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모교회인 여의도침례교회를 개척하고 40년간 목회하신 한기만 목사님께서 지난 1월 29일 돌아가시어 장례를 치렀다. 위로예배와 천국환송예배 그리고 하관예배에 참석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됐다. 인상적인 것은 문상소를 방문했을 때 영정 사진 앞에 한 목사님이 사용하시던 성경책이 놓여 있었는데 사도행전 20장 24절 말씀이 펼쳐져 있었다.
여러 색깔 거듭해서 줄쳐져 있는 그 구절을 보면서 ‘아, 이 구절이 한 목사님의 사명선언문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한 목사님은 진정 사명을 위해 사명성취를 향해 일평생을 달리신 분이셨다.
이렇듯 모든 성도, 모든 교회, 모든 목회자는 사명을 위해 살아야 한다. 사명이란 창조주 하나님의 경륜 성취를 위해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 가운데 부르시고 사용하시는 개인과 교회 또는 어느 단체의 존재 목적이고 성취해야 할 과업에 대한 헌신의 근거이다.
하나님은 개인과 교회를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위하여 불러 쓰신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소명이라고 하며, 그 부르심에 대한 인식과 확신을 소명감이라고 한다. 하나님의 소명에 근거하여 그 소명이 자신에게 주어진 것으로 깨닫고 믿으며 응답하여, 그 소명이 지향하는 바의 성취를 자신의 존재 목적으로 삼을 때 사명이 되며, 그런 삶의 태도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마음을 사명감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소명 없는 인간의 사명은 무의미하며, 소명은 사명으로 이어져야 한다.
교회의 존재 목적은 교회 자체를 위함에 있지 않고 교회에 주어진 사명을 위해서이다. 하지만 소형 교회들이 늘어나면서 자립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많은 교회들이 존재하기에 급급한 형편이 되고 있다. 그 결과 교회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가에 대한 의문이 들만큼 존재지향적인 교회가 되어버리고 만다. 교회는 소금과 빛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교회는 스스로에 대한 정화 능력을 갖추어야 하면서 동시에 사회에 대한 정화 기능도 발휘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많은 목회적인 활동과 연관된 사건들이 세상 법정으로 나가고, 그렇게 까지 되지는 않았다 해도 교회의 이런 저런 일들이 사회적 화젯거리가 되면서 교회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본연의 사명을 담당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물론 일부의 경우이지만 목회자들의 명예가 손상되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교회가 세상에 대해 수세적인 입장에 서게 된다. 세상을 품고 걱정하면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세상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교회가 존재지향적에서 사명지향적으로 전환 될 때 가능하다. 교회가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진 의식을 인식할 때 교회는 사명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교회는 사명이다(Church is a mission). 교회는 예수님께서 위임하신 하나님의 일을 하기 위해 이 땅에 남겨진 존재이다.
목회가 결코 목회자의 생활 수단이나 교회로서 존재하기에 필요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21세기 목회자와 교회는 사명감을 회복하고 사명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사명적 영성을 함양해야 한다. 목회가 사명 성취의 과정이 되고 통로가 되어야 한다. 사명적 목회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교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부터 생각해야 한다.
교회관의 확립 없이는 사명지향적인 목회를 펼칠 수 없다. 그리고 목회자는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목회자 개개인이 자신의 은사와 관심과 경험 그리고 시대적 상황 속에서 자신의 사명선언문을 작성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는 에스라 7장 10절, “여호와의 율법을 연구하여 준행하며 율례와 규례를 이스라엘에게 가르치기로 결심하였었더라.”는 구절과 로마서 12장 1-13절 중에서 특히 “예언이면 믿음의 분수대로”와 “가르치는 자면 가르치는 일로” 그리고 디모데후서 3장 16-17절,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함이라.”을 근거로 해서 사명선언문을 작성하였다: “이명희는 하나님의 말씀을 열심히 연구하여 그 말씀대로 살며, 그 말씀을 사람들에게 가르침으로 그들을 온전하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하나님께서 맡기시는 일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능력을 갖추게 한다.” 이 사명을 따라 횃불침례교회를 개척하여 섬길 때는 “기드온의 300 용사와 같이 그리스도의 구원의 빛을 선포하고, 진리의 빛을 가르치며, 사랑의 빛을 비추는 교회로서 복음전도, 성경교육, 그리고 사회봉사에 헌신한다”는 교회 사명선언문을 작성하였다.
그리고 미국 유학 중에 저먼타운한인침례교회를 개척하여 목회할 때는 “복음전파와 성경교육 그리고 지역사회에 봉사함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사명을 성취한다.”는 교회 사명선언문을 토대로 목회하였다. 사도 바울은 자신과 교회의 사역을 달음질에 비유하였다.
그리고 푯대를 향해 달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우리는 달려가기 전에 어디를 향해, 왜, 어떻게 달릴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사명적인 목회는 목회자 개인과 교회의 존재이유를 묻고 확인하고 재정립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달음질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면서 사명을 재정리하는 기회를 갖고, 더의미 있고 효과적인 목회를 펼치기 바란다. 한기만 목사님의 달음질을 기억하며 그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명희 교수
침신대 신학과(실천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