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박진탁 본부장)는 지난 6월 26일 국내 최초 외국인 신장기증인이 탄생했다고 밝혔다. 이번 신장기증수술은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한덕종 교수팀이 진행했으며,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한국의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하고자 나선 이는 미국인 가브리엘 씨(28세, 대전)이다.
“세상에서 가장 선한 일을 하고 싶었다. 선한 일 중에서도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신장기증을 선택했다”
미국에서 보스턴대학을 졸업하고, 계속해서 학문에 정진하며 안정된 미래를 보장받았던 미국인 가브리엘 씨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회의감에 빠져 깊은 고민에 빠졌고 안정된 일상을 떠나 특별한 곳으로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되도록 거리도 멀고, 문화도 다른 나라를 찾아야겠다는 그가 선택한 곳은 한국이었다. 한국에 오기 전, 미국에서 약 3개월 간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운 가브리엘 씨는 2011년 2월 한국에 들어왔고, 현재 대전 한남대학교의 조직신학 전공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한국의 강단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대학시절, 미국에서 생존시 기증에 대해 알게 됐다.
실천에 옮기지 못했지만 늘 가슴속에 생명나눔에 대한 꿈을 간직하고 있었던 가브리엘 씨는 한국에서 그 꿈을 이루게 됐다. 한국으로 오게 된 지 3년이 되던 지난해 9월, 장기기증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대전·충남지부를 방문했다.
당시 장기기증에 관한 상담을 받고, 뇌사시 장기기증 및 사후 각막기증 서약 뿐 아니라 생존시 신장기증을 하겠다는 서약도 했다. 살아서 신장을 기증하겠다는 결심을 한 가브리엘 씨에게 국적이나 인종 등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디에서든 마음을 먹었을 때에 생명을 살리는 일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한편, 가브리엘 씨를 통해 새 생명을 선물 받게 된 이식인은 40대 미혼 남성인 김용섭 씨로 지난 2006년부터 만성신부전을 진단받고 혈액투석을 받아온 환우이다. 힘겨운 투병생활로 경제적, 육체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온 김 씨는 지난 2010년, 본부에 신장이식대기자로 등록을 하고 5년 만에 신장이식을 받게 됐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의 박진탁 본부장은 “국내에서 미혼 남성이 타인에게 생존시 신장기증을 하는 일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인데, 그 중에서도 머나먼 이국땅에서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결심한 가브리엘 씨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라며 “우리나라 장기이식대기자가 2만 6천명이 넘어섰고, 이 중 신장이식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환우는 1만 5천명에 달한다. 국적과 인종을 넘어서 따뜻한 사랑을 실천한 가브리엘 씨의 사연을 통해 많은 분들이 장기기증 서약에 참여해 주시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