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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테라피-16

싸움의 기술: “공감”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2:24)” 시작한 결혼은 ‘Happily ever after’라는 디즈니 만화의 결론으로 끝나리라는 기대감과 시작한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온갖 장르의 영화가 만들어지리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을 못 한다. 기대대로 행복한 순간도 많지만, 때로는 복수극이 되기도 하고, 액션물로 변하기도 하며, 그러다가 스릴러까지 가는 수도 있다.


인생에서 예기치 못한 복병들을 만나면서 가정이 전쟁터로 변하는 것이다. 결혼을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외면만 할 수도 없다. 파티장일 줄 알았던 가정이 전쟁통으로 변하면서 문득 부부들은 묻는다. “왜 더 이상 대화가 통하지 않을까?”


자녀들과도 마찬가지다. ‘품 안에 자식이라는 옛말은 나의 아이가 ‘No!’라는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현실로 변한다. 미운 짓은 이미 4살에, 미국으로 치면 ‘terrible2’의 시작이다. 어릴 때는 그렇게 착하고 고분고분하던 자녀가 나 좀 내버려 둬! 엄마, 아빠는 이해 못해!’라며 방문을 닫아걸기 시작하는 사춘기가 되면 부모로서 스스로 자신에게 자문하기 시작한다. “언젠가부터 내 아이와 말이 안 통하기 시작했을까?”


대화가 통하지 않는 이유 중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어느새 듣는 법을 잊었다는 데에 있다. 부부가 긴 시간을 함께 하다 보면 착각을 하게 된다. 이제는 내 배우자를 다 안다고내 남편이나 아내의 생각과 감정을 뻔히 다 안다는 생각의 오류는 우리의 귀를 서로에게서 닫게 한다. 자식을 너무 잘 안다는 자만은 자녀가 현재를 살아가면서 나름대로 겪는 아픔과 갈등을 이해하는데 방해물이 된다.


내 가족의 심정과 생각을 들어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어느새 멈춰버린 것이다. ? 다 아니까뻔하니까 . 문제는 나는 내 가족을 다 아는데 내 가족은 날 모른다는 느낌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듣기보다는 말하기 시작한다. 날 이해시키려고 애쓰기 시작한다. 계속 말하다보면 나의 배우자나 자녀들은 내 생각에 도전하거나 대들며 맞불을 놓거나 아예 귀를 막아버린다.


그러나 꽉 막힌 대화는 상대를 이해하기보다는 설득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때로는 말하기보다는 들으라는 권유를 되새기면서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라고 대화의 문을 다시 열고자 시도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하지만하면서 내 이야기와 주장으로 방향을 다시금 틀 때 생긴다. 그러면 이전에 내가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려 했던 좋은 의도는 금방 잊히게 되어 있다.


그래서 상대를 설득하는 일은 상대를 충분히 이해한다는 느낌이 전달된 후에만 가능하다.

상대방과 대화의 문을 여는 데에 가장 중요한 기술이 있다. 대부분의 대화소통에 관계된 서적과 글에서 수도 없이 언급되는 공감 empathy, active listening’의 기술이다. 공감은 싸움터에서 붙은 불을 끄는 소화기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관계를 더욱더 깊어지고 성숙하게 하는 유산균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공감은 싸움의 기술이기도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핵심 기술이기도 하고, 감성지수(EQ)를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상담자를 훈련할 때 가장 많이 강조되는 상담의 기술이기도 하다.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때에는 내가 상대방의 말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내가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추임새를 넣어주는 것이다. 수다에 능숙한 아줌마들의 몇 시간씩 이어지는 대화를 듣다 보면 바로 이 추임새의 위력을 알 수 있다.


. 그렇지, 맞아, 그래서? 어머나세상에등등의 추임새는 말하는 사람을 신나게 한다. 더 이야기하고 싶어지게 한다. 필자는 말수가 적고 수줍음을 많이 타서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데이트의 기술에 대해 설명하면서 말해준다.


말을 아주 잘하거나 길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대화할 수 있다고바로 이 추임새를 넣어주는 것이다. 영어를 잘하지 못해도 대화를 이어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Oh, Uh-oh, Really? Oh, my goodness! I know, Right?” 등등 아주 간단한 추임새로도 2세로서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과의 대화가 재미있고 깊어지게 할 수 있다.


또한, 공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공식은 바로 감정의 단어이다. 말하는 사람의 내용에 따라 상대의 감정을 읽어주는 말을 그 추임새로 넣어주는 것이다. 필자의 친구 부부는 가끔 구나, 구나덕에 결혼했다고 말한다.


