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다중적인 특징을 가진다. 단일민족, 단일 언어를 강조해온 대한민국도 21세기 들어 급속하게 다문화 사회로 나가고 있다. 근로자, 유학생 등 정식으로 입국한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어서고, 그들의 가족들과 비공식적인 입국자들을 합하면 4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말도 있다.
2050년경에는 인구의 10%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미 다중인종적, 다중 문화적 사회로 근접해 가고 있다. 해외여행과 인터넷 그리고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영향으로 다문화적인 성향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다문화 사회의 대표는 미국일 것이다.
원주민인 인디언을 비롯하여 유럽계 백인들 그리고 아프리카 흑인들과 남미 멕시코인들 등등 수십 인종들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흔히 “멜팅팟”(melting pot)이라는 말로 그들의 사회적 특징을 표현하고 있다. 여러 재료를 한 솥에 집어넣고 푹푹 끓여 만든 혼합된 죽과 같은 사회라는 말이다.
약간의 자기 색깔도 있고 맛도 있지만, 전체가 어우러져서 죽 맛을 내는 것이다. 사실 미국 사회가 그런 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게 뒤섞이다 보니 마찰음도 나는 것이 사실이다. 빈부격차와 교육 정도와 사회적 신분의 사이 등이 빚어내는 불협화음일 것이다.
다문화 사회는 자연히 각 문화와 인종이 가지는 종교적 색채가 있게 마련이므로 다원주의적 종교성을 가진다. 다원주의 성향은 복음의 유일성을 강조해 온 기독교 교회로서는 매우 껄끄럽고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종교 간 대화를 주창하는 사람들은 종교 간의 충돌을 피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 구축을 위하여 어느 정도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복음은 결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배타적이라는 말을 듣더라도 절대 혼합 주의적인 태도를 가질 수는 없다. 성경적인 복음은 하나님이 천지만물의 창조자이시고, 성경만이 절대 진리이며, “오직 예수님”만이 구원자이시고,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믿음으로만 구원을 얻는다는 진리를 붙잡는다.
그러나 이런 독특한 복음을 더욱 힘있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다문화 사회에 대한 접근 정책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다문화 사회에 효과적으로 기독교 목회를 펼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에 속한 사람들의 언어와 표현 방식 그리고 그들의 세계관과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이해하고 적절한 전달체계로 다가가야 한다.
타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문화 차이가 사역의 걸림돌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골든게이트 신학교 김경옥 박사도 현대 사회의 특징이 다문화임을 강조하며 21세기 목회자에게 간 문화적(inter cultural) 영성과 지도력 함양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한국교회는 다문화 사회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다문화적인 안목을 키우고 다문화적인 목회를 펼쳐야 한다.
다문화 목회가 결혼 이주 여성들이 있는 농촌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공단 지역 또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있는 일부 대학촌에 만이 아니라 한국 교회 전반에 걸친 하나의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교회는 한국사회를 다문화 사회로 나가게 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이해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다문화 목회의 장을 열어 다문화 사회에 대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국내선교회에서 다문화 사역자 세미나를 개최하며 다문화 공동체 성경공부 교재를 개발하는 등의 활동을 펼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러한 노력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해외에 나가 있는 한인교회 목회자들과 선교사들도 다문화적인 안목을 키우고 적극적으로 그 지역의 문화를 관통하는 복음 사역을 펼쳐야 한다. 다문화적 목회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접근이 요구된다.
1) 육화: 이것은 예수님께서 하늘 보좌를 버리시고 인간의 몸을 입으신 성육신(incarnation)에서 따온 말로서 내가 상대방에게 다가갈 때 나의 문화적 경향성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문화의 옷을 입고 다가가자는 접근이다. 어린아이에게 말할 때 어린아이의 음성과 몸짓으로 말하면 훨씬 의사소통이 잘될 것이다.
내 방식, 내 표현, 내 용어 등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모습으로 갈 필요가 있다. 사도 바울이 유대인에게는 유대인처럼, 이방인에게는 이방인처럼, 율법 있는 자에게는 율법있는 자처럼 다가간 것이 바로 이 원리이다.
2) 토착화: 이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문화적 특성을 따라 자신의 사상과 메시지를 표현하도록 허용하는 접근을 말한다. 우리는 나의 문화적 방식을 상대방도 따르기를 바란다. 내가 기쁠 때 소리를 웃으면 상대방도 기쁠 때 웃기를 바란다. 그러나 상대방은 기쁘면 소리를 지른다면 웃는 대신 소리 지르는 것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상대방의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고 용인할 때 문화가 더는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다.
3) 상황화: 이것은 상대방의 문화를 분석하고 해석하여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결핍된 필요를 발견하여 그것을 채워 줄 수 있는 메시지와 봉사로 다가갈 때 훨씬 효과적으로 사역을 펼칠 수 있다는 원리이다.
목마른 자에게는 물을 한 잔 주면서 생수 되시는 예수님을 증거 하는 것이 좋고, 배고픈 자에게는 빵을 나누면서 생명의 떡이신 예수님을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메시지의 적실성은 상황 화를 얼마나 잘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우물가에 여인에게 물 좀 달라고 접근하신 예수님은 상황 화의 대가이시다.
다문화는 갈수록 가까워지는 지구촌의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더 이상 고립적이고 폐쇄적인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교회와 성도들 그리고 목회자들은 다문화적인 안목과 가치관으로 무장되어 다문화적인 목회를 잘 펼쳐야 한다.
이명희 교수
침신대 신학과(실천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