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연차총회를 앞뒤로 해서 회의 참석에 대한 대의원들의 태도를 말하려다 보니, 처음으로, 내가 마치 이 칼럼을 통해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아무에게나 가르침을 주려는 것으로 비쳐지지 않나하고 염려됐다. 이 칼럼은 필자가 평소에 느껴온 것을 세상, 특히 젊은 목회자들에게 외치는 것일 뿐 특정 단체나 개인을 지목해서 말하는 것이 아님은 독자 여러분이 알고 있을 것이다.
가을이 되면 모든 교단이 연이어 연차 총회를 개최한다. 옵서버 신분으로 다른 교단 총회에 참석해본 경험에 의하면 교파 간에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공통점은 회의에 참석하는 대의원의 수가 등록회원 수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예외가 있다면 노회나 지방회에서 대의원(총대)을 선출해서 총회에 파송하는 교단들은 참석률이 좋았다는 점이다.
대의원은, 교회로부터 파송된 위원 신분이므로 첫 회기부터 마지막 회기까지 성실하게 참석해서 의견을 개진하고 투표권을 행사하고 교회에 돌아가서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등록 하고 이름표와 자료를 챙겨서 곧장 골프장으로 가는 대의원, 단체관광을 나가거나 때도 아닌데 음식타령을 하며 삼삼오오 관광지와 유명식당을 찾아 나가는 대의원들이 부지기수이다.
회의장에서는 교파 간에 사안의 차이는 있으나 총회회관 건립 또는 운영문제, 직제문제, 통일과 북한 선교, 해외선교 보고, 기관보고, 이단문제; 침례교단에서는 호칭장로와 여성 목사 안수 문제, “한기총” 가입 탈퇴 여부 문제 등 어쩌면 교단의 생사가 걸린 문제가, 교파에 따라서는 등록 대의원의 삼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출석회원으로 결정되어 버리기도 한다.
한 번 결정되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총회의 결정이다. 결의된 것을 되돌리는 것은 법을 어기는 것임은 물론, 설혹 억지로 되돌려놓는다 해도 불복하는 회원교회를 제재할 방법이 없어 교단 행정이 혼란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런데 정작 더 큰 문제는, 일부 대의원들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을 뿐 아니라, 회장단에 출마한 후보자를 찾아가서 함께 온 동료 대의원들의 회식비를 얻어오는 임원을 유능한 일꾼으로 인정하는 풍조까지 생겼다는 점이다.
필자는 기관을 대표해서 빠짐없이 연차 총회에 참석하면서 이와 같은 일련의 현상을 목격하기도 했고 때로는 이를 개탄하는 대의원들로부터 신학 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 하며 애써 변명해왔으나 이제는 모두가 각성하고 치유에 나설 때가 된 것 같다.
교단(들)의 선거풍토와 후문(後聞)을 고려할 때, 나라 정치보다 교회 정치가 더 부패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떤 경우에도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지탄 받거나 외면당하는 길을 가서는 안 되겠다. 성실하게 참석해서 이런 풍조를 공론화 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외면하실 것이다.