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교회는 치유목회를 펼쳐야 한다. 교회는 예수님의 사역을 계속해나갈 책임이 있는 바, 전파하시고 가르치시고 고치신 예수님의 삼대 사역을 중요 과업으로 삼아야 한다. 대략적으로 볼 때 진리를 가르치는 사역은 종교개혁을 통해 복음진리가 회복됨으로 상당부분 이루어졌고, 전파하는 사역은 대항해시대가 열리고 현대선교 운동이 펼쳐지면서 많은 진척이 있었다.
그러나 고치는 치유사역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다가 20세기 이르러 심리학의 발전과 목회상담 분야가 열리면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그동안의 치유사역은 편향적인 모습으로 인하여 많은 오해와 편견을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목회상담을 비롯한 교회 내에서의 치유목회에 대한 강조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
미국 서던신학교에서 목회상담을 공부한 안태길 박사는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에 치유사역이 강조되어야 할 필요성에 대하여 우리나라의 지정학적인 면에서 역사적으로 많은 침략을 받아온 결과 피해의식 등이 집단무의식화 되어 있고, 문화적으로 샤머니즘, 불교, 유교 등이 혼합된 종교의식이 저변에 깔려있으며, 급진적인 근대화로 인하여 환경적으로 빚어진 가정문제와 인간관계로 인한 상처들이 깊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교회 내에서도 치유사역이 절대적으로 요청되고 있다고 하면서 치유사역의 영역으로 신체의 치유, 내적 치유, 영적 치유, 악한 영으로부터의 구출 등을 꼽았다.
치유란 치료와 구별된다. 치료는 기능적인 회복의 의미가 있다. 병들었을 때에 의사는 병의 상태를 해결해 건강을 회복시키는 치료행위를 한다. 목회적인 면에서도 목회자가 사람들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움으로 육체와 정신과 영혼의 상태와 기능적인 회복을 추구하는 것은 치료 목회이다. 원상으로의 회복을 추구해 문제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 치료목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치유목회는 좀 다른 국면을 다룬다. 많은 경우 문제는 문제 자체로만 그치지 않고 정신적, 영적 그리고 사회적(관계적) 문제를 파생시킨다. 그러므로 문제 자체는 해소됐다 하더라도 그 문제로 말미암아 야기되고 파생된 부차적인 이슈들은 미해결로 남게 되고, 그런 미해결 과제들은 쓴 뿌리나 상처로 응어리 진 상태로 사람들의 정서와 영혼 속에 남게 된다.
또 치료되지 않는 많은 문제들이 있다. 치료되었다 하더라도 남아 있는 상처들과 치료되지 않음으로 인해 형성된 상실감과 수치심, 죄의식과 죄책감, 슬픔이나 원한 등의 주로 정서적이고 관계적인 문제들을 해소시키는 과정을 치유라고 한다.
치유적인 목회는 목회 활동에 있어서 치유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모든 목회가 치유 지향적이 되도록 하는 목회관이다. 물론 목회자가 치유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나님께서 치유하실 때 쓰시는 치유의 통로와 도구가 될 뿐이다.
기본적인 치유는 예배나 목회상담적인 활동으로 가능하겠지만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치유사역은 보다 깊은 공부와 훈련이 필요하고 은사가 있어야 한다. 치유적인 목회의 활성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1) 치유목회의 중요성을 인식하라. 21세기 목회는 치유적인 목회가 돼야 한다. 그 이유는 이 시대가 치유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호소하고 있고, 기존의 사역으로는 그 상처를 온전히 다루어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치유적인 목회가 아니면 현대인들을 위한 적절한 목회를 펼칠 수 없다.
2) 치유를 경험하라. 목회자가 치유적인 목회를 이해하려면 자신이 먼저 치유받은 경험을 해야 한다. 목회자에게 상처가 있을 때 그의 사역은 자칫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처를 주는 일이 되기 쉽다. 나우웬은 “상처받은 치유자”라는 책으로 일약 명성을 얻었다. 요점은 비록 자신에게 상처가 있다 하더라도 모든 사역자가 치유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처가 잇는 사람은 상처를 주는 가해자가 되기 쉽다. 그러므로 치유적인 목회를 펼치려면 먼저 치유를 받아야 한다.
3) 치유사역을 배우라. 치유사역을 배운다는 것은 무슨 특별한 기법을 배우거나 아니면 특별한 은사를 전수받으라는 의미가 아니다. 인간이해와 심리학적인 소양을 갖추고,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성경적인 답변을 정리하고 영적 전쟁과 내적 치유 등에 대한 책을 읽고 공부하고 배울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
4) 치유적인 목회를 개발하라. 21세기 목회자는 예배, 설교, 기도, 상담 등에서 치유적인 목회를 펼쳐야 한다.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성경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영적인 해결책을 알려줘야 한다.
5) 치유를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시행하라. 치유적인 목회는 일상적인 목회이면서 동시에 특별한 프로그램이 필요한 사역이다. 치유는 특별한 상황 가운데서 더욱 일어난다. 깊은 영적인 체험 속에서 치유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교인들에게 실제로 치유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줘야 한다. 치유적인 목회는 모든 교회와 목회자의 관심사가 돼야 한다.
21세기 교회는 치유 공동체가 돼야 하고, 교회는 교인들을 치유하고, 가정과 지역을 치유하며, 세상을 치유하는 주 하나님의 도구가 되고 통로가 돼야 한다.
이명희 교수
침신대 신학과(실천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