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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붓 가는데로” 밤에 곡주를 마시는 그 목사를 위하여


나의 동역자 그 목사가 밤에 음주하는 이유를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는 어릴적부터 술을 먹기 시작했었다. 그것은 그의 어머니께서 먹다 남은 식은 밥에 누룩을 부어 놓고 하룻밤만 지나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술이 되는데, 한참 보리 고개 배고픈 시절이라 그것을 그냥 밥 먹듯이 퍼먹었던 것이 술 먹기 시작이라고나 할까.


시중에 판매하는 알코올성 술이 아니라 그냥 감주 같기도 하고 어쩌면 술 같기도 한 것을 그냥 숟가락으로 퍼먹었을 따름이었다. 그래도 술은 술인지라 머리가 휑하니 돌기도 하는데, 담임선생님은 그 사정도 모르고 어린것이 벌써부터 음주냐고 야단치지만, 그는 우선 배부른 것이 다행이었을 뿐이었다. 그 목사에게는 그렇게 해서 술이라는 것에 아무 거부감을 느끼지 못했다. 본인도 그렇게 자란 경험이 있다.


그런 그가 목사가 되었다. 하나님의 종이요 교인 앞에 선생인 공인(公人)인데 음주를 미덕으로 아는 한국교계에서 내놓고 밝힐 것은 못되었다. 그 목사는 음주를 끊기로 했다. 술에 취한 자도 아니고 더더구나 중독된 자도 아니다. 어린시절 배고파 먹던 술막지를 지금처럼 배부른 시절에 먹을 이유가 없지 않는가?


그런데 그 목사는 자주 찾아오는 두통과 수면장애 때문에 밤이면 고통을 받아왔다. 곡주 한잔을 들이키면 꾀병처럼 두통이 사라지고 잠이 잘 온다는 것. 그래서 아침 4시 새벽기도회 인도도 잘해 낼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때때로 곡주 한잔은 그에게 약이렸다.


사도바울은 디모데에게 편지했다. “이제부터는 물만 마시지 말고 네 비위와 자주 나는 병을 인하여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딤전5:23). 바로 이런 맥락으로 보면 그 목사의 곡주 한잔이 그까짓 문제 될 것이 없다. 더욱 유럽에서는 포도주를 음료수라고까지 하고 로마 카톨릭 신부들은 음주에 방치되어 있는데 그럴 핑계로 곡주 한잔 먹을 이유는 물론 아닐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목사자신의 마음의 문제였다. 하긴 그 목사와 곡주 한잔관계는 오히려 자연스럽고 평안한 관계였다. 그러나 그 목사가 공인으로서 교인 앞에 건덕(健德)이란 경건한 목을 지켜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그는 그 곡주 때문에 겸허, 겸손, 겸양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신사 목사가 되어 있었다.


그 목사는 자기의 연약성을 알고 자기 표준의 Dead line을 쳐놓고 두통이 날 때만 착실히 밤에만 곡주 한잔을 들이킨다. 그러나 그 목사는 소위 남 보기에도 성공적인 목회를 하고 있다. 늘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밤중에 간혹 곡주 한잔은 들이키면서.


내가 그 목사를 위한다고 하는 것은 소위 곡주를 마시지 않는 경건한 목사의 경건의 오만함에 비하면 곡주 한잔 마시는 이 목사의 겸손이 훨씬 더 아름답지 않느냐는 제안 때문이다. 내가 그 목사는 율법과 계율로부터 해방된 자유 목사라고 말하면 그를 너무 변호한다고 어느 누가 신학적 반론이라도 펼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이런 신학적 논리를 대겠다.


즉 베드로는 유명해서 실수의 선두에 섰지만, 다른 제자들은 같은 제자군()에 속했으나 무명했었고 또 실수도 없었던 것은 무명의 대가가 아니냐는 논리다. 베드로의 사역을 폄하 하자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연약한 자여, 그 연약함에 너무 소침(消沈, depression)하지 말라고. 밤에 곡주를 마시는 그 목사를 위하여 바울의 다음과 같은 고백을 끌고 옴이 본문 해석상 문제가 될까. “이것이 내게서 떠나기 위하여 내가 세번 주께 간구하였더니 내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이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내게 머물게 하려함이라”(고후12:8,9)


강한 유명한 자는 교만하지 말고 약한 무명한 자라도 너무 소침하지도 말아야 함은 하나님은 누구든지 사용하시고 계시기 때문이니라. 양자(兩者)에게 퍼붓는 사탄의 못된 공격에 조금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그게 신앙이요 자유가 아닌가. 그가 지금은 밤에 곡주를 마시지 않아도 되는 것은 몇 년 전 소천 하셨기 때문이다.


水流(수류) 권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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