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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테라피-14

가정의 시작- 연합 ①


새롭게 시작하는 가정을 위해 하나님께서 주신 주례사 중 두 번째 단계는 바로 연합이다.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한 몸을 이룰찌로다(2:24)”라는 하나님의 말씀은 떠남에 이어 연합의 중요성을 제시한다. 연합의 과정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전제가 된다. 50%를 훌쩍 넘어선 이혼 중 소위 성격차이가 제일 많은 표면적 이유가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성격차이는 이미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이루어지는 전제이다. 사람마다 독특한 개성과 자라난 환경의 차이 등으로 자신과 성격이 똑같은 사람을 만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자신과 비슷한 성격의 사람과는 더 많이 부딪치기 마련인데다 애초에 서로 끌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성격차이를 운운하는 부부를 만났을 때 자신과 똑같은 성격의 배우자를 만나면 좋을 것 같은지 물으면 대부분의 대답은 의례 ‘No’이기 마련이다.


연합의 원리는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내 배우자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가정과 관계에 관한 많은 서적들이 남녀의 차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데에서 연합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어느새 남녀 차이에 관한 서적의 고전이 되어버린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는 남자의 목적지향적 성향과 여자의 관계지향적 성향에 관한 비교로 화두를 연다. 남자는 목적을 이루는 능력을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반면, 여자는 자신의 감정과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정의한다는 것이다.


이 차이는 남녀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남편들은 대부분 스포츠를 좋아한다. 이긴다는 목적이 분명하고 결과도 단순 명료하다. 3:0이든 2:4 든 결론이 분명하고 목적과 결과의 상관관계도 깔끔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내들은 드라마가 더 좋다. 그 안에 있는 삶과 관계들에 따라 울고 웃는다.


한 드라마 안에 몇 쌍의 커플이 존재해도 모든 역동을 다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다. 그래서 옆에서 기웃거리며 함께 시청하던 남편들은 가끔 봉창 터지는 소리를 한다. “저 남자가 왜 저기 가 있지? 이 여자가 그 때 그 여자야?”


이런 차이에서 파생되는 남녀 차이의 비슷한 예는 남자들이 자신의 문제해결 능력을 중요시 한다면 여자들은 상대에 대한 관심과 보살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요즘 한동안 크게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한 장면은 이 남녀의 좁혀지기 힘든 차이를 잘 말해준다.


여자주인공들이 질문한다. “내가 새롭게 페인트칠한 집에 들어갔더니 머리가 너무 아파. 그런데 창문을 열어 놓자니 매연이 너무 심해. 창문을 닫고 있어야 될까, 열고 있어야 될까?” 여기에 남자들은 여자친구의 머리를 안 아프게 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매연을 마시는 것이 더 나은가, 페인트 냄새를 견디는 것이 더 나은가 심각하게 고민한다. 효과적이고 올바른 해결책을 짜내는데 에너지를 쏟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의도된 질문의 답은 다른데 있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남자에게 바라는 여자의 대답은 창문을 열거나 닫거나에 있지 않다. 자기, 괜찮아?”가 정답이다. 해결책 보다는 관심과 보살핌을 바라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남자들에게는 여성이 바라는 그 무엇인가가 너무나 막연하고 알쏭달쏭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도대체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남자들의 고민 중 하나라면, 어떻게 그것도 모를 수가 있냐는 서운함이 여자들의 원망이 된다.


말이 안 통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다. 그래서 남자에게 가장 힘이 드는 일 중에 하나는 맞장구치기이다. 남자에게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제거해야 하는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에 아내가 투덜거리면 바로 답을 해준다.


교회에서 누가 자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서운해하면 당신이 잘못한 게 있겠지한다. 일하는 게 힘들다고 하면 때려쳐한다. “맞아, 당신 이해가 가” “화났겠다. 슬펐겠다등등, 여성들이 바라는 공감이 결론 안 나는 시간낭비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가정에서 남자가 원하는 것과 여자가 바라는 것도 다르다. 남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인정과 감사와 격려이다. 잘했다고, 잘할 수 있다고 믿어주며 격려하고 인정하는 것이 남편을 더 남편답게 세우는 역할을 한다. 여자가 원하는 것은 사랑과 관심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변화가 있는지 관심을 보이기 바라고,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듣고 싶어한다. 믿어준다고 알아서 잘 하겠거니 내버려 두면, 어느새 사랑이 식었다고 절망한다. 반면에 아내가 남편에게 무슨 생각을 하냐고 자꾸 물으면, 관심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간섭으로 듣기 십상이다. 생각해보면 말이 가끔이라도 서로 통하는 게 오히려 신기한 일이다.


하나님께서는 당신께서 만드신 피조물인 남자와 여자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계셨다. 남녀 차이에 대한 수많은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기 훨씬 전부터 남자가 원하는 것, 여자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씀하셨다. 아내들에게는 남편에게 복종하며 아내의 머리로 인정하고 존중할 것을 명령하신다(5:22,23).


가정의 리더십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 남편을 남편답게 세우는 중요한 원리임을 성경은 가르친다. 남편에게 주신 명령은 한층 더 깊이 있고 어려운 것이다.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듯 하라는 명령이다(5:25). 교회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은 자신을 다 내어주신 희생이었다.


남편들을 향한 아내 사랑에 대한 명령은 어찌 보면 아내를 향한 순종의 명령보다 훨씬 더 무겁고 힘든 과제일 수 있다. 두 명령이 다 똑 같은 사랑의 원리에서 시작하지만, 그 언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남성과 여성이 바라고 느끼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합의 명령은 다름에서부터 시작한다. 차이가 없으면 연합은 굳이 강조되어질 필요도 없다. 하나님께서는 나와 배우자를 다르게 만드셨다. 연합은 명령이 필요할 만큼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그래서 가정은 지루하지 않다. 내 배우자와의 좁힐 수 없는 차이는 연합의 축복을 더 기쁘게 하는 통로인 것이다.


심연희 사모

RTP 지구촌교회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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