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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목사의 목회 이야기 - 50

연탄

 

 

적어도 40대 이상의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연탄에 대한 추억하나쯤 없는 이는 없다. 가슴 아픈 아련한 추억이 몇 개는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연탄은 부와 가난의 상징이었다는 점이다.

우리 집은 그럴만한 형편이 못되어 그저 두세 장씩 새끼줄 꿰어 몇 묶음 사두는 게 고작인데, 누구네 집은 겨우내 쓰고도 남을 연탄을 수북이 쌓아둔 것을 보면 솔직히 너무 부럽지 않았던가. 뿐만 아니다. 연탄 한 번 갈라치면 코를 막고 얼굴 돌리던 일들, 22개 구멍 다 맞추느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다가 그만 가스까지 마셔 머리 핑 돌던 일들. 때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연탄불 다 꺼뜨려 번개탄 사다가 다시 지피던 일들, 그게 안되면 나중에 어머니 돌아오시면 혼날까봐 결국 옆집에라도 가서 급히 밑불 빌려 채워놓던 일도 부지기수였다. 게다가 밤에 잠들기 전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가스배출기 켜놓는 일. 방으로 통하는 부엌문은 닫고 밖으로 통하는 부엌문은 반드시 열어두는 일. 연탄구멍도 한두 개 정도만 열어두어야 한다. 연탄을 막 갈았을 때 열어둔 모든 구멍을 깜빡하고 못 닫으면 그날 밤은 타죽을 정도로 방만 뜨겁다. 그 불은 다음날 새벽까지 못 간다. 멀쩡한 장판만 다 태운다. 어디 그런 일이 한두 번이었어야지.

특히 무서웠던 건 역시 연탄가스중독이다. 그 시절 아침 뉴스에 반드시 등장했던 소식. “어디에 사는 누구네 집 가족 모두가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했다.” 물론 나 역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스 때문에 학교를 못갈 정도의 가벼운 중독은 부지기수였고, 한번은 죽을 정도로 가스를 마시는 바람에 온 부산 시내를 다 헤매다가 산소통 있는 병원을 겨우 발견하여 목숨 건졌던 일도 있었다. 그 때 의사선생님 말씀으로는 이 아이는 만약 살아도 평생 바보가 될 가능성이 많다하셨다 한다. 그런 걸 생각하면 지금의 내 모습은 참으로 기특할 뿐이다.

물론 이 연탄에 대한 추억이 그리 슬픈 것만은 아니다. 재미도 있었다.

다 타버린 맨 아래 연탄을 떼어내기 위해 들어 올릴라 치면 언제나 위의 것과 붙어있기 일쑤. 그러면 숙달된 조교가 시범이라도 보이듯 계단 모서리를 정확히 겨냥하여 스냅을 줘 말끔하게 떼어내던 일은 그 중 간간히 맛보는 재미였다.

게다가 그 연탄에 뚜껑을 덮어 고무호수로 연결하여 큰 물통을 데우면 겨우내 따뜻한 물을 맘껏 쓰는 호사도 누렸다. 게다가 설탕 한 숟갈과 베이킹소다 조금을 국자에 담아 연탄불위에 올려놓고 휘저은 후 뒤집어 눌러 펼쳐놓고는 별모양, 하트모양을 만들어 바늘로 콕콕 찍어 그 모양대로 떼어내며 먹는 그 달고나의 맛은 지금도 입맛을 다실정도다.

그런데 누구에겐 이렇게 추억이 되어버린 이 연탄이 지금까지도 현실인 가정이 있다. 바로 얼마 전 우리 교회가 사랑의연탄나누기행사를 하면서 확인한 어려운 이웃들이다. 20-30년 전 그 삶을 지금도 살고 계신 분들. 그들인들 기름보일러로, 도시가스로 바꾸고픈 마음이 왜 없을까? 하지만 그럴 형편이 안되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연탄이 그래도 제일 싸니까. 그런 점에서 너무 고맙다. 해마다 12월이면 우리 교회는 사랑의천원모으기행사를 통해 한 성도가 천 원씩 열 명의 정성을 이웃들로부터 모아 교회에 헌금하면 그 모아진 헌금으로 해마다 이렇게 사랑의연탄나누기행사를 펼친다. 이미 우리 교회의 이 아름다운 선행은 오산시에 널리 알려져 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헌금을 모으신 성도들에게도, 헌금에 참여해주신 그들의 지인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그래서인지 올 겨울은 유난히 더 따뜻한 것 같다.

 

김종훈 목사 / 오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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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차 정기총회 목사 인준 대상자 교육
114차 총회(총회장 이욥 목사)는 지난 6월 30일과 7월 1일 양일간 한국침례신학대학교(총장 피영민) 페트라홀에서 각 지방회가 목사 청원한 124명의 예비 목회자가 참석한 가운데 115차 정기총회 목사인준대상자 교육을 진행했다. 개회예배는 총회 교육부장 김성렬 목사(만남의)의 사회로 한국침신대 피영민 총장이 대표로 기도한 뒤, 이욥 총회장이 “베드로가 스카웃 받은 비결”(눅 5:3~11)이란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욥 목사는 설교를 통해, “베드로는 부족함이 많은 사람 중 하나였지만 예수님께서 사용하셨던 크신 뜻이 있었기에 귀한 일꾼으로 사용받았다”며 “하나님은 외모나 성격, 학력과는 무관하게 하나님께서 택하신 뜻대로 사용하셨다. 이번 인준 교육을 받는 이들에게도 하나님의 부르심의 귀한 여정을 감당하며 놀라운 인도하심을 경험하기를 원한다”고 전한 뒤, 축도로 개회예배를 마쳤다. 이어 총회 총무 김일엽 목사가 이번 교육 일정에 대해 설명하며 “목사 인준자 교육은 우리 교단 목회자로 인증을 받는 첫걸음이기에 침례교회의 사명감을 품으며 1박 2일 동안 다시금 사명을 재점검하고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하며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첫 강의는 해외선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