이 남편은 결혼 전부터 유독 약속에 늦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일찍 오면 30분 정도 지각이기 일쑤고 한 시간가량도 상대를 기다리게 하곤 했다. 원체 지각이 반복되다 보니 친구들은 의례 늦으려니 해서 아예 자기들도 늦게 나가거나 약속 시각을 원래보다 일찍 일러주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데이트에도 그 버릇이 고쳐지지 않는 것이다. 화가 잔뜩 난 여자 친구는 어느 날 절교를 선언할 작정을 하고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30~40분을 늦게 나타난 형제를 보고 다그쳤다.


자기, 나 무시해? 늦는 것도 한두번이지, 내가 자기한테 그렇게 하찮아? 그만 만나!” 그런데 그 형제가 변명하려고도 안 하고, 같이 화를 내는 것도 아니고, 차분하게 말하는 것이다. “그래. 많이 화났겠구나. 자꾸 늦으니까 열 받았겠구나 속상했겠구나 .”


터지기 직전이었던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이 이 여자 친구의 분노가 빠져나갔다. 자신이 이렇게 펄펄 뛰며 화를 내도,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이 남자를 보며 바로 이 사람이다 싶었던 것이다. 이 형제가 그날 들었던 상담학 강의가 이 결혼의 최대 공헌자가 되었다. 바로 구나, 구나의 위력이다. 마음을 읽어주는 말의 힘이다.


대화의 기술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 마음을 읽어주는 감정의 언어를 찾아보도록 하면 어머니 학교, 아내학교 등에 참석한 여성들은 수많은 단어를 쉽게 찾아낸다. 관계에 강한 여성들은 어떤 말이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지 감각적으로 안다.


그런데 아버지 학교에 참석한 남성들에게 질문하면 긴 침묵이 이어지곤 한다. 아내가 자기, 나 요즘 왜 이렇게 피곤한지 몰라라고 하면 그래, 요즘 애들 키우느라 살림하느라 피곤하지라는 한 마디는 마술처럼 아내의 얼굴을 환히 피어나게 한다. 그런데 남편들은 바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운동을 안 하니까 그렇지!” 주일 오후에 교회에서 돌아온 아내가 김 집사는 왜 나만 보면 트집인지 몰라하고 투덜거리면 속상했겠네가 먼저이다. 그런데 네가 뭔가 잘못했겠지한다. 이런 말을 해놓고도 그날 저녁을 얻어먹을 수 있는 남편이 있을까 모르겠다.


아이가 넘어져 무릎에 피가 나 울면, “아이고, 아프지?”라는 공감의 단어보다는 엄마가 뛰지 말랬지!”라는 윽박질이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애들이 날 따돌려라고 세상이 끝난 것처럼 우는 아이에게 얼마나 소외감 느끼니?”라는 위로보다는 그 애들, 질 안 좋아, 놀지 마!”라며 관계를 빨리 끝내는 법부터 가르친다. 남성들이 흔히 질문한다.


맞장구를 쳐주면 결론 안 나는 뻔한 이야기를 끝도 없이 반복한다는 것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맞장구를 안쳐주면 남편이 아내를 이해할 때까지 계속 이야기할 것이다. 남편이 내 편이라는 것을 느낄 때까지 자신의 기분을 설명할 것이다. 결론과 해결책은 자신의 입에서 나와야만 진짜 해결책이 된다. 옆에서 쥐어주는 결론은 결코 자신의 것이 되지 않는다.


상담에서 섣부른 조언이 거의 쓸모가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도와주는 가장 빠른 지름길은 먼저 가슴에 가득한 감정의 찌꺼기들을 쏟아낸 후에 논리적 마인드가 자리를 찾도록 해주는 것이다.


감정을 쏟아서 비워내게 해주는 지름길은 공감에 있다. 사랑하는 배우자에게, 자녀에게, 오늘은 구나, 구나해보자. “힘들었겠구나, 속상했겠구나, 열받았겠구나, 외로웠겠구나, 아팠겠구나, 쓸쓸했겠구나, 신났겠구나, 즐거웠겠구나.”해보자. 사랑을 꽃피우는 데에는 설득보다는 이해가 훨씬 더 좋은 거름이다. 마음을 읽어주는 추임새는 우리의 가족을 춤추게 한다.


심연희 사모

RTP 지구촌교회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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