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여러 가지 원인으로 살해당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죽음의 성격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반적으로는 단순 사고사, 의사(義死), 국가 유공자와 순국자를 구별하는 문제; 종교적으로는 순교와 순직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사고사, 의사자, 및 유공자
1) 공무나 업무 수행 중에 천재지변이나 사고로 숨지는 것은 순직
2) 위험에 빠진 동료나 동행인을 구조하다가 희생당한 사람은 의사자(義死者)
3) 공무 수행중인 동료나 상사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함으로 국가에 공을 세운 사람은 국가 유공자(有功者)
4) 나라를 구하기 위해 희생당한 죽음은 순국이다.
그러나 비록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사고나 천재지변에 의해 죽은 사람을 의사자나 유공자로 예우하는 것은 잘못이다. 오늘 아침 대법원에서는 군에서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자살한 병사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공을 세운 사람이 유공자이지 자살한 사람이 어찌 유공자란 말인가. 그런 의견은, 제안하는 이의 의도와는 달리 자살을 정당화하고 조장하는 동기를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소수 의견이기 바랄뿐이다. 연민(憐憫)이나 여론에 밀려서 대의를 그르치면 언제인가 그것을 제자리로 돌릴 때는 커다란 국론분열과 국력 낭비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규범을 준수하며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순교와 순직
심방 중에 정신착란을 일으킨 한 가족의 칼부림으로 살해당한 목사가 있었다. 그의 죽음을 순교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교단은 순직으로 간주했다.
얼마 전에 감리교회의 몇 학자와 목회자들이 순교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로, 복음 증거 활동 중의 죽음, 둘째로, 분명한 가해자가 있는 죽음(타살), 셋째로, 능동적으로 받아들인 죽음(순명). 이와 같은 이유로, 그들은 여행 중에 배가 침몰해서 죽은 감리교 최초의 재한미국선교사 아펜젤러의 죽음을 순직이라고 해서 주목을 끌었다.
순교와 순직은:
1) 교회 안팎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살해당하는 경우는 순직,
2) 자기 나라라고 할지라도 사변이나 전쟁 중에, 또는 타국에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나 복음을 전하는 현장에서 살해당하는 것은 순교일 것이다.
순교는, 신앙을 지키고 복음을 위해 살해당했다 하더라도 스데반이나 전설 속의 폴리캎의 죽음처럼 명백한 살해자가 있고 목숨을 구걸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의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인 경우에 한한다. 필자와 다른 견해를 존중하면서 이만큼 정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