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간에는 우리가 오남용(誤濫用)하는 말 중에 “모습”을 살펴보기로 한다. “모습”은 사람을 묘사할 때 사용하는 말로서, 옆모습, 웃는 모습, 뒷모습, 산길을 걷는 여인의 모습, 거울 앞에 앉은 누나의 모습, 등으로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은은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그런데, 근래에는 주로 매스컴을 통해서 이 말이 엉뚱한 의미로 오남용 되는 사례가 많다. 필자가 메모한 오용사례 몇 가지를 검토해 보기로 한다.
1) 사람이 아닌 일과 몬을 [잘못]가리키는 경우
다음 예문은 장맛비가 내려서 한강과 인근 지천이 범람했을 때의 현장 취재 리포트 내용이다:
“이것은 오목교 <모습>입니다. 여기는 청대교 북단<모습>입니다. 물이 없는 <모습>인데요.… 지금은 물이 차 있는 <모습>입니다.”
이 경우에는, “오목교 모습” 대신 “오목교 전경”, “물이 없는 모습 대신” “물이 빠진 상태” 혹은 “조금 전까지는 물이 없었는데 지금은 물이 찼습니다”하고 말해야 한다.
부동산 활성화를 말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거래량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하고 말하는 것도 잘못이다. 그래프를 보고 레이저빔으로 지적하면서 설명하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거래량이 늘어나는 현상,” 또는 “추세”라고 해야 한다.
2) 운동경기에서 잘못 사용되는 경우
“공이[의] 회전이 좋기 때문에 방망이가 많이 부러지는 <모습>이 나옵니다.”
“4승3패로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2008.5.24. 롯데-SK 야구 해설).
[육상경기 기록] “아직도 부족한 <모습>입니다”(2012. 4.15 06:15, MBN).
“원성진 9단, 결승전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 주시기 바라겠습니다[바랍니다].”
방망이가 부러지는 것이나 경기력이 떨어진 현상을 말 할 때는 굳이 “모습”이란 말을 쓸 것이 아니라, 그냥 “방망이가 자주 부러지는군요” “아직도 기록이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등으로 말해야 한다. 프로 기사 원성진 9단에게는 “좋은 모습”이 아니라, “좋은 바둑”을 보여 달라고 해야 한다.
말을 직업으로 하는 이들이 사람과 일, 또는 일과 몬(사물)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행여 그들이 나태해서 개선의 의지가 없는 탓이 아닐까. 모습은 사람을 그릴 때[만] 사용한다. 잊지 마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