지막 학기를 남겨놓고 아들이 갑자기 학교를 빼먹기 시작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 가족의 관계성을 살펴보면서 알게 된 것은 그 부부가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갈등이었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옛날말로 뜬 구름 잡는 스타일이었단다.

 

세상에 늘 한 건 크게 해서 뭔가를 보여주고 싶어했다. 한 방 크게 터트려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자기가 대단한지를 증명하는 것이 일생의 꿈이었다. 미국에서는 월급이 비교적 괜찮은 기술직으로, 꾸준하게 일을 했으면 함께 공장에 다니는 아내와 마련했던 집도 차도 포기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뭐든 집안에서 못 고치는 것이 없는 기술자였으면서도 큰돈을 한 번에 벌지 못하는 자신의 일을 하찮게 여겼다. 한 곳에서 오래 직장 생활도 하지 못했고 벌려놓은 일들도 뜻대로 되지 않자,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한탄하며 술로 나날을 보냈다.

 

이런 남편을 보면서, 그 아내는 입버릇처럼 아들에게 내가 너 때문에 산다. 너 아니면 진작에 네 아버지랑 갈라섰다고 말했다. 이 아들은 알게 모르게 이 부부의 끈이 끊어지지 않게 해주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타 주에 있는 명문대학에서 입학허가서가 날아오자 이 아들은 무의식중에 직감하게 되었다.

 

자신이 집을 떠나면 이제 부모님들의 관계는 끝으로 치달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 아들이 한 선택은 가정을 지키는 일이었다. 마지막 학기에 학교를 땡땡이치는 방법으로 성적과 출석일수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는,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처의 community college에서 수업을 듣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아들 하나에 온 희망을 걸었던 어머니는 하늘이 무너지는 참담함을 겪었지만, 아들의 무의식적인 동기는 꿈에서조차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가족치료의 이론(Family System Theory)에서 소개하는 한 가지 역동이 바로 ‘Triangle, 즉 삼각관계이다. 이는 드라마에서 흔히보듯 A군이 B양을 좋아하는데 B양은 C군을 사랑하는 그 삼각관계가 아니다. 여기서 Triangle이란 두 사람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제 삼자를 끼워 넣어 갈등을 해결하는 형태를 일컫는다.

 

예를 들어 남편과 아내가 한바탕 싸우고 나서 서로 말을 안 하다가 엄마가 아이한테 소리 지른다. “. 아빠한테 가서 밥 먹으라고 해!” 아이가 엄마, 아빠의 갈등구조에 삼각관계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위의 사례도 그 부부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아들이 끼어든 대표적인 Triangle을 예이다.

 

오래 전에 교회에서 한 청소년 자매와 한 이야기가 기억이 난다. 그 자매는 엄마에 의해 억지로 교회에 끌려오다시피 했다. 어머니, 아버지 이야기로는 그 집안에 문제아라는 것이다. 툭하면 집을 나가고 온갖 못된 짓은 다하고 돌아다닌다고 했다.

 

자매의 어머니 아버지가 속이 썩을 대로 썩어 이제는 포기하다시피 한 내 논 자식이었다. 그런데 수련회장에 와 있던이 자매가 필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지나가듯 한마디를 중얼대었다. “나만 없으면 우리 집은 행복할 거예요. 그리고 내가 아빠한테 맞으면 엄마가 맞지 않아도 돼요.”

 

대표적인 Triangle의 사례이다. 아버지가 휘두르는 가정폭력의 대상이었던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딸이 뛰어든 것이다. 아이는 문제아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 가정을 보호하려 하는 지킴이의 역할을 나름대로 감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회에서도 수없는 triangle의 관계들을 본다. 목사님하고 뭔가 불편하고 직접 가서 이야기 하거나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하고 흉을 본다. 혹은 사모님에게 가서 이야기 한다. 또 많은 경우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왠지 불안하니까 모임에 앉아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편하다.

 

제 삼자의 이야기를 하면 상대방과 나 사이의 직접적이고 불편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 자신을 드러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며느리가 마음에 안 드는 시어머니는 대부분은 아들을 잡는다. 시어머니가 불편한 며느리 또한 남편에게 투덜거린다. 아들을 triangle 한 가운데서 옴짝달싹 못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 끼워 넣기, Triangle의 구조이다.

 

삼각관계는 어찌 보면 인간의 비겁함 때문에 형성되는 관계구조이기도 하다. 직접적으로 갈등을 다룰 능력이 없거나 이를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을 끼워 넣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삼각관계가 더 안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문제를 직면하면, 나 자신이 깨어질 수도, 관계가 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부가 둘이 있을 때보다는 아이가 함께 가족 구조로 들어오면 그 관계가 좀 더 안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가족관계에서, 인간관계에서 대부분의 triangle은 건강하지 못한 관계구조를 반영한다. 우리에게 건강하고 안정적인 triangle은 하나밖에 없다. 나와 상대방의 사이에 하나님이 끼어 드시도록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건강한 삼각관계인 것이다.

 

오늘 누군가가 나를 열 받게 하거나 슬프게 하면, 직접 들이받기 전에 하나님을 먼저 찾아보자. 그 분이 가장 확실하게 우리의 부족하고 불안한 관계를 든든하게 하시는 삼각형을 이루어 주실 것이다.

 

심연희 사모

RTP 지구촌교회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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